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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물고기
이평재
문학동네 200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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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마녀물고기
2. 아가위나무의 우울
3. 거미인간 아난시
4. 푸른고리문어와의 섹스
5. 마술에 걸린 방
6. 거울 앞에 선 아나스타시아
7. 불가사리 냄새
8. 마야
9. 만다라케 언덕에 서다
10. 해설 나는 누구인가
11.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특유의 신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환상소설의 심미적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탐문해온 소설가. 화가 생활을 하면서 소설 습작을 하던 이평재는 1998년 단편소설 「벽 속의 희망」이 〈동서문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본격적으로 소설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0년 「리아논의 새」로 올해의 좋은 소설, 「마녀 물고기」로 2001년 한국일보 문학상 후보 및 동아일보 ‘문학 뉴웨이브’에 선정되었다. 2007년 「그린스네이크 동물지」 외 단편소설 등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예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소설집으로 『마녀 물고기』, 『어느 날, 크로마뇽인으로부터』가 있다. 현재 문학비단길 동인이며 예술
특유의 신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환상소설의 심미적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탐문해온 소설가. 화가 생활을 하면서 소설 습작을 하던 이평재는 1998년 단편소설 「벽 속의 희망」이 〈동서문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본격적으로 소설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0년 「리아논의 새」로 올해의 좋은 소설, 「마녀 물고기」로 2001년 한국일보 문학상 후보 및 동아일보 ‘문학 뉴웨이브’에 선정되었다. 2007년 「그린스네이크 동물지」 외 단편소설 등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예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소설집으로 『마녀 물고기』, 『어느 날, 크로마뇽인으로부터』가 있다. 현재 문학비단길 동인이며 예술서가의 기획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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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58g | 153*224*30mm
ISBN13
9788982814006

책 속으로

뭔가,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의 말을 어디까지 믿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내 몸 안에 자신의 집을 짓겠다니,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사람의 모습을 극사실로 그려놓고 '나는 전갈이다'라는 제목을 붙인 어느 초현실주의자의 그림만큼이나 나를 헷갈리게 하는 말이었다. 나는 배란통 때문에 묵직한 느낌이 드는 아랫배를 손으로 쓸어내리며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했다. 내 몸 안에 집을 짓겠다는 것이 나와 섹스를 하겠다는 거라면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라니, 그가 진정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란 말이가. 인체에 붙어사는 기생충도 아니고, 바이러스도 아니과, 곰팡이나 진드기도 아닌데 어떻게 내 몸 안에 자신의 집을 짓겠다는 것인가

소라, 소라, 소라.
오늘도 그는 어김없이 '풀숲이 기어왔다'는 뜻의 아프리카 말로 신호를 보내며 나의 방으로 들어왔다. 자신을 거미인간 아난시라고 주장하는 사람, 그는 또다시 시간이 없다는 얘기를 꺼내며 사뭇 초조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제 비로소 내 마음에 드는 소설을 완성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흡족해진 나는 그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보내며 자판을 열심히 두드렸다. 빨리 소설을 마무리하여 그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는 뒤통수를 호되게 얻어맞은 사람처럼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느닷없이,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한 약속을 잊은 건 아니겠지? 하는 말을 꺼냈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나는 그에게 한 가지 약속을 했었다. 그러니까 그날, 문학잡지 한 권을 손에 펼쳐들고 나를 찾아온 그는 이게 당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퍼뜨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야, 하고 나에게 말했다. 상당한 상금이 걸린 장편소설 문학상 공고문이었다. 한 달 남짓 남은 가간 동안 무슨 수로 장편소설을 쓴단 말인가. 나는 그가 나를 놀리는 게 아니가 싶었다. 때문에 그에게 선뜻 대답을 못 하고 어이없는 웃음만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그가 당신이 원한다면 방법이 있어, 하고 나를 부추겼다. 나는 정말 황당했다. 하지만 그 당시 나에게 그것보다 더 달콤한 유혹은 없었다.

--- pp.57~58

출판사 리뷰

새로운 상상력, 새로운 목소리의 출현
1998년 <동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이평재의 첫 소설집 『마녀물고기』이다. 인간 욕망의 바닥을 신화적 상상력과 정신분석학적 탐구의 자장 속에 끌어들여 그로부터 소설의 서사를 인공적으로 빚어내는 이평재의 작업은 진정성과 내면 탐구, 혹은 현실 비판적 리얼리즘을 중심축으로 하는 기왕의 한국소설 문법을 다분히 의도적으로 비껴서 있다는 점에는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그간 여성작가들이 보여준 조심스럽고 수동적이기까지 한 소설언어와 상상력을 생각해보면 이평재의 작업은 일탈적이고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따라서 신화적 상상력의 과감하고 폭넓은 도입, 환상과 현실의 경계 지우기, 시원적 욕망 탐구로서 성애 행위의 대담한 주제화, 인공적인 서사의 조직 등에서 이평재의 전략적 글쓰기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신예 작가의 첫 소설집인 만큼 앞으로의 차분한 주시가 필요하겠지만, 우리는 지금 주목할만한 새로운 목소리의 출현을 목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평재의 『마녀물고기』에는 표제작 「마녀물고기」를 비롯한 중단편이 실려 있다. 문학평론가 서영채씨는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마녀물고기와 거미인간, 푸른고리문어 그리고 여자들의 엉덩이를 수집하는 남자와, 날아가는 갈매기떼 모양의 멋진 치모를 가진 여자, 이야기의 신에게 영혼을 파는 소설가와 어미니의 자궁 속으로 되돌아가버린 임산부 등은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강렬한 엑스터시의 섬광들을 포착해내고 있다. 이평재는 그 섬광이야말로 사소화되어가는 우리 삶에 신령한 자양이 될 수 있음을, 한 탈출구가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며 이번 작품집의 의미를 정리하고 있다.

작가 스스로는 자신의 글쓰기를 "파격을 위한 파격이 아닌, 뭔가 자연스럽지 못한 것들에 대한 파격을 꿈꾸는 기질적 작업"이라 정의하고 있는바, 한국소설의 지평을 확장하고 갱신하려는 남다른 의욕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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