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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함께한 여행
번역을 마치고 재출간에 부쳐 |
John E. Steinbeck, John Ernst Steinbeck 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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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내 나라를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미국에 관해서 글을 쓰는 미국 작가이지만 나는 실은 기억에만 의존해왔다. 그런데 기억이란 기껏해야 결점과 왜곡투성이의 밑천일 뿐이다. 참된 미국의 언어를 듣지 못하고 미국의 풀과 나무와 시궁창이 풍기는 진짜 냄새를 모르고, 그 산과 물, 또 일광의 빛깔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알지도 못하는 것을 써왔던 셈이다. 이른바 작가라면 이것은 범죄에 해당될 일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내 눈으로 과연 이 거대한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다시 발견해보리라 마음먹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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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국의 여행길에서 발견하는 오늘의 우리
스타인벡이 이 책을 쓴 1960년대는 한국 사람들이 미국을 선망과 동경의 대상으로 본 걸로 치자면 최고조기였다. 그야말로 미제라면 뭐든 다 좋다던 시절이었고, 단연 미국인들의 자부심 역시 하늘을 찌르던 시대였다. 그 시절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미국의 뒷골목을 털털거리는 차를 타고 탐색한 그의 시선이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미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시각은 분명 많이 바뀌었다. 원조하고 원조받는 처음의 일방적 관계와 달리 이제는 경쟁도 하는 관계이다. 더 이상 미국이 막연한 동경의 대상은 아닌 것이다. 미국과 우리의 관계는 아직 우리 안에서도 저울질되는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면서 우리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만큼 미국은 한국 안에 크게 자리 잡고 있는 존재이다. 스타인벡의 여행기는 그런 미국을 우리가 더 근접한 시각에서 살펴볼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있다. 세계의 정세를 좌지우지하는 미국, 해결사이면서 동시에 첨예한 갈등의 근원지인 미국을 알기 위해 더욱 거대 매체에 의지하고 있는 우리에게 스타인벡은 사람을 통해 미국을 보여준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이 아닌 조그맣고 오래된 책 하나가 보여주는 미국 여행기는 그래서 오히려 더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 책에 펼쳐지는 50년 전 미국을 보다 보면 지금의 한국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고도화되어가는 자본주의, 산업화, 그 안 개개인의 모습에서 지금의 한국인이 투영된다. 신기하게도 ‘서구화’라는 말의 의미를 미국의 풍경에서 찾는 것이다. 스타인벡은 여행을 통해 미국이란 나라의 정체성을 찾기를 원했다. 자연의 황폐함과 사회의 모순을 접할 때마다 씁쓸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희망이 있다. 그렇게 여행은 길 위에 펼쳐지는 자신을 둘러싼 있는 그대로의 환경을 포착하고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계기를 준다. 스타인벡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 어디로 떠나는 여행이든 자신에게서 시작하여 결국 자신에게로 돌아오기에 풍경은 그저 뒤로 아스라이 사라질 뿐이라는 것. 이 노작가는 우리의 삶과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에 애정을 가지고 귀 기울이고 바라보길 권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 미국을 모른다. 물론 한국도 모른다. 미국 구석구석 뒷골목을 헤집고 다닌 스타인벡도 여행의 끝에서는 자신의 조국이지만 더욱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다. 그가 말하는 미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리라. 미국과 미국인 그리고 한국의 오늘에 대하여……. 세월을 뚫고 전해지는 번역의 힘 이 책은 1965년에 삼중당에서 출간한 『아메리카 초상』을 재출간한 것이다. 이미 세상을 떠난 번역자 고(故) 이정우 씨가 번역한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한 문장 한 단어 정성스럽게 원전에 충실히 번역한 문장의 고졸한 맛에 흠뻑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존 스타인벡이 여행한 시기의 사회상과 분위기와도 잘 맞아 궁리에서는 새 번역보다는 ‘찰리와 함께한 여행’이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재출간하기로 하였다. 재출간을 위해 유가족들과 연락을 취하였고 생전에 번역자가 존 스타인벡의 이 책을 번역할 당시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직 국제 저작권법에 대해 생소한 시절 이미 이정우 씨는 이미 국제 저작권법을 이해하고 있었고, 또 원저자를 존중했기에 미 대사관을 통해 스타인벡과 연락을 취하여 허락을 받아 번역을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번역 중 의문이 생길 때마다 스타인벡과 직접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한번은 스타인벡으로부터 “미스터 리, 당신이 해석한 문장이 내가 쓰고자 했던 의도보다 훨씬 더 훌륭하니 꼭 그렇게 번역해주기 바라오”라는 답장을 받았을 정도였다고 했다. 진솔한 번역은 세월이 지나도 그 의미가 전혀 퇴색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대상을 더 생생하게 전달하는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우리는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유가족의 뜻에 따라 이 책의 번역 인세는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장학금으로 기부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