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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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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candy@yes24.com)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나무들 때문에 한낮에도 늘 어두울 것 같은 깊은 숲속, 그곳의 새를 닮은 기묘한 종족을 마치 유채화처럼 두텁게 표현해 낸 하드커버가 먼저 눈길을 끄는 이 책,『미사고의 숲』은 완성도 높은 환상 소설이다. 이 책의 역자이며 환상 문학 평론가인 김상훈 씨의 말을 빌리면 “『미사고의 숲』은 신화의 원형과 `숲'으로 상징되는 종족 무의식의 본질을 유려하고 치밀한 문체로 형상화한 걸작”이며 “20세기 환상 문학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소설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영국작가협회상, 영국SF협회상, 세계환상문학상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영국 본토와 프랑스 브르타뉴의 일부에는 인류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채 수천 년의 세월을 넘어 면면히 살아 숨쉬고 있는 태고의 `숲'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제 2차 세계 대전이 종결된 후 군에서 제대, 라이호프 숲의 가장자리에 있는 옛집으로 돌아온 스티븐은 오랜만에 만난 형 크리스찬의 기묘한 행동에 의구심을 느낀다. 오랜 기간에 걸쳐 강박적으로 라이호프 숲의 내부를 조사했던 박물학자인 아버지처럼 그도 이 숲에 매료된 나머지 `숲'이 만들어 낸 소녀 귀네스의 환영을 찾아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형은 아버지처럼 행방을 감춘다. 홀로 남게 된 스티븐은 아버지가 남긴 일기를 읽고, `숲'에는 사람의 무의식적인 사고를 실체화하는 불가사의한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신화에서 빠져 나온 듯한 모습을 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고대의 언어를 말하는 숲의 소녀 귀네스가 스티븐 앞에 모습을 나타내고, 그들은 격렬한 사랑에 빠지는데... 미사고(mythago)는 미스(신화, myth)와 이마고(imago, 심상)의 합성어로 이상화된 신화 속 등장 인물의 이미지를 의미한다. 이러한 이미지를 지금 눈 앞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실체로 만드는 힘이 라이호프 숲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 힘으로 말미암아 로빈 후드 신화의 모태가 되는 활을 쏘는 남자가 출몰하기도 하고 고대의 전사로 추측되는 청동제 투구를 쓴 사내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아버지, 형 크리스찬, 그리고 나 스티븐을 숲의 중심을 향해 전진하게 만드는 `대지의 여신'귀네스가 헉슬릭 가(家)의 고독한 세 남자 앞에 나타난다. 전체적으로 보면 『미사고의 숲』은 어떻게 신화가 만들어졌나를 소설적으로 풀어본 신화 생성담이라 할 수 있다. 이 신화 생성담은 헉슬리 가(家)의 세 남자와 아름답고 신비로운 소녀 귀네스와의 구체적이고 생생한 사랑을 원동력 삼아 아주 리얼하게 그려져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인간의 유산으로 남아 배워야 할 대상이 되어버렸다면, 현재에 존재하는 인물이 태고의 숲을 탐험하고, 고대의 전사들과 싸우며, 수렵과 야영으로 가까스로 생명을 유지하다 끝내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과의 사랑을 완성시켜 결국 자신 스스로가 다른 시대의 사람들에게 `신화'가 되어버리는 이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그러한 일이 벌어지리라는 상상을 안겨 줄 정도로 사실적이고 설득력이 있으며 흥미진진하기가 이를 데 없다. 영국인들의 잠재의식을 타고 흐르는 신화적 세계관도 자연스럽게 맛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로버트 홀드스톡은 노스 웨일스 대학 재학 시절에 20세의 나이로 문단에 데뷔하였다. 그후 의대에서 의료 동물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1974년까지 의학 연구에 종사하면서 많은 단편을 썼다고 한다. 『Travellers』(1976)라는 중편으로 호평 받은 후, 『Eye Among the Blind』(1976), 『Earthwind』(1977) 등의 장편으로 작가적 위치를 굳혔지만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가져다 준 작품은 1984년 발표된 본서 『미사고의 숲』이다. 신화와 현실이 만나는 라이호프 숲을 무대로 인간과 신화적 존재들을 에워싼 사랑, 증오, 모험을 환상적이면서도 리얼하게 그려낸 이 소설은 소설 즐겨 읽는 사람들은 물론 신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도 강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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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당장 산장으로 돌아오게. 한시도 지체하지 말고! 숲 내부의 길숙한 영역으로 이어지는 네 번쩨 통로를 발견했네. 시냇물이었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수로가 존재한단 말일세! 이 시내는 바깥쪽의 물푸레나무 와륜을 직접 관통해서, 소용돌이의 오솔길과 <돌 폭포>너머로 이어지고 있네. 이것을 이용하면 숲의 심장부로 진입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네. 그렇지만 예나 지금이나 문제는 바로 시간, 시간이야! --- p.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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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모든 생물은 에너지의 오라로 둘러싸여 있다고 믿고 있었어 - 사람의 경우에도, 어떤 종류의 조명을 받으면 희미한 빛을 발하는 것을 볼 수 있지. 저 고대의 숲, <원초의 숲>에서는, 집적된 오라는 그 이상의 것, 극히 강렬한 그 무엇인가를 형성해. 우리의 무의식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일종의 창조적인 장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아버지가 프리 미사고라고 부른 건 우리들의 무의식 속에 있어 - 여기서 미사고란 미스(myth, 神話)와 이마고(imago, 心象)의 합성어이고, 이상화된 신화 속 등장 인물의 이미지를 의미해. 이런 이미지는 자연 환경 속에서 실체화되지. 피와 살, 의복, 그리고 - 너도 봤다시피 - 무기 따위를 가지고 말이야. 이상화된 신화의 형태인 영웅상은 문화적인 변천과 함께 변화하고, 그 시대 특유의 정체성과 기술을 취하게 돼. 아버지의 이론을 따른다면, 한 문화가 다른 문화를 침략할 때면 영웅들이 출현하는 거야. 그것도 한 장소가 아니라 여러 장소에서! 역사학자들과 전승 연구가들은 브리튼 인들의 아서와 로빈 후드가 정말로 살고 싸웠던 곳이 어디인지에 관해 논쟁을 벌이지만, 그들이 많은 장소에서 동시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어. 그리고 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미사고의 심상이 형성될 경우, 그것이 그 시대의 모든 사람들 속에 형성된다는 사실이야...... 그리고 그들이 더 이상 그것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면, 미사고는 우리의 집합 무의식 속에 그대로 남게 돼. 그리고 세대를 넘어서 전승되는 거지.
--- pp.61-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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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초의 숲과, 얼음의 숲과, 돌의 숲과, 높은 산길과, 불모의 황야에서 사는 여자 사냥꾼이다. 나는 달과 토성의 딸이다. 시디신 약초가 나를 치유하고, 쓴 과즙이 나를 부양하고,반짝이는 은과 차가운 철이 나를 지킨다. 나는 언제나 대지 안에 있었고, 대지는 영원히 나를 부양해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영원한 여자 사냥꾼이기 때문이다. 내가 너희들, 페레더와 아홉 사냥꾼들을 필요로 할 때는, 나는 너희들을 부를 것이고, 내가 부르는 사람은 누구든지 가야한다....
--- p.1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