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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려 탐방기
낙서문학사 창시자편 낙서문학사 발흥자편 낭만 삼겹살 김씨네 푸닥거리 약사 단란주점 스타크래프트 절멸의 날 쇠북공기전 망징패조편 조싼은 헤맨다 해설 - 소설 속의 말, '발화의 정치학' / 최성실 작가의 말 |
김종광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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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팽이의 팔을 베고 누웠어. “팽이는 여행 많이 해봤어?” “별로.” “언제 어디가 제일 좋았어?” “내 방.” “왜?” “난 여행이 별로 안 좋아. 난 방에서 프로농구나 프로야구를 보는 게 제일 좋아.” “그럼 왜 왔어?” “그래도 기회가 닿으면 해야지. 요새 해외여행은 필수라고, 필수! 한 5년 있어봐라. 해외 안 나가본 놈은 사람 취급도 못 받을 테니.” “나한테도 물어봐줘.” “그래, 넌?” “지금 여기 이 순간. 팽이랑 함께 있으니까!” “오, 부처님이시여! 절 굽어살피소서!”
--- p.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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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학이라는 게 영 사기판 같았거든요. 그의 낙서문학 때문이죠. 그가 낙서문학을 했을 당시에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가 죽고 한참 뒤에 모두들 그의 낙서문학을 떠받들고 있어요. 과거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요?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어쩐지 사기 같단 말입니다.
--- p.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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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에 빠져 사는 오버로드/가에게 어느 날 고등학교 동창 민우가 술을 마시자며 전화를 한다. 민우가 며칠 전 갔었던 단란주점의 여종업원을 다시 보고 싶어 오버로드/가를 불러낸 것이었다. 오버로드/가는 머릿속으로 계속 방어와 학살이 난무하는 스타크래프트를 하며, 민우와 함께 단란주점에서 술을 마신다. 그러던 중 민우가 화장실에 간다고 나가서 사라져버린다. 홀로 남겨진 오버로드/가는 태도가 돌변한 단란주점 종업원들 속에서 고초를 겪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데, 그 전쟁에서마저 위기에 몰리게 되자 비겁한 방법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게임을 이끌어 간다.
안 돼, 나는 패배할 수가 없어 나는 인간이야. 인간이 게임에서마저 질 수는 없잖아. 나는 패배하지 않아. 인간이니까. 이렇게 부르짖으며 오버로드/가는 최후의 꼼수를 썼다. 그 어떠한 말로도 설명할 수가 없을 정도로 비겁한 방법이었다. 치졸하고 졸렬한 방법. 게임을 재출발하도록 조작해버린 것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도록. 패배했으면서도, 패배했다는 메시지가 떠오르기 전에 재출발함으로써,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뻔뻔함의 극치. --- p.2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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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에 대한 폭로, 모순에 대한 증언, 세상을 향한 조소들로 지금, 그의 소설은 시끄럽다!
설마…… 했던 모든 부정과 혹시…… 했던 모든 의심에 대한 위험한 상상력으로 낯선 이야기에서 익숙한 풍경을 펼쳐 보이는 김종광 새 소설집 『낙서문학사』 모름지기 “소설전사(戰士)”가 되고자 했던 그에게 있어, 소설이란 언어를 향유하고 즐기면서, 서로 소통·교감하는 난장(亂場)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김종광은 이 난장을 실험할 수 있는 소통 전략으로, 발화로써 소설 텍스트의 가능성을 새롭게 열어가고 있다. __최성실(문학평론가)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강력한 서사구성으로 동세대 작가들과 확연하게 차별화되며, 데뷔 때부터 주목 받아온 작가 김종광의 새 소설집 『낙서문학사』가 6월 23일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2002년에서 2006년 사이에 씌어진 아홉 작품을 모은 이 소설집은 『경찰서여, 안녕』 『모내기 블루스』 이후, 김종광이 소설가로 데뷔한 지 9년째가 되는 해에 나온 그의 세번째 소설집이다. 9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제2의 이문구’로 불리며 문단의 호평을 받은 작가 김종광. 하지만 그는 누구의 아류나 제2의 누구로 불리는 것을 거부하고, ‘프로작가’와 ‘소설전사’를 부르짖으며 꾸준히 자신만의 색으로 김종광만의 소설을 만들어가고 있다. 능숙한 충청도 사투리 구사와 단단하게 짜여진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소설을 한 번 잡으면 쉽사리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재미와 웃음을 무기로 말이다. 표제작은 일종의 연작소설로 이루어진 「낙서문학사 창시자편」과 「낙서문학사 발흥자편」으로, “작가, 재생산, 수용이라는 미적 모델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전무후무한 소설”(문학평론가 최성실)로 평가되고 있다. 이 작품은 전작 『모내기 블루스』에 실린 「언론낙서백일장」에서 이미 접한 바 있는 ‘낙서문학’의 사적 기원을 밝히는 셈이라 할 수 있는데, 문학과 문학을 둘러싼 여러 구조에 대한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 여러 인물들의 목소리를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시켜나감으로써 “심층적인 차원에서 말, 사유, 지식 등 사회적 의사소통 형성 과정이 어떻게 개개인의 입장을 표현하는 복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본의 흐름 속에 포섭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를 보여준다.” 이것은 또한 지금까지 그의 전작들과 구분되는 이번 소설집의 매력이라 할 수 있으며, 그의 소설을 기다려왔던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그가 가진 이야기의 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소설집의 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 최성실은 『낙서문학사』가 “육체와 부딪치는 물질적인 노동뿐만 아니라, 비물질적인 노동을 둘러싼 자본의 흐름과 이에 대한 성찰, 그리고 근대 문학 탄생 이후 반복되어온 미적 모델의 생산 과정, 사회적 소통까지를 아우르면서 ‘지금’ 한국 문학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놓고 있”다고 피력하면서, “문학적 상상력만은 자본의 논리에 포섭되지 않는 미적 생산의 특수성, 근원적 자율성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작가의 진중한 전언은, 문학의 윤리적 과제와 맞물려 있다는 면에서도 의미심장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따라서 “아마도 『낙서문학사』는 지금까지의 한국 문학에서 발화 중심의 다중 서사 미학과 문학사회학의 감각적 상상력이 어우러진 보기 드문 소설로 기록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놓는다. 이번 소설집은 표제작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품들이 제 빛을 발하며 독자의 시선을 끈다. 의미 없는 해외여행의 실상을 폭로하는 「율려 탐방기」를 비롯하여, 게임과 현실이 교차하며 긴장감을 더하는 「단란주점 스타크래프트」, 구조적 모순 속에 망징패조가 그치지 않는 어느 기업의 모습을 그린 「쇠북공기전 망징패조편」 등은 김종광이 만들어낸 가상의 공간에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우울한 단면이 재미있게 표현되었다. 특히 그의 데뷔 시절, 소설가 이순원이 한 말처럼 “나이가 젊을수록 내남없이 투항하고 있는 국적 모를 현대성과 세계화의 미신 속에 21세기 헤비메탈을 자기만의 뽕짝조로 패기 있게 불러제키는 작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 「낭만 삼겹살」은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원곡보다 더 가슴 저릿하게 개사한 것이 압권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김씨네 푸닥거리 약사」에는 실재 작가의 아버지가 쓴 소설이 액자소설의 형태로 들어가 있어 재미를 더한다. 한편 월드컵 열기로 뜨거운 요즘, 작가가 축구와 월드컵을 사랑하는 전 세계인에게 보내는 서정시라고 자부하는 작품도 눈에 띈다. 신문 기사의 형식을 빌려 혼돈 속에 종말을 맞는 율려의 하루를 담은 『절멸의 날』이 그것. 축구와 섹스로 얼룩진 율려의 마지막 하루가 그려진 이 작품에는 단 한 장의 사진도 나오지 않지만,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이 눈에 보이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독특한 상상력과 견고한 서사가 빚어낸 김종광의 낯선 이야기 속으로 가만가만 들어가다 보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익숙한 풍경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는 냉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의뭉스럽게 풀어내며, 그 어떤 소설보다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는 것이다. 이 노련하고 재치 넘치는 관찰자가 또 어떠한 상상력으로 그의 눈에 비친 세계의 모습을 풀어낼 지, 이번 새 소설집이 앞으로의 그의 행보를 더욱 기대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