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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문화연구를 상상하기
문화민족주의와 문화자본의 논리를 넘어서
이동연
그린비 2006.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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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I부. 아시아 문화연구의 쟁점
1장_글로벌 문화의 도래와 문화자본의 논리
‘내면적 미국화’로서의 글로컬 문화│글로벌 문화의 이론적 쟁점들│‘문화다양성’ 담론과 글로컬 문화자본으로서 한류 비판│맺는말 : 신자유주의 문화세계화를 넘어서
2장_동아시아 문화소통의 조건 : ‘지배’에서 ‘횡단’으로
동아시아를 상상하기│동아시아 문화연구의 현재적 조건│문화교류에 대한 세 가지 이론적 관점 : 지배, 교환, 횡단│동아시아 문화소통의 구상과 기획
3장_아시아 문화연구는 있는가? : 비판적 재구성을 위한 질문들
‘쓰나미 재난’과 문화연구의 발화위치│‘장’으로서 아시아 문화연구│아시아 문화연구의 새로운 도전:‘권역주의’의 담론│국지적 실천과 연대로서의 아시아 문화연구 : 왕샤오밍 교수에게 답함│맺는말 : 급진적 아시아 문화연구는 가능한가?
4장_세계화와 비판적 문화연구의 미래
‘문화다양성 협약’과 ‘APEC 2005’, 그리고 문화연구│WTO, FTA, 그리고 스크린쿼터 : 한국적 상황│세계화 국면과 비판적 문화연구의 딜레마│반세계화 운동과 아시아 문화연대
5장_동아시아 전통연희의 변형과 문화번역 : 한일 ‘가면극’의 교차관계
전통연희의 토착화│전통연희 양식 교류의 두 가지 담론 : ‘기원 담론’과 ‘번역 담론’│동아시아 전통연희에서 ‘가면극’의 문화번역│동아시아 문화번역의 감수성

II부. 아시아 대중문화의 혼종화 :‘일류’에서 ‘한류’까지
6장_한류 문화자본의 형성과 문화민족주의
동아시아에서 한류의 번역 : ‘토착화’와 ‘현지화’│한류 문화자본의 형성과 문화민족주의의 위치│동아시아 내 문화민족주의의 지형│맺는말 : 문화민족주의로서 한류의 불길한 징후
7장_‘아이돌 팝’의 혼종화와 ‘보아’의 흉내내기
아이돌 팝의 탄생과 ‘한류’│‘문화구성체’로서의 보아│‘보아’ 팬덤과 하이틴 스타일 : ‘보아’ 대 ‘효리’│보아의 흉내내기와 문화혼종성의 진실
8장_지금 일본에서의 한류
한류의 힘?│‘일식 한류’의 문화 조건① : 한국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일식 한류’의 문화 조건② : 일본 문화환경의 변화│‘일식 한류’의 문화 조건③ : 전설이 된 「겨울연가」의 특이성│일본에서 한류는 지속가능한가
9장_일본 대중문화의 위치와 ‘문화 아시아화’
‘아무로 나미에’와 ‘배용준’ 효과│글로벌 시대 일본 대중문화의 위치│일본 대중문화 성격 : 혼종성의 양식│일본 대중문화의 세 가지 국면│일본 대중문화의 ‘아시아화’ 전망

III부. 글로벌 아시아 문화지형 : 시장, 도시, 대중
10장_대중문화 속의 아시아주의 : 한류와 아시아 팬덤의 새로운 지형
K-pop과 새로운 팬덤 현상│한류 팬덤과 그 조건들 : 스타와 팬덤 현상│한류 컨텐츠의 문화적 맥락과 팬덤의 상이한 번역들 : 「대장금」 팬포럼 사례│한류 팬덤의 특이성과 우울함
11장_아시아 팝 문화의 지각 변동과 ‘비’의 전성시대
It's Rainy Day in Asia!?│한류의 피드백 효과│연예제작 시스템의 글로벌화 : ‘JYP’와 ‘YG’를 비교하기│이중적 스타일의 융합 : 섹슈얼리티와 센티멘털리티│K-pop의 혼종적인 위치와 ‘비’의 미래
12장_월경(越境)하는 아시아 도시 공간과 동요하는 문화지리
아시아 거대도시의 이중성 : ‘개념도시’와 ‘보행도시’│아시아의 이중도시화, 혹은 중세도시적 요새화│동요하는 글로벌 도시의 정체성 : ‘자본’의 영토와 ‘민족’의 영토│범아시아적 도시 다원주의의 한계들│‘글로벌하되 로컬한’ 도시들의 교통
13장_한류 문화산업과 아시아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재편
2000년 이후 아시아 엔터테인먼트 자본의 문화 동맹들│한국 문화 컨텐츠 산업의 현황│한류 문화산업의 도전과 위협│한류 문화산업의 미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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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

한국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학과 교수다. 중앙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계간 ≪문화/과학≫ 편집인 및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을 역임했다. ‘플랫폼창동61’ 총괄 예술 감독이자 ‘예술세상 마을프로젝트’ 예술 감독을 겸하고 있으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위원과 문화체육관광부 ‘새문화정책준비단’ 단장을 맡고 있다. 문화 이론을 연구하고 문화 운동 현장에서 대안적인 문화 기획을 하며 공연 제작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 대표 저서로서는 『문화연구의 종말과 생성』(2017), 『게임 이펙트: 행복한 뇌를 만드는
한국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학과 교수다. 중앙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계간 ≪문화/과학≫ 편집인 및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을 역임했다. ‘플랫폼창동61’ 총괄 예술 감독이자 ‘예술세상 마을프로젝트’ 예술 감독을 겸하고 있으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위원과 문화체육관광부 ‘새문화정책준비단’ 단장을 맡고 있다. 문화 이론을 연구하고 문화 운동 현장에서 대안적인 문화 기획을 하며 공연 제작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 대표 저서로서는 『문화연구의 종말과 생성』(2017), 『게임 이펙트: 행복한 뇌를 만드는 게임의 문화심리학』(2014), 『문화자본의 시대: 한국 문화자본의 형성 원리』(2010), 『대안문화의 형성』(2010), 『문화부족의 사회: 히피에서 폐인까지』 (2005), 『대중문화연구와 문화비평』(200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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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07쪽 | 570g | 153*224*30mm
ISBN13
9788976829696

출판사 리뷰

<문화세계화 시대 아시아 문화연구의 현재>

1. 문화연구의 제도적 팽창과 정체성의 위기
1980년대 말~1990년대 초반의 사회주의 국가 붕괴 이후, 새로운 담론 구성에 대한 욕구와 맞물려 아시아 문화연구는 외형적 성장을 거듭해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 홍콩, 타이완,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붐을 이룬 문화연구는, 각 대학에 ‘문화’라는 이름을 단 학과들이 속속 개설되는 등 제도적으로 급격히 팽창했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 팽창은 역설적이게도 학술 담론이 하나의 문화적 상품으로 흡수되어 탈정치화되는 결과를 가져왔고, 탈정치화 현상은 탈근대적 문화 정치를 실험하여 새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한 문화연구 본래의 실천적 지위를 약화시키고 말았다.
물론 이런 현상이 곧 문화적 실천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주로 서구의 포스트모더니즘 이론들을 수입하고 소개하는 데 집중했던 아시아 문화연구자들이 1990년대 후반부터 아시아에 대한 ‘지리정치적’ 사고를 하기 시작하여 아시아 각국 문화연구자들의 공동의 관심들, 즉 아시아 내 식민지 근대성의 문제나 대중문화의 흐름, 문화정치적 쟁점 등을 표출하고 있으며, 아시아 문화연구자들의 지식공동체를 지향하는 『인터-아시아 문화연구』가 2000년에 창간되어 꾸준히 발간되는 등, 국제적 담론의 생산을 위한 아시아 문화연구자들의 연대 노력도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문화연구가 단지 하나의 지적인 태도로서, 학술 영역의 한 분과에 머무르며 제도화되는 경향은, 국제적·탈분과적 학문으로서의 문화연구가 극복해가야 할 현실임에 분명하다.

2. 상이한 문화적 유산과 역사적 과정에 대한 검토
오늘날 상하이나 홍콩, 싱가포르, 서울과 같은 아시아의 메트로폴리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보자. 이들은 ‘캘리포니아 피트니스 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하버드 대학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입고, 영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원에 가고, 미국식 패스트푸드 체인점이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는다. 아시아의 글로벌 라이프 스타일의 단적인 모습이다. 생활방식의 동질화를 가져온 이런 문화적 글로벌화는 아시아 지역 내에서 문화적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환경을 제공했다. 그러나 각 나라마다 글로벌화가 안착한 과정과 문화적 유산이 다르다는 역사적 현실은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공동의 감정이나 입장을 가질 수 없을 만큼 ‘차이’를 부각시킨다(예컨대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의 경제적, 문화적 위협을 크게 체감하지 못한 일본이나 싱가포르의 문화연구자들은 문화적 글로벌화에 대한 비판적 관점들을 전통적인 내셔널리즘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소통 가능한 환경과 역사적 유산의 차이라는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이 책의 저자는 “문화적 일상의 차이에 대한 연구로서 대중들의 일상적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교차분석을 통해 당대 동아시아의 일상문화가 어떻게 재조직화되고 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당대 대중들의 일상문화 취향의 차이와 상이한 수용방식을 현장연구를 통해 알게 되면, 아시아 라이프 스타일의 시공간성의 지형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3. 문화세계화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공동 실천의 모색
문화세계화는 자국의 문화가 아시아 지역을 비롯한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문화 관련 정보를 신속히 취득하게 해주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개인들에게 국제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게 하거나 일상의 문화 수용에 있어 양극화를 발생시키는 등 부정적 측면도 지니고 있다. 또한 문화의 세계화가 문화자본의 자유로운 경쟁과 교역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의 경우 ‘스크린쿼터 철폐’와 같은 개방화의 압력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아직까지는 문화세계화에 담겨 있는 것이 미국 자본의 논리와 가치인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저자는 현실적으로 문화세계화가 문화 향유의 양극화를 촉진시키는 신자유주의 사회체제를 피해갈 수 없다면서 문화세계화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문화적 미국화에 대한 대응 및 문화자본의 확장에 대한 저항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그는 특히 동아시아 내 문화산업의 지형이 글로벌화 과정에서 어떠한 체계를 가지고 형성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제도적 과정에 대한 연구가 동아시아 문화산업이 문화교류의 일방향성을 강화하는지, 아니면 교류의 폭과 다양성을 넓히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문화자본의 독점적 논리를 파악하여, 문화세계화가 문화적 삶을 충족시켜 준다는 신화에서 벗어나 자생적 라이프스타일의 설계와 독립적 문화공간 창출의 근거를 마련해 보자는 것이다.

<글로컬 문화자본으로서의 한류에 대한 비판>

글로컬(glocal)은 국제적·세계적인 동시에 지역적·현지적인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로서, 한류는 글로컬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현재 한류의 토착화는 이른바 일식 한류, 중식 한류, 타이완식 한류 등의 특이성을 낳고 있다. 이런 현상을 놓고 저자는 한류가 단순히 한국 소비자를 위해 만든 컨텐츠를 아시아에 파는 수준을 넘어서 아시아 각국의 문화적 조건에 맞게 토착화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한류의 현지화(예컨대 중국의 10대 댄스그룹 신우치의 런칭이나 일본에 보아를 안착시킨 것 등)의 구체적 과정에 대한 언급과 더불어 이를 가능케 한 문화자본의 논리와 한류에 내재해 있는 문화민족주의에 대해 비판한다.

1. 글로벌 자본을 지향하는 한류 문화자본
우선 저자는 부르디외의 논의를 빌려 화폐자본으로 환산가능한 것만이 아니라 자본으로 전환가능한 잠재적 가치들의 총체, 즉 문화산업의 화폐가치를 넘어 그것을 확대재생산할 수 있는 상징적 가치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문화자본을 정의하면서, 한류가 문화의 다양성 관점에서 가치 있는 문화자원으로 기능하기보다는 명백히 문화자본의 형태로 기능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한류가 문화자본에 머물지 않고, 문화세계화의 국제적 실천으로서 문화자원으로 기능하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데 적절한 문화적 자생성을 가지고 있느냐가 한 척도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한류의 문화 컨텐츠는 사실 우리의 고유한 문화정체성을 가공한 것이라기보다는 미국적 스타일과 일본의 스타일을 참고해 변형한 측면이 강하게 나타난다. 즉 한류의 컨텐츠는 그 자체로 독자성을 인정받기보다는 글로벌 문화 형식들을 흉내내고 변용하여 주변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컨텐츠뿐 아니라 한류의 드라마 배급이나 음악산업에서 스타들의 아시아 매니지먼트 방식도 자생적인 배급망을 갖기보다는 현지의 배급사와 연계를 맺는 방식을 취한다. 이른바 비용 대비 효과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자본의 논리만이 관철되고 있을 뿐, 한국 고유의 문화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직까지는 한류 문화산업이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산업이나 팝 음악산업처럼 주변 국가들에게 ‘상품’을 팔기 위해 문화 컨텐츠들을 제작·유통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2. 한류의 문화민족주의적 경향
저자는 홍콩 중문대학의 에인절 린 교수가 분석한 「대장금」 수용사례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며, 한류의 문화민족주의적 경향을 지적한다. 린 교수는 홍콩의 「대장금」 팬사이트와 「대장금」을 수입 방영했던 홍콩 TVB의 웹사이트에서 나타난 중화권 팬들의 다양한 반응들을 분석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장금」 중 명나라 사신이 조선을 방문하는 에피소드나 제주도에 ‘일본’ 군사들이 쳐들어온 에피소드 등을 보면서 중화권 팬들이 ‘위대한 중국, 나쁜 일본, 힘없는 한국’ 등으로 세 국가의 이미지를 정형화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저자는 “홍콩을 포함한 중화권 한류 팬들이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에 심취해 있으면서도, 이른바 ‘위대한 문화중국’이라는 지배적 이미지에 여전히 경도되어 중국과 그렇지 않은 아시아 국가들을 자아와 타자로 구분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린 교수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대장금」이 순수한 드라마 텍스트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장금」 자체의 내용뿐 아니라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등 드라마 외적인 요소들이 그 수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따라서 중화권 팬들은 ‘역사적 텍스트이자 동시대적 텍스트로 「대장금」을 간주하고 자신들의 주체를 위치짓는 담론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보아의 일본 오리콘 차트 석권이나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문화신드롬을 형성한 것 등에 대한 한국 대중의 반응, 일본 내의 혐한류 현상 등도 이런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민족주의는 민족문화의 고유성을 선전하는 것이 아니라 서구로부터 유입한 소비자본주의적인 팝 문화의 토착 형식들을 전자 통신과 같은 첨단 제품들과 함께 제시하면서 일종의 하위 문화자본주의의 위력을 선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 점에서 한류의 문화민족주의는 미국의 팝 문화가 한국의 대중문화 시장을 지배하던 방식에 대한 ‘역재현’이라 할 만하다.―본문 190쪽

저자는 또한 한류에 대한 수용 단계에서만 이런 ‘문화민족주의’적 측면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앞서 언급한 ‘한류 엑스포’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가경쟁력 전략의 히트 상품으로 간주된 한류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의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이해되었고, 이에 따라 한류를 지원하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안이 제출되었다. 저자는 이런 국가주의적 개입이 문화를 매개로 아시아에 대한 정치적·외교적 헤게모니를 행사하려는 목적을 가진다는 측면에서 문화민족주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본다. 특히 ‘베트남, 몽골, 필리핀 등의 아시아 저개발국가로’ 한류 문화자본이 유입될 때, ‘하위 문화제국주의적’ 지배논리를 설파하는 문화민족주의적 성향은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난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국지적 실천과 연대로서의 아시아 문화연구를 위하여>

2005년 10월에 있었던 부산 국제영화제에서는 비슷한 시기 부산에서 열렸던 ‘APEC 2005’를 기념하기 위한 ‘APEC 특별전’이 개최되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한 부산 국제영화제가 줄곧 한국 스크린쿼터의 정당성을 세계에 알려온 중요한 소통의 장이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세계무역 질서의 주축인 APEC의 각료회의를 기념하는 이 특별전은 부산 국제영화제의 본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한국 영화시장의 주류를 구성하는 영화제 관계자들은 이런 부조화를 쉽게 인식하지 못했다.
저자는 이 사건이 ‘반세계화 문화운동이 안고 있는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본다. WTO 체제의 출범과 FTA 등을 통한 문화의 완전개방으로 전지구적 문화생태가 위기에 처한 상황이지만 한국의 문화연구자들은 반신자유주의, 반세계화 문화운동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각 대학마다 ‘문화’ 관련 학과들이 무수히 만들어지고 있고 사회 곳곳에서 ‘문화’의 측면이 부각되는 등 문화연구가 제도적·담론적 붐을 이루고 있는 현실에서 문화연구자들이 세계화에 대해 어떠한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컬한 현상임이 분명하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자 저자는 ‘비판적 아시아 문화연구’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기존의 아시아 문화연구가 한류나 아시아 문화 교류에 대한 비교연구, 텍스트 분석 등에 치우쳐 있었다면 이제는 텍스트 밖 현실과의 연계에 대한 고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시아의 문화연구자들이 문화현상이나 텍스트에 대한 습관적인 논의보다는 왜 모이고 연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비판적 성찰과 담론을 재구성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아시아 문화연구를 학술 영역에서 사회운동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아시아 각국의 지배적 문화정책에 대한 공동의 개입과 비판의 지점을 공유하고, 아시아 민중들의 문화적 권리확보를 위해 투쟁하고, 초국적 미디어 문화자본의 생산체제에 대해 비판하는 등의 급진적인 실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실천들이 뒷받침될 때, 저자의 말처럼 “아시아 내 다양한 문화적 종 다양성을 파괴하고 자발적인 문화생태계를 위협하는 글로벌 문화자본에 대한 저항과, 국가와 자본으로 포획되지 않는 아시아 민중 혹은 시민들의 문화적 감수성을 기록하고 소통하도록 하는 터미널을 구성하는 새로운 문화적 국제주의”의 기획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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