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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ning Mank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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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candy@yes24.com)
한 인물이 범죄를 저지르고 이것을 해결하는 일련의 추리 과정이 문학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이며, 최초의 추리문학은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이라고들 한다. 그후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코난 도일, 아가사 크리스티 등 뛰어난 작가가 추리 문학에 매료된 독자들을 끊임없이 흥분시켜 왔다. 올 여름 출간된 스웨덴 작가 헤닝 만켈의 『미소지은 남자』는 추리 문학의 전범을 보여 주며 독자에게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미소지은 남자』는 드라마 <형사 콜롬보>처럼 사건이 일어나는 장면으로 시작되면서 독자는 사건의 전모와 범인을 작가에게 이미 부여받게 되며, 재미의 주 요인은 탐정이나 경찰이 범인을 잡는 과정이 된다.(추리 문학에서는 이를 영국의 `도치서술형(倒置徐述型)' 이라 부른다고.) 주인공은 발란더. 스웨덴 이스타드 경찰청의 범죄 수사관이다. 언론에 보도될 만큼 능력을 인정 받는 유능한 수사관이지만, 1년 전 수사 중에 사람을 죽인 충격으로 방황하다가 결국 25년 간의 경찰 생활에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 그러던 중 그의 친구인 변호사가 은둔지에 있는 그를 방문해 자기 아버지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알리고 도움을 청한다. 발란더는 처음에는 이 청을 거부하지만 집으로 돌아와 신문을 읽다가 뜻밖에 그 친구가 살해되었다는 부고를 접하면서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범인은 알프레드 하더베리. 갈색으로 그을린 얼굴에 언제나 미소를 짓고 고상하고 품격 있는 옷을 입는 50대 남자로서 스웨덴이 지금 같은 복지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하더베리 때문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스웨덴 재계를 대표하는 거부이면서 막강한 권력을 소유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뒤로는 장기 매매를 하려고 살인을 일삼을 정도로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사고 파는, 돈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의 중심에 있는 인물. 발란더는 마치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처럼 거대한 세력에 대항한다. 이 소설은 어둡고 음습하며 허무한 분위기로 일관된다. 주인공 발란더는 아내와 이혼했으며 딸과도 떨어져 산다. 화가인 아버지는 서른 살 아래의 가정부로 일하던 여자와 갓 재혼했으며, 그와의 대화는 늘 언쟁으로 끝난다. 수사 중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은 그의 영혼에 “틀니 하나”를 박아 놓았으며, 그는 그것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의심한다. 무엇보다도 그는 유년 시절 아버지의 그림을 정기적으로 구입한 “비단옷의 기사들”을 기억한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들의 부를 어린 발란더는 동경했지만 그들의 추악한 일면을 발견한 후 그는 그들을 증오하게 된다. 하더베리는 “비단옷의 기사들”의 변주에 다름 아니며, 일명 “비단옷의 기사들” 집단은 근접하기 어려울 만큼 뿌리깊은 악과도 같다. 독자는 수사관 발란더가 더러운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하더베리를 체포하는 과정에 당위성과 함께 강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 발란더의 타고난 직관과 추리력으로 하나하나씩 단서를 캐나가면서 범죄의 실체에 접근해 가는 과정은 추리 소설을 읽는 독자의 기대를 결코 져버리지 않는다. 아울러 스웨덴 경찰이 업무를 수행해 나가는 의사소통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신과 구의 갈등이 있으며, 동료들간의 미묘한 긴장이 있는 스웨덴 경찰의 모습을 건조한 문장으로 현장감 있게 묘사한 것은 소설의 미덕이다. 이 소설은 조여진 활 시위처럼 팽팽한 긴장감과 목표물은 끝까지 추격한다는 추리 문학이라는 장르의 관습을 멋지게 연주하여, 대중적 흡인력과 음모를 밝히는 고발 심리의 충족을 함께 선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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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얼어붙은 미소를 정복해야 할 뿐 아니라, 한 거인을 쓰러뜨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지난 밤 내내 하더베리와의 대화를 되새겼다. 그느 적수의 얼굴을 떠올리고 말없는 미소를 하나의 코드로 해독하려 했다. 한번은 미소에 변화가 나타난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것은 누가 하더베리에게 구스타프 토어스텐손을 추천했느냐는 질문을 했을 때였다. 바로 그 순간 잠깐이지만 그 미소가 흔들렸다.
하더베리도 인간적 약점을 내보이고 벌거숭이 상태, 상처를 입기 쉬운 상태가 된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세계를 여행하면서 지쳐 있는 자의 피로, 자신이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이스타드의 한 경찰관과 만나야 하는 데 대한 곤혹스러움을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게 표시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거인을 넘어뜨려 그 미소를 깨뜨리고 살해당한 변호사에 대한 진실을 알아내려면, 바로 이 부분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p.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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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그는 브레이크를 급히 밟았다.
헤드라이트 불빛에 뭔가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토끼라고 생각했다. 안개 속에 뭔가 움직이지 않는 물체가 있었다. 차를 세우고 원거리 전조등을 껐다. 도로 한복판에 의자 하나가 있었다. 평범한 나무 의자였는데, 그 위에 사람 크기의 인형이 하나 앉아 있었다. 인형의 얼굴은 하얀색이었다. 인형처럼 보이는 사람일 수도 있었다. 그는 경련이 일 듯 심장이 고동치는 것을 느꼈다. 헤드라이트 불빛에 안개가 흩날렸다. 그가 본 것은 헛것이 아니었다. 온몸을 마비시키며 밀려드는 공포도 현실이었다. 백미러를 보았다. 어둠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차를 탄 채 조심스럽게 의자와 인형을 향해 10미터 앞까지 접근했다. --- pp.1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