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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왜 지금 협상을 이야기하는가?
머리말: 여자들은 요구하지 않는다 1장 기회는 항상 오는 것이 아니다 2장 진주보다 비싼 값 3장 착한 여자는 요구하지 않는다 4장 남자들을 두렵게 하다 5장 요구하는 두려움 6장 낮은 기대, 안전한 목표 7장 딱 그만큼만 8장 여성의 강점 맺음말: 집에서 협상하기 감사의 말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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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협상을 다룬 책들은 협상을 할 때 생기는 문제, 곧 무엇을 어떻게 제안할 것인가, 언제 양보할 것인가, 효과적인 전략은 무엇인가 같은 ‘기술’을 알려주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그런 접근은 협상을 할 때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일이 ‘협상하기로 결심하기’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협상을 하려 들지 않는다면, 아무리 뛰어난 협상의 기술도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협상에 대한 기존의 책들은 왜 이 기본 전제를 간단히 뛰어넘고 이야기를 전개하는가? 그것은 바로 그 책들이, 경쟁에 익숙하고 시장에서 갖는 지위와 권력에 따라 자기의 가치가 정해지는 데 익숙한 남성들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최근까지도 여성들의 가치는 가정을 평화롭게 유지하고 돌보는 능력에 따라 결정되었다. 그러니 지금까지 나온 협상을 다룬 책을 여성에게 주며, “자, 이제 당신도 당당하고 지혜롭게 협상하시오.” 하고 말하는 것은 왼손잡이에게 오른손잡이를 위한 악기를 쥐어주며 연주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
《포춘》지가 선정한 ‘우리 시대의 가장 현명한 책’ 《포춘》은 2005년에 발표한 <우리 시대의 가장 현명한 책 75권>에서 ‘경영과 협상’ 분야 추천도서로 이 책을 꼽았다. 이 책은 협상에서 나타나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분석했다. 하지만 단순히 남성과 여성이 어떻게 다른지 현상을 분석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여성들이 왜 협상을 하지 못하는지, 그럼으로써 어떤 불이익을 당하는지, 그로 인한 사회 전체의 손실은 무엇인지, 풍부한 사례들을 통해 차근차근 짚어간다. 경제학 교수인 린다 배브콕과 자유기고가인 사라 라셰버는 이 책을 쓰기 위해 3년 동안 함께 작업했다. 방대한 설문조사는 물론이고, 심층적으로 인터뷰한 사람도 100명이 넘는다. 사회학, 심리학 등 다른 분과학문의 연구 성과도 적절히 활용하고 있으며, 이 책을 쓰기 위해 새로 고안한 다양한 실험 내용을 풍성하게 제시한다. 그래서 여성을 위한 협상이라는, 자칫 딱딱하고 원론적인 주장으로 끝날 수도 있는 주제인데도 무척 흥미롭게 읽힌다. 왜 ‘여성을 위한 협상론’인가? 지금 협상 능력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최근 직장문화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여성도 자신의 경력을 잘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고, 가정에서 여성이 맡는 역할도 변화했다. 직장생활이나 개인생활이 정신없이 변화하고 있는 지금, 협상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기본적인 생존전략이 되었다. ① 직장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기업을 매매하거나 합병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2000년 한 해 동안 노동인구의 39%가 직장을 바꾸었으며(이하 통계는 모두 미국 기준), 노동조합에 가입한 노동자 비율은 1983년에 비해 33%나 떨어졌다. 직장이 다른 회사에 인수되거나 합병될 때, 혹은 직장을 옮길 때마다 노동자는 임금, 근로시간, 직책, 업무방식 등 모든 계약 조건을 놓고 다시 협상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비율이 높다는 것은 곧 노동자가 자기 이익을 위해 직접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② 2000년에 25세에서 54세까지 여성의 약 77%가 가정 밖에서 일을 했다. 점점 더 많은 여성이 가정 바깥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여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역할을 맡고 있다. 사장, 동업자, 피고용인, 딸, 아내, 어머니, 친구 등등. 따라서 고용주, 동업자, 동료, 부모, 남편, 자녀, 보험회사 등과 협상할 일이 잦아졌다. 자기 사업체를 운영하는 여성들은 이에 더해 자문 의뢰비, 부동산 계약, 이윤 조정 문제 등 모든 것을 직접 협상해야 한다. ③ 결혼한 부부의 40~50%가 이혼을 한다. 여성이 독립해서 살아가거나 가족을 부양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혼여성이나 미혼모는 같이 책임지거나 의논할 상대 없이 혼자서 자녀를 양육해야 하므로, 자신과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④ 2000년 여성의 평균임금은 남성의 약 73%였다. 남녀의 임금 불균형이 지속되는 까닭이 임금을 인상하면서 생기는 격차 때문이 아니라 초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실제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초임을 협상한 여학생은 7%, 남학생은 57%였고, 협상을 한 학생은 안 한 학생보다 초임을 평균 7.4% 더 받았다. 경영학 교수 로빈 핑클리와 그레고리 노스크래프트는, 정기적으로 임금을 협상한 여성은 회사 측이 제안한 액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여성보다 퇴직할 시점까지 100만 달러 이상을 더 번다고 어림잡는다. 여자는 왜 협상에 약한가? 여성들이 잘 요구하거나 협상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로는 어릴 때부터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고 자신이 하는 일은 단지 상대를 사랑하니까 하는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서 기인한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또한 관계 지향적인 태도와 낮은 자존감, 경쟁을 회피하려는 성향, 낮은 기대치도 그 원인이라고 말한다. 이런 경향은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여성들,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권한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되는 미국 신세대 여성들도 예외는 아니다. 여성들이 협상 앞에서 ‘작아지는’ 원인을 하나씩 살펴보자. ① 환경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은 오랫동안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게 금지되었고, 투표할 권리, 재산을 소유할 권리, 자기 몸을 통제할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운명이 외부 환경에 따라 결정되는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이 오래된 유산이 여성의 사생활과 학교생활, 직장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부모들이 아이들을 어려서부터 남자, 여자를 구분해 가르침으로써 더 강화된다. ? 스테파니(비서, 32세)의 사례 스테파니는 직장에 불만이 있어도 상관을 찾아가 불만을 이야기하거나 상황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 다른 일자리를 제안받고 회사에 사직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상관이 어떻게 하면 계속 근무해 줄 수 있는지 물으면서 스테파니가 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었기 때문에, 스테파니는 직장을 떠나지 않았다. 왜 자기가 겪는 고충을 상관에게 더 빨리 말하지 않았을까? “난 사람들이 꽤나 공정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내가 정말 열심이 일하면 합당한 대우를 받을 거라고 기대했어요.”(45쪽) ② 남자들보다 적게 받는데도 만족감이 더 크다. 여자들은 왜 자기가 하는 일을 과소평가하고 낮은 기대치를 갖는 걸까? 여자들은 최근까지도 가정에서 무보수 노동을 하느라 삶의 대부분을 바쳐왔기 때문에 자신의 노동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또 여성들은 자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자격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를 ‘자기 자격에 대한 불안’이라고 하는데, 곧 여자들은 낮은 자존감 때문에 이미 주어진 것 이상을 요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 두 가지 실험. (80~81쪽) - 다양한 직업의 임금 수준에 대해 알려주고, 어떤 직업을 택할지, 초임은 얼마일지 예측해 보라고 했다. 같은 정보가 주어졌는데도, 여학생의 임금 기대치가 남학생보다 3~32% 낮았다. - 초임과 최고 경력에 도달했을 때 임금을 예측해 보라고 했더니,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초임은 13%, 최고 경력 시기에는 23% 높은 임금을 기대했다. ③ 착한 여자로 보이고 싶다. 우리 사회는 여성이 다른 사람들의 요구에 더 마음 쓰기를 바라면서 남성은 자신의 욕구와 야망에 더 집중하기를 기대한다. 사회적 기대와 고정관념은 사람의 행동에 잠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리학자 클로드 스틸은 질문을 해서 어떤 고정관념을 떠올리게 하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실험에서 미시간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난이도 높은 수학시험을 치르게 했다. 한쪽 학생들에게는 이 시험에서 성차가 드러난 적이 없다고 했으며, 다른 집단 학생들에게는 성별에 따라 성적이 크게 차이가 난다고 했다. 그러자 첫 번째 집단에서는 남녀가 같은 점수를 받았는데, 두 번째 집단에서는 여학생들은 다른 때보다 점수가 훨씬 떨어졌고, 남학생들의 성적은 33% 정도 향상되었다.(136~137쪽) 나는 졸업논문을 쓰는 동안 무력감에 빠졌다. 자꾸 나의 기만이 발각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도교수를 찾아가 나를 짓누르는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자 지도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네가 사기꾼 같다는 느낌이 든단 말이지? 걱정 마. 똑똑한 여자들은 다 그런 느낌을 갖고 있으니까.’(134쪽) 더 일찍 협상을 벌일 수도 있었을 테고, 사이닝보너스를 받기 위해 협상을 벌일 수도 있었을 거예요. 협상을 벌일 명분은 많이 있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그래, 난 이런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어. 이런 일을 할 수 있게 된 걸 행운으로 받아들여야 해.’(89쪽) ④ 이익보다 인간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여성은 인관관계를 형성하고 보호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해서, 자기가 바라는 것을 요구하는 일이 상대방과의 관계에 해를 끼칠까 염려한다. 여자는 자기 이익보다는 인간관계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규범이 여자들의 의식에 깊이 배어 있어 여자들이 모든 종류의 상호작용을 인간관계 차원에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는 연구도 있으며(204쪽), 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72%, 여성의 28%가 협상을 이익 증진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남성의 29%와 여성의 71%는 협상을 인정받는 것과 관련해 연관 지었다.(199쪽) ? 사회사업가 멜리사(39세) 멜리사는 누구와 어떤 협상을 벌이든 상관없이 무조건 자기가 원하는 것보다 적게 요구하게 된다고 했다. 그녀에게는 다른 사람의 호감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한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정말 어리석게 들리겠지만, 지나친 요구를 해서 사람들의 호감을 잃고 싶진 않아요.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지 못한다면 견디기 힘들 거예요. 그래서 때때로 다른 사람들이 ??아니, 저 여자 너무 지나친 요구를 하잖아??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면 어쩔 줄 모르겠어요. 괴롭지요. 그건……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맞추고 싶어서일 거예요.??(152쪽) ⑤ 너무 적게 요구하고 너무 빨리 양보한다. 여자들은 자기의 자격에 대한 불안감, 너무 많이 요구해서 관계를 해치게 될까 하는 걱정 때문에 너무 적게 요구하고 너무 빨리 양보한다. 게다가 여자들은 협상해서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 남자들만큼 낙관적이지 못하다. 위험을 감수하는 일을 편안하게 여기지 못하며, 자신의 협상능력을 확신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여자들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만 요구한다. 나는 협상할 때면 너무 긴장해서 아주 빨리 항복해버립니다.…… 그런 생각까지 했었지요. 하다못해 상대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고, 조금이라도 더 요구해야 한다고 말예요. …… 그러면 내 말을 들은 상대방이 ‘그래서 이러저러한 얘기를 하고 싶은 건가요?’ 하고 묻지요. 그런데 나는 어느새 이런 식으로 말하고 있는 거예요. ‘아니, 신경 쓰지 마세요.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니에요. 이 일을 하게 되어 기쁩니다.’(235쪽) 여성을 위한 협상론 협상은 진공 상태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이 협상을 통해 원하는 것을 더 얻지 못하게 막는 상황들이 있다. 사람들은 협상할 때 여성에게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더 많이 양복하고 더 적은 것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한다. 이런 태도는 대부분 여성이 개인적, 직업적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다. 여성들이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이러한 관성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걸까? 그건 아니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여성들은 주어진 환경 너머에 숨어 있는 더 많은 권리와 가능성을 파악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으며, 이런 일은 어른이 되어서도 쉽게 학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저자들이 성공한 여성들의 자전적인 책에서처럼 ‘여성이여, 테러리스트가 돼라’라든지 ‘남자처럼 일하면 승리한다’라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을 제압하여 원하는 것을 얻는 공격적인 방식보다 상대방을 충분히 이해하고 배려함으로써 윈윈전략을 펼치는 여성의 협상방식은 장기적으로 볼 때, 그리고 사회 전체의 이익을 생각할 때 분명 훨씬 더 의미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남성 중심적으로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이런 방식이 늘 성공을 거둘 순 없으므로 여자만의, 자기만의 효율적인 협상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여성이 자기 이익을 추구하고 자신을 위해 협상을 벌이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사실을 사회가 받아들이기 전에는, 여성이 자기 꿈과 야망을 솔직하고 효과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적으로 손실이다. 여성들 스스로 협상을 벌이기로 결심하려면, 만족하지 못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런 변화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소망한다. 작은 변화들을 촉진하기를, 그 변화들의 전염을 촉진하기를, 그리하여 여성을 속박하는 제약이 진정으로 느슨해지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