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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철 정진 잘합시다
2. 햇출가 햇스님 3. 치문리 일기 4. 혼자 하는 삭발 5. 지대방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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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둠이 어슴푸레 남아 있는 이른 아침부터 수각 주위는 삭발준비로 부산하다. 손에 잡히는 것 없이 그저 까칠까칠하기만 한 머리를 잘도 깎아 내리는 것을 보면, 입산하면서부터 줄곧 해 오던 손 놀림이라 그런 모양이다. 삭발하는 동안에 막 출가하여 긴 머리카락을 툭툭 잘라 내던 시절을 되돌아보며 아련한 기분에 피식 웃는 스님네도 있겠고, 대야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보름 동안의 수행을 읽는 도반도 있으리라.
삭발을 할 때에 솜씨가 좋다는 말을 들으려면 머리카락을 얼굴에 묻히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머리카락이 억센 스님도 있고, 부드러운 스님도 있는데, 이렇게 저마다 다른 모발의 성질에 따라 칼의 높이를 잘 조절할 줄 알아야 풋내기 햇중이란 소리를 듣지 않는다. 어릴 적 밤송이처럼 자란 머리를 빡빡 깎으면 허옇게 비듬이 드러나곤 했는데, 게으름이 비듬으로 드러난 것 같아서 부끄럽던 그 때처럼, 지금도 나태와 방일의 흔적이 머리에 드러날 때면 귓볼이 뜨거워 온다. 수행자에게 머리는 자기 수행의 거울이니, 머리를 통해 심전을 일구는 모습도 조금쯤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날마다 매만져야 하는 부지런함이 따라 주어야 하고 또 유행과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가끔씩 바꾸어 주면서 신경을 쓰는 것이 머리 모양이다. 어떤 사람들은 머리를 깎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곧잘 하지만 대부분 삶의 넋두리로 그치고 마는 것은 머리처럼 송송한 세상의 인연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 p.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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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빗소리는 시끄럽지 않아서 멋이 살아나는 게 아닐는지요. 기왓골을 타고 흐르는 낙숫물 소리를 듣습니다. 내 감각들이 잠시 투명해지는 기분입니다. 눈은 아직도 좋은 것만 즐겨 보려 하고 귀는 지금껏 아름다운 소리에만 길들여져 왔습니다. 아침 공양을 끝내고 선방에 오르다 그만 바지가랑이가 터졌다. 그 스님은 이렇게 투덜거렸다.
'에잇, 터지라는 도는 터지지 않고 애꿎은 바지는 왜 터지뇨.' ---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