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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가 오면 정말 귀찮아요. 잘 꾸민 정원을 휘적휘적 걷고, 조개껍질을 머리에 써 보고, 산호의 반짝이를 떼 가기도 하고, 괜히 심술부리며 먹물을 쏘고 사라진답니다. 그런 날은 화가 나요. 오늘도 작은 물고기는 오징어에게 결투장을 쓰다가 잠이 들어요.
--- p.2 깊어도 너무 깊어서 빛이 내려오다 세 줄기, 두 줄기, 한 줄기, 마침내 한 줄기 빛도 내려오지 못하는 깊고 깊은 바다. 그곳에 초롱아귀가 살아요. 머리 위에 있는 기다란 촉수에서 불빛이 나와요. 깜깜한 어둠 속에서 아주 작은 빛이 반짝거려요. 여러분은 그 빛에서 한 순간도 눈을 못 떼요. 빛에 홀려 나도 모르게 더 가까이 다가가요. --- p.4 크라켄은 요즘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소문 때문에 아주 슬퍼요. 내가 친구라 잘 알아요. 크라켄은 사람을 좋아하는 커다란 문어예요. 배가 지나갈 때 인사하고 싶어 갑판 위로 뛰어오른 것뿐인데, 크라켄이 너무 무거워 배가 가라앉아 버렸어요. --- p.6 다른 물고기들은 개복치가 다가가면 싸우다가도 잊어버리고 멍하니 개복치를 바라봐요. 커도 너무 크니까요. 머리를 보고 한 시간쯤 지나면 드디어 지느러미 쪽을 볼 수 있어요. 지느러미를 지나, 배를 지나, 등을 지나, 꼬리를 보려고 하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해요. --- p.8 곰치가 바위 틈에 끼어 꼼짝도 못할 때, 멸치 몇 마리가 큰 바위를 치우려고 애를 썼어요. 그 모습에 물고기들이 비웃었지요. 바로 그때 저 멀리서 고래만 한 물고기가 다가왔어요. 모두들 "고래라면 이 바위쯤은 금방 치우겠지." "멸치는 얼른 비켜." 하고 말했어요. 고래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물고기들은 모두 놀랐어요. 그건 고래가 아니고, 고래만큼 커다란 멸치 떼였어요. 돌은 치웠을까요? 당연하죠! 멸치 떼가 함께하면 고래보다 더 힘이 세요. --- p.10 조개는 빠를까요, 느릴까요? 조개는 안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평생 태어난 곳에서 산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맞아요. 조개는 모래 속에서 조용히 살아요. 그러다가 바람이 불어 파도가 일면 밖으로 나와 파도를 타요. 조개는 파도타기 선수라서 높은 파도, 낮은 파도, 일렁 파도, 거품 파도, 모든 파도를 탈 수 있어요. --- p.12 세 번째 앞선 꽃게의 집게발을 잡고, 다섯 번째 꽃게는 커다란 집게발로 네 번째 앞선 꽃게의 집게발을 잡고, 여섯 번째 꽃게는 커다란 집게발로 다섯 번째 앞선 꽃게의 집게발을 잡고, 일곱 번째 꽃게는 커다란 집게발로 여섯 번째 앞선 꽃게의 집게발을 잡고, 여덟 번째 꽃게는 커다란 집게발로 일곱 번째 앞선 꽃게의 집게발을 잡고, 아홉 번째 꽃게는 커다란 집게발로 여덟 번째 앞선 꽃게의 집게발을 잡고, 열 번째 꽃게는 커다란 집게발로 아홉 번째 앞선 꽃게의 집게발을 잡고, 열한 번째 꽃게는 커다란 집게발로 열 번째 앞선 꽃게의 집게발을 잡고, --- p.14 갈매기는 꽥꽥 시끄럽게 떠들며 물고기를 잡고, 서로 싸우기만 하는 새가 아니에요. 갈매기는 바다의 철학자예요. 구름이 많은 날이면 갈매기들은 한 방향으로 나란히 서서 생각을 하고 꿈을 꾸어요. --- p.16 토끼와 거북 이야기는 모두 다 알지요? 토끼의 간을 노린 거북과 꾀가 많은 토끼 이야기. 아픈 용왕을 낫게 하려고 토끼의 간을 빼내려던 거북, 하지만 토끼는 꾀를 내어 거북을 속이고 다시 육지로 올라와 달아났지요. 이런 일을 겪었으니 둘은 사이가 안 좋을 것 같은데, 달리기 경주를 하며 친구가 되었어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 p.18 포세이돈은 바다를 지키는 신이에요. 용왕도 바다를 지키는 신이지요. 동쪽 바다는 용왕이, 서쪽 바다는 포세이돈이 지켜요. 둘은 가끔 한가운데서 만나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해요. 바다의 신이 움직일 때 천 마리가 넘는 물고기 신하도 움직인다고 해요. 그 무리를 보면 매우 아름답고 웅장해 가슴이 벅차오른대요. 심지어 어떤 물고기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울어 버린다고 해요. --- p.20 바닷속에는 물고기와 갈매기, 우주인들도 가끔 놀러 오고, 포세이돈과 용왕님도 살아요. 게다가 집채만 한 몸집에 긴 수염이 있고 번개도 일으킬 수 있는 누군가가 살아요. 날카로운 발톱과 뾰족한 이빨은 물고기들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어 버려요. 게다가 하늘을 날 수도 있어요. 주로 비 오는 날에 하늘을 날아요. 그래서 그게 누구냐 하면요, 바다의 귀염둥이 용이랍니다. --- p.22 '용' 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드나요? 성질이 사나워 무엇이든 부술 것 같은가요? 아니에요. 용은 바다에서 으뜸 가는 순둥이랍니다. 너무 순해서 아이들과도 금방 친해지지요. 어른들이 용을 나쁘게 말해서 사납다고 생각하는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용은 어른을 무서워해요. 그래서 어른을 피하는 것뿐인데 어른은 용이 사람을 싫어해서 피한다고 생각해요. --- p.24 얘들아, 모여 봐! 내가 오늘 운이 좋아서 낚싯줄에 낚여서 듣고 온 이야기를 들려줄게. 작은 물고기는 정원 꾸미기가 취미래. 오징어랑 사이가 별로 안 좋다던데 이건 오징어 말도 들어봐야 할 것 같아. 오징어도 속사정이 있을 수 있잖아? 그리고 깊은 바닷속 초롱아귀는 빛을 달고 다닌대. 아직 우린 그렇게 깊이 가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정말 신기한 일이야. 문어와 개복치는 우리가 잘못 알았던 게 많더라. 역시 물고기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돼. 꽃게가 그렇게 수다쟁이인지 알고 있었어? 바닷속 소식은 모두 꽃게들이 퍼트린다더라. --- p.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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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작가의 신작!
낚싯줄에 낚인 물고기들은 왜 즐거워할까요? 바닷속 신비로 가득한 물고기들의 그림책 바다 낚시 탑승권과 돋보기는 꼭 챙기세요! 하늘의 별자리처럼 환상 가득한 바닷속 물고기 이야기가 펼쳐져요! 그림책향 시리즈 서른일곱 번째 그림책 『바다 낚시』는 오르페우스가 음악으로 동물들을 홀리듯 누군가가 낚시로 물고기들을 홀려 낚싯배로 끌어들이는 조금 오싹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물고기들은 낚시에 낚이면서도 신이 납니다. 낚이면 곧 잡아먹힌다는 걸 몰라서일까요? 아니면 뭔가 놀라운 일이 생겼을까요? 우리도 어서 바다 낚시 하러 낚싯배를 타고 떠나기로 해요. 잠깐! 배를 탈 때는 꼭 탑승권과 돋보기를 챙기세요. 안 그러면 재미있는 물고기 세상 이야기를 놓칠 수 있으니까요. 표지에 붙은 제목이 조금 이상해요. ‘바다 나시?’ 틀림없이 바다 ‘낚’시일 텐데, 나 밑에 붙어야 할 쌍기역이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아하, 찾았어요. 점선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 보니, 바닷속에서 카드 봉투를 주워 올리는 낚싯바늘이 되었네요. 두툼한 봉투 속에 무언가가 있어요. 바로 탑승권과 돋보기예요. 돋보기는 왜 들고 타라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물고기 잡으러 출발! 낚싯줄에 줄줄이 낚인 물고기들은 왜 즐거울까요? ‘작은 물고기 낚았다.’ 이렇게 귀엽고 어여쁜 물고기를 낚아도 될까 싶지만. ‘이야, 큰 물고기도 낚았어.’ 깊고 깊은 바닷속에 사는 초롱아귀가 잡히다니. 이게 무슨 일이지? ‘억울해 보이는 문어랑 소심한 개복치도 낚았어.’ 낚싯배에 타자마자 이렇게나 많은 물고기들을 낚았어요. 그 뒤로도 줄줄이 셀 수 없이 많은 애들이 올라옵니다. 그것도 즐겁게 낚여 올라와요. 정말 무슨 일일까요? 그런데 가만, 낚싯줄이 조금 이상해요. 아주아주 작은 글자들이 보여요. 오호라, 그래서 돋보기가 있어야 했구나! 그럼 작은 물고기를 잡은 낚싯줄에 돋보기를 대 볼까요? 작은 물고기들은 바다 정원사예요. ……… 큰 알갱이 모래는 입으로 물어 정원에서 멀리 옮기고, 물 때 낀 산호도 깨끗하게 청소해요. ……… 오징어가 오면 정말 귀찮아요. 잘 꾸민 정원을 휘적휘적 걷고, 조개껍질을 머리에 써 보고, 산호의 반짝이를 떼 가기도 하고, 괜히 심술을 부리며 먹물을 쏘고 사라진답니다. 그런 날은 화가 나요. 오늘도 작은 물고기는 오징어에게 결투장을 쓰다가 잠이 들어요. 카드처럼 얇은 돋보기를 대니, 이렇게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쏟아지네요. 작은 물고기가 바다 정원사라니 정말 놀랍죠? 돋보기는 이어서 더 신비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초롱아귀는 깜깜한 바닷속을 밝히는 등대를 머리에 달고 다니고, 문어는 그냥 문어가 아니라 사람을 좋아하는 커다란 문어인 크라켄이고, 개복치는 너무너무 소심하니 개복치 앞에서는 꼬리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라는 비밀도 들려줍니다. 가만 보니, 그냥 낚싯줄이 아니라 이야기가 줄줄 딸려 올라오는 낚싯줄 같네요. 개복치에 이어 멸치 떼도, 조개도, 꽃게도, 토끼와 거북이도, 바다의 신 포세이돈도, 엄청 무거운 용도 낚여 올라옵니다. 돋보기로 바닷속 물고기 이야기를 읽자니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세상에나, 작가는 이 얇은 그림책 속에(이 얇은 낚싯줄 속에) 단편동화 한 편을 가득 담았습니다. 게다가 그동안 아무도 몰랐떤 바닷속 이야기가 마치 하늘의 별자리 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지지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왜 낚싯줄에 바닷속 이야기가 줄줄이 엮였는지 궁금해요. 도대체 누가 바다 낚시를 하기에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넓고 넓은 바다 밑 작고 작은 모래알만 한 이야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를 아시나요? 오르페우스는 리라 연주를 매우 잘했어요. 얼마나 연주가 아름다우면 돌과 나무가 춤을 추고 사나운 동물이 얌전해지고, 폭풍우 치던 바다가 잠잠해졌을까요. 더구나 멈추지 않던 지옥의 형벌이 멈추고, 피눈물이 나와야 할 복수의 여신 눈에서는 맑은 눈물이 흘렀대요. 이제 이 책의 비밀을 밝힐 차례입니다. 마치 오르페우스처럼 물고기들을 홀려 ‘넓고 넓은 바다 밑 작은 모래알만 한 이야기’를 들려준 낚시꾼은 누구였을까요? 기다란 낚싯줄을 따라가 보니, 한 아이가 낚싯배에 타고 있어요! 낚싯대를 들고 물고기를 낚는 낚시꾼이 아니라 ‘넓고 넓은 바다 밑 작고 작은 모래알만 한 이야기’라는 책을 읽는 아이였어요. 이제야 비밀이 풀렸습니다. 어째서 물고기들이 바늘도 없는 낚싯줄에 낚였는지 말이에요. 하늘에 뜬 별은 저마다 신비롭고 환상 가득한 이야기를 품었습니다. 조슬기 작가는 생각했어요. ‘하늘의 별만큼 바다에도 물고기가 가득한데, 별자리 이야기처럼 신비로운 물고기 이야기는 없을까? 틀림없이 심청전이나 인어공주만큼 슬프고, 별주부전만큼 웃기고, 포세이돈만큼 환상 넘치는 이야기가 있을 거야. 만약 없다면 내가 만들면 되지. 물고기도 모르는 물고기 이야기를 들려줄 테야.’ 그림책과 돋보기와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빚어낸 세계 조슬기 작가는 첫 그림책 『호로록 쩝쩝』과 두 번째 그림책 『비를 처음 맞는 애벌레와 비를 딱 한 번 맞아 본 무당벌레』로 매우 독특한 이미지와 이야기 세계를 펼쳤어요. 이번 『바다 낚시』에서도 그 재치를 마음껏 발휘했지요. 여러분한테 탑승권과 돋보기와 작은 인내심만 있다면, 작가가 꽁꽁 숨겨 놓은 물고기 이야기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읽을 수 있어요. 그냥 눈으로만 보면 바닷속이 잘 안 보이듯, 돋보기로 애써 보려고 하지 않으면 신비롭고 사랑스러운 물고기 이야기를 볼 수 없어요. 그렇게 물고기 이야기를 읽고 나면, 여러분은 앞으로 크고 작은 바닷속 생물들을 옛날보다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