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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리오 그란데 강을 건너던 7명의 대원들이 사살된 다음이었지만, 그는 얼마 남지 않은 대원들을 모두 모아 놓고 각오를 물었다. 대원들은 체가 모든 권력과 권위를 포기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체가 천식 때문에 혼자서 걸을 수가 없게 되자 말 꼬리를 붙잡고 행군을 계속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또 호흡 곤란에 시달리는 체가 소총의 개머리판으로 자신의 가슴을 쳐달라고 부탁했을 때도 기꺼이 그 부탁을 들어준 사람들이었다. 다른 어떤 게릴라 전사도 그런 투지를 보여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대원들이 어떻게 그런 대장에게 등을 돌릴 수 있었겠는가? 모두들 그를 돕겠다고 앞장섰다.
10월 8일 새벽, 대원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어 산등성이를 향해 행군하고 있었다. 협곡이 얽히고 설켜 바로 옆에 떨어져 있는 아군들조차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먼동이 틀 무렵에 그들이 감자밭을 지나간 직후, 한 농민이 군 당국에 신고를 했다. 순식간에 게리 프라도 살몬 대위가 지휘하는 수백 명의 정부군이 그 지역을 에워쌌고, 전투가 시작되었다. 폼보, 즉 해리 빌레가스가 지휘하는 그룹은 몸을 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체는 다른 두 명의 대원과 함께 전진을 계속했다. 그 순간 오른쪽 무릎 바로 위에 총알이 날아와 박혔다. 시메온 쿠바 ― 그는 체가 일기에서 게릴라로서의 신념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던 대원이었다 ― 는 천식 때문에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다리는 온통 피로 범벅이 된 체를 일으켜 세워 자신의 등에 업었다. 쿠바가 자신의 대장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들춰 업은 것은 다분히 감동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세 병의 군인이 그들을 조준하자, 이 볼리비아인은 이렇게 외쳤다. "빌어먹을, 이 분이 바로 체 대장님이다! 너희들도 이 분을 존경하게 될 거야!" 다음 순간 벌떼처럼 덤벼든 군인들이 그들 두 사람을 생포했고, 이어서 '치노' 창이 체포되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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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쾌청한 일요일 아침이었다. CIA요원 팰릭스 로드리게스가 가지고 있던 펜텍스 카메라가 체의 마지막 모습 세 컷을 필름에 담았다. 볼리비아 정부는 체가 전사한 것이 아니라 처형당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그 사진을 몇십년이 지나서야 공개했다. 수갑을 채운 두 손은 앞으로 모아져 있고, 머리칼은 뒤로 넘겨 말총처럼 묶여 있으며, 그의 셔츠에는 단추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 맨 가슴이 드러나 보인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무장이 해제된 게릴라를 죄수로 둔갑시켜 버렸다. 그들은 이 사건을 군사상의 승리가 아니라 범죄자를 체포한 것으로 포장하고 싶었던 것이다. 반란자는 밝은 햇살 아래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체는 게릴라의 야행성에 대해 아주 감동적이고 낭만적인 문구를 남긴 바 있다. 그런 그가 햇살 아래 노출되어 있다는 것은 곧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고, 이런 두 가지 요인은 그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를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체는 카메라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의 삶은 끝나지만, 혁명이 남긴 사진들은 그의 인생 한가운데 자리잡게 된다.
--- p.1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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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출신인 체 게바라는 유서깊은 역사를 가진, 부유한 가문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런 그가 가난한 인민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총 한자루에 목숨을 의지한 채, 혁명에 맨몸으로 뛰어들었다는 것은 언뜻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여러 부분에서 평범한 보통 사람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면모를 보이는데 그런 부분들은 그의 죽음 이후 그를 더욱 빛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어렸을 때부터 앓아온 천식은 그를 평생 괴롭힌 대상이면서도 특이하게도 그의 삶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코드로 작용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대담한 행동과 돌파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천식으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그는 천식환자들에게는 절대 금지인 럭비를 하는 등 그때부터 이미 자신에게 닥친 운명을 피해가기보다는 맞서 싸우는 쪽을 택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감행(?)한 4,500km에 달하는 긴 여행은 이후 그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는 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결정짓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게릴라 투쟁에 가담하게 되면서 쿠바혁명을 승리로 이끈 혁명가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처음 혁명을 시작할 때 자신이 원하는 건 혁명이 끝나면 다시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라고 말했던 체는 혁명 이후 정말로 모든 권위와 명예를 버리고 다시 콩고 오지로 들어가게 된다.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건 정부 고위관계자나 사상가가 아니라 시대를 품는 진정한 혁명가로서의 게릴라 전사였기 때문이다. 그의 파란만장한 삶은 짐짓 권태에 빠지기 쉬운 현대인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