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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혼질성
2. 원저자성 3. 저작권 4. 문화적 정체성의 형성 5. 문학의 교육론 6. 철학 7. 베스트셀러 8. 세계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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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구성하고 있는 여덟 개의 장은 언어, 문화, 역사, 법제, 학제, 경제, 교육, 지정학 등 번역을 둘러싼 다기한 양상들을 다루고 있다. 각 장의 내용을 간략히 개괄하자면 다음과 같다.
제1장(<혼질성>)에서 저자는 우선 자신의 이론적 근거 및 윤리적 입장부터 밝힌다. 그것은 이상적인 발화 상황 속에서의 두 텍스트 간의 투명한 소통을 전제로 하는 언어학적 번역 모델의 한계를 비판하고 <모든 문화, 언어적 상황의 혼질성을 근본 전제>로 삼는 <문화적 물질주의의 방향>으로의 번역 이론이다. 또 <한 미국 번역가>로서의 자신의 번역 윤리는 번역 텍스트의 <혼질성>, 즉 외국 텍스트의 차이를 드러냄으로써 지배적 가치의 고착화에 저항하는 <소수화>를 위한 것임을 이탈리아 소설가 타르케티에 대한 자신의 번역을 통해 보여 준다. 제2장(<원저자성>)에서는 현재 번역 폄하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원저자 개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루어진다. 특히 19세기 말 프랑스 작가 피에르 루이스의 의사 번역(擬似飜譯) 분석을 통하여 한 작품은 <원저자>의 <독창성>의 표현이라는 서구 문화의 신화를 분쇄하고, 대신 <원저자성>의 파생적?집단적 성격을, 거꾸로 말해서 번역의 원저자성을 보여 준다. 제3장(<저작권법>)에서는 이 원저자 개념에 기반을 둔 현재의 <저작권법>이 번역을 홀대하고 있는 사실을 밝히고, 그 원인을 역사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역사 가운데 보편적인 사실이었다기보다는 서구 낭만주의와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확대되어 온 현대의 특수한 현상에 불과함을 보여 준다. 나아가 과거의 판례들 속에서 이러한 원저자 개념 및 그에 따른 저작권 개념을 대체할 수 있는 개념들을 찾고 해결책들을 제시한다. 제4장(<문화적 정체성의 형성>)에서는 번역의 사회?문화적 효과를 논한다. 번역은 양 방면으로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첫째는 외국 문화 재현의 영역에서, 둘째는 자국적 주체성 형성의 영역에서이다. 이러한 번역의 정체성 형성 과정은 몇 가지 사례(아리스토텔레스, 일본 문학, 성서 번역)의 분석을 통해 번역이 어떻게 한 문화의 기존 가치 및 정전을 공고화 혹은 변화시키며, 그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는지를 보여 준다. 제5장(<문학의 교육론>)에서는 특히 영미 문화 속에서 번역의 억압 현상이 그곳의 문화적 나르시시즘 및 정치, 경제적 패권주의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밝힌다. 그리고 이러한 위험을 벗어나기 위해 교실 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윤리적인> 번역의 방향을 제시한다. 제6장(<철학>)에서는 번역되는 철학 텍스트가 어떻게 그것을 전달하는 매체인 언어와 문화에 의해 중개되고 있으며, 번역이 철학에 기여할 수 있는 몫은 무엇인가의 문제를 비트겐슈타인, 하이데거의 번역 등을 통해 개진한다. 제7장(<베스트셀러>)은 2차 대전 이후 미국 등지에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조반니 과레스키의 예를 통해, 자국의 상업적?문화적 이해에 봉사하기 위해 하나의 베스트셀러가 어떻게 만들어지며 또 기능하는가의 문제를 다루는 동시에, 문화적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베스트셀러(<지적 베스트셀러>)의 가능성 또한 암시한다. 7장까지의 내용이 영미 등 <식민 본국>에서의 번역의 주변성과 억압 양상에 대한 고발이 주를 이루고 있다면, 제8장(<세계화>)에서는 이러한 번역과는 차별화되는 근세 이후 발전 도상 국가들에서 이루어진 보다 다양하고도 생산적인 번역 방식들을 소개함으로써, 영미의 번역 문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핀핀, 투투올라, 그리고 특히 린수, 루쉰 등 중국 근대 번역가의 경우를 번역이 어떻게 저항과 문화적 혁신의 수단으로 기능해 왔는가를 보여 준다. 이처럼 이 책을 이루고 있는 내용은 다양하면서도 방대하다. 이러한 특성은 이 책이 저자가 다양한 기회에 발표했던 글들을 한데 취합하여 엮은 것이라는 사실에서도 기인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번역의 문제가 단지 언어의 문제만이 아닌 인간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 전체를 통해 드러나는 저자의 주장은 다수에 저항하는 소수화 지향의 번역 윤리, 다시 말해서 <차이의 윤리>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번역 윤리는 결코 일반화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즉 지역과 상황에 따른 유연한 번역 윤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광범위한 영역과 사례들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 전체의 분석은 적절하고 논지는 일관성과 설득력을 갖추고 있어 실효성 있는 번역 이론과 견고한 번역 윤리를 ― 현 상황에서 얼마나 시급한 작업들인가! ― 제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