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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책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두번째 책 쾌락의 정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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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의 정원』이 미술사상 가장 의미심장하고 매혹적인 수수께끼인 이유는. 그림이 세폭제단화라는 종교 회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그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정통 가톨릭 교리에 어긋나는 것들로 가득하다는 데 있다. 자신의 그림만큼이나 비밀에 싸인 화가 보스 본인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림의 비밀을 무덤 속으로 가져갔으니 그에 대한 후대 사람들의 상상력은 더욱 요동을 칠 수밖에 없다.
알려진 게 적은 만큼 그에 대한 추측도 분분하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주장부터 이단 종파의 일원이라든가, 연금술을 행했다든가, 성적 강박에 사로잡힌 환자였다든가 하는 다양한 주장이 난무한데 이는 각자 나름의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그 가운데 그가 이단이었다는 견해를 대표하는 인물은 히로니뮈스 보쉬 해석으로 유명해진 독일 미술사가 빌헬름 프렝거다. 프렝거는 『쾌락의 정원』이 아담파라 불리기도 하는 비밀단체, ‘자유정신형제회’의 수장인 실존 인물 야코프 반 알마엔힌의 주문에 따라 그려졌다고 주장한다. 소설 속에도 등장하는 알마엔힌은 유대인이면서 가톨릭으로 개종했는데 그 세례식에 왕과 공작 등 유럽의 세력가들이 대거 참석했다고 하며, 인격이나 학식이 매우 뛰어났던 대학자였다. 아담파는 인류가 타락 이전의 아담과 이브가 누렸던 ‘순수한 섹슈얼리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쾌락의 정원』의 중앙 패널이 그러한 지복의 상태를 표현한 것이며, 보쉬도 아담파의 일원으로서 그 속에 자신의 자화상을 그려 넣었다는 것이 프랭거의 주장이다. 프랭거는 알마엔힌과 보쉬의 관계만 밝혀내면, 모호하고 모순적으로 보이던 그림 속 요소들이 사실은 완벽하게 해석 가능한 지적 계획에 따른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랭거의 학설이 세상에 빛을 본 것은 1975년으로, 『보쉬의 비밀』을 쓴 작가 페터 뎀프가 열여섯 살이던 무렵이다. 이 년 후, 열여덟 살이 된 뎀프는 그림 『쾌락의 정원』을 난생처음 보고 이에 완전히 사로잡히고 만다. 그 후 이십여 년 동안 그림과 이를 둘러싼 비밀에 대한 호기심을 내내 마음속에 품고 있던 뎀프는 마흔 살이 되던 해, 프랭거의 이단적 해석을 하나의 주요 축으로 삼아 한 편의 예술 추리소설을 써내려갔다. 그러나 이야기는 그뿐만이 아니라 또 다른 논쟁적인 국면이 정교하게 얽혀 있다. 이야기가 대강 이렇게 맞춰지겠구나 생각하는 순간 작가는 독자들의 짐작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다시 환각의 퍼즐 속으로 빠뜨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