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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을 꾸려 라반이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탈출해야 하는데 한가히 라반의 신상을 도적질해 가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식솔들이 많으므로 혹 그런 일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야곱은 아무도 그런 일은 생각지도 못한 것으로 여겼다. 무사히 모든 재산을 라반의 집과 그의 세력권에서 빼어내는 것이 너무도 급하였다. 그런데 한가로이 그 집의 신상을 찾아 들고 나온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라반은 주도면밀한 사람이어서 야곱이 도망가면서 어떤 것들을 도적질해 갔는지를 다 살펴보고 나왔다.
라반은 그 중에 가축들을 다 가져간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기의 사당에 있는 신상이 없어진 것을 먼저 발견하여 더욱 화가 났다. 그러므로 신상을 도적질한 것을 책망하고 내어놓으라고 하였다. 신상은 야곱의 품삯에 들지 않으므로 들고 도망갈 아무런 권리도 없었고 더구나 남의 신상을 가져가는 것은 그 집의 혼을 가져가는 것이요 또 모든 재산에 대한 권리를 가져가는 것과 같았다. 그러므로 이것을 인해 야곱을 책망하였다. 감히 야곱이 아니면 누가 그렇게 신상을 도적질해서 달아날 수 있겠는가. 재산만 가지고 도망가도 용납하기 어려운데 자기의 신상을 도적질하였으니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하였다. --- p.2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