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John Fowles
존 파울즈의 다른 상품
정영문의 다른 상품
|
<에보니 타워>(흑단탑)는 아이보리 타워(상아탑)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현대 미술의 모호함을 상징적으로 비유한 표현이다. 「에보니 타워」에서는 예술가 헨리 브리슬리가 사실성을 잃어버린 채 극단적인 형식성만을 추구하는 현대미술을 비판하고 있다. 나아가 극단적인 기하학적 형태만을 추구한 추상미술에 대해, 화가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안전한 방법으로 예술을 하는 방식이라며 통렬하게 비난한다. 미술비평가인 데이비드는 이러한 헨리를 만나러 간 여행을 통해, 이성과 인습과 관습의 틀에 갇혀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엘리뒤크」는 신비스럽고 수수께끼 같은 사라진 문화에 바치는 헌정의 글로, 12세기 프랑스 여류 시인 마리 드 프랑스의 『단시(短詩)』 가운데 등장하는 기사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것이다. 서구 문화의 한 원형을 이루고 있으며, 최근에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켈트족의 신화와 전설에 대한 향수가 짙게 배여 있다. 「수수께끼」는 성공한 기업가이자 정치가인 쉰일곱 살의 존 마커스 필딩의 갑작스런 행방불명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경찰들은 정치적 납치나 스캔들 등 모든 가능성을 타진해 보지만, 영국의 상류층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며 성실하게 살아왔던 필딩에게 오점이란 없었다. 결국 이 사건은 경찰 집안 출신인 젊고 유능한 경사 제닝스에게 넘어간다. 주변 인물을 탐문하는 과정에서, 필딩 부인과 그의 자녀들을 만나게 된 제닝스는 자신과 너무나 닮은 그들의 삶을 거울처럼 들여다보게 되고 거부감을 느낀다. 그러나 필딩의 아들 피터의 여자 친구(이소벨)를 만나게 되면서 소설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는데……. 「불쌍한 코코」에서는 한 작가가 4년 동안 준비한 글을 마무리하기 위해 그동안 모아 두었던 모든 자료들을 들고 런던 근교의 친구네 집으로 가게 된다. 그러던 중 한밤중에 젊은 강도의 침입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이 강도는 허무맹랑한 논리로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하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한다. 게다가 신체적 폭력은 싫다며, 자기가 상대를 묶을 수 있도록 순순히 따를 것을 요구한다. 그 괴상한 강도는 작가에게 신체적 폭력을 행사하진 않았지만, 작가가 4년 동안 모은 자료들을 모두 불태워 버린다. 그는 어떻게 그 오두막으로 오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는 왜 책을 불태웠던 것일까? 「구름」에서는 섬세한 풍경 묘사와 인물 묘사를 통해 기묘하고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피크닉을 즐기던 사람들의 나른한 오후는 평온한 듯하지만, 어딘지 불안한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듯 보인다. 갑작스런 낚시꾼의 출현과 함께 등장하는 <곧 그 일이 일어날 것이다>라는 문구는 마치 앞으로의 일을 암시하는 듯하다. 사소한 충격에도 박살날 것 같은 아슬아슬한 존재인 캐서린은 예기치 않은 사소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으로도 존재 자체가 균열이 갈 수도 있다는, 인간 존재 자체의 깨지기 쉬운 그 무엇을 상징하고 있다. 등장인물 간의 미묘한 감정들이 보여 주는 불협화음을 통해 이 평화로운 일상이 언제든지 깨질지 모른다는 조마조마한 느낌을 기가 막히게 전달하고 있다. |
|
평화로운 삶 속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다섯 가지 이야기들이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견고해 보이던 일상은 조그만 자극에도 금이 가고, 그 틈을 통해 숨겨져 있던 인간 내면의 욕망이 머리를 든다!
이 소설들에서 중요한 것은 숨겨진 계기들인데, 그 계기들 역시 끝내 완전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그 계기들이 분명한 이성적인 사고나 판단보다는 모호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 <옮긴이의 말> 中 『에보니 타워』의 소설들을 관류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욕망과 그 욕망에 대한 탐구일 것이다. 존 파울즈는 분명하지 않은 어법과 모호한 내러티브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무의식 등 붙들어지지 않는 영역을 다루고 있다. 이를 위해 파울즈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일상을 배경으로 채택하고, 그 위에서 예기치 않은 계기들이 만들어 내는 기묘한 현실들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 이 계기들은 등장인물들의 숨겨져 있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욕망이 고개를 들고 나오는 순간 소설 속 인물들은 고착 상태에 빠지거나 주체의 분열을 일으킨다. 이러한 문제는 표제작 「에보니 타워」에서 잘 그려지고 있다. 『에보니 타워』는 신비롭고 수수께끼 같은 켈트 문화에 대한 진한 향수가 작품 전편에 깔려 있는 가운데, 안정적이고 평온한 듯 보이는 현대인의 일상 속에 숨겨진 신화, 즉 욕망, 그리고 모호함을 그려 내는 놀라운 작가의 역량을 경험할 수 있는 소설집이다. 지독하게 아름다운 묘사를 통해 인상주의적인 이미지를 눈앞에 펼쳐 보이는가 싶다가도, 어느 순간 <소설 속 소설>의 형식을 빌려 초현실적인 느낌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존 파울즈의 어떤 장편소설에도 뒤지지 않는 작가적 역량이 돋보이는 소설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