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여는 글 _ 숨어있듯 피어있는 이름 모를 꽃 한 송이
밥은 평화 _ 전남 진도 김종북 장금실 밥은 보약 _ 경남 울산 김제홍 신응희 밥은 하늘 _ 전남 벌교 강대인 전양순 밥은 신명 _ 경북 울진 강문필 최정화 밥은 나눔 _ 경기 화성 야마기시즘 경향 실현지 산안마을 밥은 고집 _ 충북 보은 이철희 강순희 밥은 느림 _ 강원 화천 시골교회 임락경 밥은 똥 _ 전남 승주 한원식 밥은 시 _ 전북 변산 박형진 밥은 기도 _ 경기 벽제 동광원 |
|
20년 이상 유기농업을 일궈 온 이 시대의 대표 농부들
원경선 선생과 함께 풀무원 공동체를 처음 일구었던 전남 진도의 김종북ㆍ장금실 부부, 사라진 벼 종자를 되살려 오행미를 생산하는 전남 벌교의 ‘쌀박사’ 강대인ㆍ전양순 부부, 강원도 화천에서 장애인 비장애인이 어울려 농사짓고 된장을 만드는 ‘시골교회’ 임락경 목사, 무경운 무제초의 자연농법을 실천하며 농작물을 사고 팔지 않고 자급하는 전남 승주의 한원식 선생.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유기농 역사의 산 증인이라 할 만한 이들뿐만 아니라 제초제가 땅을 죽이고 생명을 죽인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닫고 묵묵히 정직한 농사를 지어온 숨어있는 농부들, 무소유 공동체로 널리 알려진 야마기시 경향 실현지 산안마을과 ‘맨발의 성자’라 불리는 이현필 선생의 가르침을 따라 농사를 기도로 여기는 수녀님들의 공동체 벽제 동광원까지, 이 시대의 진정한 농부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의 깨끗한 밥상을 만날 수 있다. 이 시대의 대표 농부들은 어떻게 먹고 살까? 한 발만 나서면 간편하게 다양하고 별난 갖은 음식을 얻을 수 있는 이 대단한 세계화 시대에 이들은 번거롭고 고루하게 몇 날 며칠 걸려 된장 담고 장아찌 만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며, 철철이 나는 채소와 나물을 말리고 삶아 겨울을 난다. 이들의 평범하고 조촐하나 건강한 밥상과 우리 전통 살림살이의 모습이 생생하니 살아 있는 음식문화는 사실 아직도 농촌에는 드물지 않게 남아 있다. 유기농 농부로 20년 넘게 땅을 돌봐온 이들의 오래된 밥상을 만나보자. 스무 가지 곡식으로 지은 밥과 고등어국수 이 집 밥상의 가장 특별하고 화려한 주인공은 밥이다. 들어간 곡식만도 스무 가지는 좋이 된다는데, 멥쌀과 현미와 현미찹쌀은 기본이요, 콩, 수수, 팥, 메밀, 옥수수, 율무, 통밀, 통보리, 밤, 조의 한 종류인 이조, 검정깨 등등이다. 콩 종류만도 일곱 가지라는데, 이 여러 곡식들이 그릇 하나에 담긴 모습을 상상해 보라. 희고, 붉고, 노랗고, 푸른 온갖 색이 어우러들고 점점이 까만 그 모양새와 빛깔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또 그 맛이란. 반숙이 좋다 하여 일부러 뜸을 들이지 않는다더니, 입에 밥 한 숟가락 넣고 꼭꼭 씹노라면, 처음에는 선 밥처럼 풀기없이 까슬까슬하던 것이 씹을수록 차지며 고소하고 단 맛이 우러나온다. 그뿐인가. 입 안에서 톡톡 튀는 가지가지 곡식 낱알들을 헤아리며 깨물어 씹는 것도 입을 즐겁게 하는 일이다. 생선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가 뼈고, 그 다음이 내장, 껍질, 살이라 한다. 그 맛있는 것들을 흔히는 버리고 마는데, 이 집에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인즉, 우선 고등어를 통째로 곤다. 이때 지느러미까지 버리지 않음은 물론이다. 오래 고아 마치 통조림 같은 상태가 되면 여기에 마늘, 파, 양파 같은 기본 양념과 함께 감자나 고구마, 호박, 때로 토란대 말린 것을 넣고 삶는다. 추어탕 끓이는 것과 흡사하니, 시래기를 삶아 넣어도 좋다. 된장으로 맛을 내고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좀 섞어 되직해지면 다시 끓인 다음, 이 국물에 국수를 넣는다. 칼국수가 젖은 경우에는 물이 그리 많지 않아도 되는데, 물이 좀 많다 싶으면 된장을 좀더 넣어도 좋고, 마른 국수일 때에는 물을 좀 많이 넣고 간을 엷게 한다. 봄, 산나물에 취하다 봄이라면 역시 산나물이다. 흔히 냉이를 봄에 제일 먼저 나는 나물로 알지만 냉이는 겨울에도 캘 수 있는 것이고, 이 일대에서 산에 나는 것으로는 홑잎이 제일 먼저다. 귀전우라고도 하는 홑잎은 한약의 약재로도 쓰이는 것으로, 자라서 줄기에 가시 같은 게 나오면 그걸 잘라 쓴다고 한다. 여자들 생리 불순에 좋다고 하는데, 홑잎이 많은 동네는 여자들이 아이를 잘 낳는다는 속설도 있다. 뜯어놓은 홑잎은 “시퍼렇게 삶아서” 고추장에 비벼 먹으면 “완전히 죽여준다.” 홑잎이 가고 나면 계곡을 끼고 흐르는 물가 쪽에 칼로 뜯어먹을 수 있는 나물들이 있다. 뾰족하게 새 잎이 올라온다고 해서 콩나물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고, 꽃나물이니 물강알이라는 “싸브리하면서도 맛있는” 나물들이 잇달아 자라 나른한 봄날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준다. 이 나물들을 한참 먹다 보면 취나물이 나오고 두릅이 나온다. 그러니 봄에는 산나물에 취해 있다. 얼마나 풍성한지 밭에 상추라도 갈아 놓으면 그거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다. 이 땅의 헬렌 니어링ㆍ스콧 니어링 부부를 만난다. 이 책에 소개된 분들은 모두 오래된 농부들이다. 자연농업을 하기도 하고 유기농사를 짓기도 하고, 산 속에 틀어박혀 살기도 하고 공동체를 이루기도 하는 등 사는 모양은 제각각이나 그 뿌리는 다르지 않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생명에 대한 사랑. 이 마음이 삶의 바탕을 이루고 있으니, 첨단 기술과 거대 자본의 힘을 업은 물질문명이 세계를 휩쓰는 오늘날에도 삶의 근본으로서의 농사를 우직스럽게 지키고 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 농사야말로 땅을 살림은 물론이요 갈가리 헤쳐지고 찢긴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여 조화롭고 건강한 공동체를 살리는 길이라 믿는다. 그 지극한 마음을 나날의 생활에서 두루 실천하고 있으니, 대표적인 것이 밥상이다. 장자는 “도는 똥오줌에도 있다”고 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눈이다. 자연계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람의 불완전성을 받아들이고 다른 뭇 생명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지고자 하는 겸허한 마음이다. 이 책에 소개된 분들 밥상에는 바로 이 마음이 담겼다. 이 마음을 도사인 양 저 혼자 꿰차고 앉은 것이 아니라 이웃과 마땅히 나누어야 한다고 여기며 실천한다. 그러므로 이들의 밥상에는 욕심이 없다. 세상 많은 사람들이 휘둘리고 있는 물질에 대한 욕망이 없다. 남이야 어찌 되든 저 혼자 배부르겠다는 이기주의가 없다. 땅이 죽고 물이 썩어도 당장 제 몸 하나, 제 입 하나 편하고 만족하면 좋다는 편의주의가 없다. 진도의 장금실 여사는 스스로를 “숨어있듯 피어있는 이름 모를 꽃 한 송이”라 여긴다 하셨다. 번듯한 것 찾는 사람 눈에는 비껴갈지 모르나 그 자체로 아름답고 고귀한 생명이며 다른 풀꽃들과 어우러져 더욱 큰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꽃 한 송이,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분들이 그 꽃 한 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