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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머뭇거림이라는 독약을 마시고 서서히 죽어갈 것인가 004
1장 완벽한 계획이라는 달콤한 환상을 가차 없이 찢어라 01 계획이라는 도파민 함정에 빠져 실행을 유예하지 마라 015 02 두려움을 분석할 시간에 차라리 묵직한 주먹을 뻗어라 022 03 백 번의 시뮬레이션보다 투박한 단 한 번의 움직임 029 04 적이 칼을 뽑아 들기 전에 먼저 판을 엎어버려라 036 05 생각의 감옥에 갇힌 자는 결국 스스로 완벽한 노예가 된다 042 2장 남의 잣대를 부수고 날것의 주체성으로 돌진하라 01 위선자들의 식탁에서 기꺼이 야생의 이빨을 드러내라 051 02 얄팍한 처세술을 버리고 거칠고 투명한 진심을 쥐어라 058 03 세상이 모두 뒤로 물러설 때 홀로 앞으로 나아가는 고독 065 04 남의 잣대에 나를 맞추려거든 차라리 그 잣대를 부수어라 072 05 거친 숨소리와 땀방울만이 당신의 진짜 실체를 증명한다 079 3장 퇴로가 끊어진 절망 속에서 가장 거대한 기세를 폭발시켜라 01 뒤로 물러설 곳이 없다면 차라리 적의 심장부로 돌격하라 089 02 수만 명의 맹수 앞에서도 결코 내 목소리를 잃지 마라 095 03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 핑계 대며 링 밖으로 도망치지 마라 101 04 누구도 나의 생사를 함부로 쥐고 흔들게 내버려 두지 마라 107 05 죽음을 각오한 자의 투박한 고함이 천하를 멈춰 세운다 113 4장 조건이 갖춰지길 기다리지 말고 맹렬한 속도로 찌르고 들어가라 01 타이밍을 재느라 흘려보낸 시간은 영구히 부패해 버린다 121 02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전장은 난세에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128 03 실패의 공포가 덮치기 전에 이미 적진 한가운데를 뚫어라 135 04 끊임없이 치고 들어가는 인파이터의 맹렬함으로 무장하라 142 05 망설임을 깨고 거침없이 돌진한 자만이 적의 숨통을 끊는다 149 5장 내 안의 분노를 제압하지 못하면 결국 내가 쥔 칼에 베인다 01 세상을 찌른 칼날이 내 목을 겨누지 않게 다스리는 법 159 02 거친 야성과 무자비한 폭력을 구분하는 치명적인 경계 165 03 나의 발밑을 살피지 않는 맹수는 결국 덫에 걸려 죽는다 172 04 타인에게 가혹한 잣대는 반드시 잔혹한 배신으로 돌아온다 179 05 진정한 강자는 천하보다 내 안의 끓는 분노를 먼저 제압한다 186 에필로그 세상의 눈치를 보며 웅크린 당신, 이제 기꺼이 포효하라 1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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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가 3세기에 쓴 정사 속 장비는 조금 다른 사람이다. 그는 기병 스무 명으로 조조의 추격군을 멈춰 세웠고 오십여 일을 버티다가 좁은 산길에서 위나라 명장 장합을 무너뜨렸다. 항복하지 않겠다며 목을 내민 적장을 풀어 주고 손님으로 대접하기도 했다. 동시에 그는 날마다 병사들을 매질했고 형님 유비의 거듭된 경고를 끝내 듣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 둔 부하들의 칼에 죽었다.
--- pp.5-6 그 기분은 꽤 달콤하다. 계획을 세우는 동안에는 실패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는 모든 일이 순서대로 풀리고 예상하지 못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계획을 고치고 또 고친다. 고치는 동안에는 여전히 안전하다. 문제는 그 안전한 시간이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는 데 있다. --- pp.17-18 장비가 한 일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물러설 곳을 스스로 없앤 것이다. 다리를 끊지 않았다면 그의 스무 기병은 조조의 오천 기병이 밀고 들어오는 순간 흩어졌을 것이다. 다리가 없으니 적은 물을 건너야 했고 그의 부하들은 달아날 수 없었다. 둘째는 자기가 누구인지를 적에게 알린 것이다. 이름 없는 스무 명은 짓밟히지만 이름이 알려진 한 사람은 계산의 대상이 된다. --- p.92 장비는 그 자리에서 오래 서 있지 않았다. 유비가 벗어나자 그도 물러났다. 다리를 끊은 것은 적을 전멸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정사는 그가 얼마나 오래 버텼는지 적지 않는다. 다만 그 시간이 유비와 제갈량과 조운이 살아남기에는 충분했다. --- p.94 난세에는 완벽한 조건이 없다. 적벽 전에 유비는 땅이 한 조각도 없었고 적벽 뒤에는 빌린 땅이 있었으며 익주를 얻은 뒤에는 형주와 익주 사이가 너무 멀었다. 한중을 얻자 형주가 없어졌다. 조건이 하나 갖춰지면 다른 조건이 무너졌다. 유비 무리가 서른 해 동안 걸은 길은 완벽한 조건을 기다린 길이 아니었다. 그때그때 손에 쥔 조건으로 다음 걸음을 뗀 길이었다. --- p.132 용기와 속도는 다른 것이다. 제갈첨에게는 용기가 있었고 속도가 없었다. 장비에게는 둘 다 있었다. 장판의 장비는 용감했을 뿐 아니라 빨랐다. 명령과 실행 사이에 재는 시간이 없었다. 그 속도가 유비를 살렸다. 부현의 제갈첨은 용감했지만 느렸다. 재는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이 촉을 죽였다. --- p.153 맹수가 덫에 걸리는 까닭은 힘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눈이 먼 곳을 보기 때문이다. 사냥감을 쫓을 때 맹수는 발밑을 보지 않는다. 덫은 언제나 발밑에 있다. 장비는 평생 먼 곳을 보았다. 장판의 조조 군대, 탕거의 장합, 강주의 엄안이 그의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221년 그의 눈앞에는 손권이 있었다. 그동안 발밑에서 무엇이 자라고 있었는지 그는 보지 않았다. --- p.175 진정한 강자라는 말을 나는 이렇게 쓰고 싶다. 밖에서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밖에서 이긴 뒤에 안에서도 이기는 사람이다. 장판에서 포효한 뒤 장막으로 돌아와 매를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다. 장비는 앞의 절반만 해냈다. 나머지 절반은 당신 몫으로 남아 있다. --- pp.191-1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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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장비를 영웅으로 다시 세우려는 책이 아닙니다. 편집부가 이 원고에 마음이 간 이유는 저자가 시원한 장면을 덜어 내고 기록에 남은 날짜와 장소와 숫자를 따라 장비를 다시 그렸기 때문입니다. 스무 명의 기병, 오십여 일의 대치, 만 명의 군사, 출발 직전이라는 시점을 따라가다 보면 장비가 어디서 빨랐고 어디서 눈이 어두웠는지가 드러납니다. 소설의 장비보다 덜 시원하지만 훨씬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 거기 있습니다.
저자는 정사와 주석의 장면을 기준으로 삼고, 소설에서 온 장면은 그렇다고 밝힙니다. 도원결의, 독우 매질, 여포를 향한 욕설, 흰 갑옷의 사흘 기한이 어디서 왔는지 하나하나 가려 주어 독자는 알고 있던 삼국지를 새로 읽게 됩니다. 그 위에 신입 사원, 팀장, 거래처, 인수합병 같은 일터의 장면을 겹쳐, 역사 이야기가 오늘의 선택으로 이어지도록 했습니다. 새 일을 앞두고 준비만 길어지는 분, 성과를 밀어붙이느라 팀원의 얼굴을 살필 겨를이 없는 분, 밀리는 자리에서 자기 목소리를 지키고 싶은 분께 권합니다. 삼국지를 이미 여러 번 읽은 독자에게도 같은 이야기가 다르게 읽히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