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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Hae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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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골짜기는 도대체 왜 생겨날까?
그림책 『책골짜기』의 본문은 면지도 속표지도 없이, 보이지 않는 “쩍!” 소리와 함께 바로 시작합니다. 그 ‘쩍!’ 소리는 바로 여러분이 새 책을 처음 넘길 때 나는 소리, 그리고 두 번째 (책에 글자로 적힌) “쩍!” 소리는 책에 틈이 생기며 나는 소리입니다. 토끼와 악어는 ‘쩍!’ 소리를 듣고 틈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그러고는 곧 어디선가 책 넘기는 소리가 나는 것 같다고 말하죠. 그러니까 여러분은 들켰어요. 지금 그 아이들은, 그림책 『책골짜기』를 넘기며 작은 틈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바로 여러분일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큰일 났어요. 이제 여러분은 책을 보는 내내 책장을 넘겨야 할지 말지 몰라 쩔쩔 맬 수밖에 없어요. “누가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아!” 게다가 아이들은 여러분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도 눈치챘어요. 그래서 코끼리는 애원해요. “그만 넘겨주시겠습니까?” 여러분의 호기심은 그만 넘겨줄 마음이 없어요. 그래서 또 한 장을 넘겨요. 처음에는 작은 틈이었는데 골짜기가 되더니, 이제는 꽤 넓고 깊은 골짜기가 되었어요. 여러분이 책장을 넘기면 골짜기는 더 가팔라지고 깊어져요. 그 골짜기로 아이들의 하는 말이 쏟아져 내려요. 어린 사자가 부르던 노래도 떨어져요. 이 모든 일은 왜 생겼을까요? 저 골짜기로 빠지면 어떻게 될까? 책 속 아이들은 저마다 왜 자꾸 골짜기가 생기는지 얘기해요. 누구 발이 빠진 것 같다고도 하고, 쿵쿵거리며 놀아서 그렇다고도 해요. 골짜기로 쏟아지는 말들을 보며 글자가 모이면 골짜기가 된다고도 해요. 여러분이 책장을 넘길수록 골짜기는 넓고 깊어져요. 책 속 아이들은 몰라도 여러분은 알아요. 그런데도 여러분은 또 한 장을 넘겨요. 누가 여러분의 호기심을 막을 수 있겠어요? 마침내 악어가 말해요. “저 골짜기로 빠지면 어떻게 될까?” 악어의 말을 듣고 보니 더 궁금해서 여러분은 또 책장을 넘겨요. 골짜기는 더 넓고 깊어져요. 말들이 떨어지는 일도 모자라, 이제는 아이들도 떨어질 뻔해요. 아이들은 안 떨어지려고 ‘책배’(책등의 반대편)를 잡고 매달리기도 하고, 밧줄을 잡고 겨우 벗어나기도 하고, 연필 나무다리를 놓아 책골짜기를 건너기도 해요. 정말 큰일 났어요. 처음에 여러분이 책을 본다는 걸 눈치챈 토끼가 외쳐요. “거기 너! 이제 책 좀 그만 봐!” 책골짜기에 깊이 빠지면 나타나는 곳, 책꼭대기! 책 속 아이들한테는 큰일 난 일이지만, 여러분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끝까지 책장을 넘기죠. 그게 바로 흥미진진한 책의 매력이니까요. 아무튼, 아무리 그만 보라고 해도 여러분이 말을 안 듣자, 아이들은 크게 마음먹습니다. “하나, 둘, 셋! 뛰어!” 아이들은 책골짜기로 둥실 두둥실 뛰어내립니다. 그와 함께 그림책 『책골짜기』도 이렇게 끝이 나고 맙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아무런 결말도 없이 말이죠. “뭐야? 흥미진진한 책의 매력이 어쩌고저쩌고 하더니, 책이 뭐 이래?” 여러분은 지금 이렇게 외치고 싶어요. 지금 이 책 소개에 ‘책꼭대기’가 나타난다고 써놓고는 무슨 꿍꿍이냐 싶겠지요. 네. 그 마음 다 압니다. 이 그림책은 요술 같은 책입니다. 책을 덮으면 끝나는 그림책이 아니에요. 우리가 알고 있던 ‘책’이라는 고정관념을 살짝 내려놓으면 요술을 부리는 일은 식은 죽 먹기죠. 책을 덮고 뒤표지를 살펴보세요. 책골짜기로 뛰어내린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어요. 이제 책등을 위로 하고 책배를 아래로 해서 텐트처럼 책을 세워 보세요. 책꼭대기에 선 아이들이 보이나요? 맞아요. 이 아이들이 책골짜기로 뛰어내린 바로 그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뿐 아니라 여러분도 함께 책골짜기로 뛰어내려 책꼭대기에 올랐습니다. 책골짜기에 빠지면 책꼭대기에 오를 수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그림책 『책골짜기』는 책의 꼴을 활용해 참 쉽게 보여줍니다. 이게 바로 그림책이자 보지 못하는 세계를 볼 줄 아는 작가의 감각이 낳은 선물이 아닐까 싶어요. 여러분은 이제 아직 책골짜기에 빠지지 못한 분들을 찾아주세요. 책에 빠지고 책골짜기에 빠지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주세요. 책골짜기에 빠지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