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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在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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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것은 사람과 자연이었다
--- 송찬희(songchanhui@yes24.com)
책의 겉 표지를 보면 "여기 잘난 것 하나 없이 자라온 내 부끄러운 지난 시절을 꾸미지 않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그 길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따뜻한 손길이 나를 이런 뒤늦은 행복으로 이끌었다면, 나는 감히 말한다." 라는 구절이 제목『못난 것도 힘이 된다』앞에 쓰여져 한 문장으로 읽히게 되어있다.
저자의 책도 읽어본 적이 없고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던 차에 개인적으로 성장소설을 좋아하고 박재동의 그림을 좋아하는 지라 집어 책인데 첫 표지부터 김이 샌다. 방귀깨나 뀌는 사람이 겸손한 척 하면서 자기자랑이나 늘어놓는 책이거나 말랑말랑한 말밖에 없는 에세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며 다시 한번 제목을 보니 내 주위의 얼굴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나를 키운 사람들의 얼굴들이… 책은 총 2권으로 1권에서는 유년시절부터 고등학교 무렵까지, 2권에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군대시절까지의 이야기와 "내 삶을 가꾸어준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체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주제에 따라 이야기가 건너뛰기도 하고 중간중간에 편지와 일기들이 그림과 함께 삽입되어 있기도 하다. 유년시절의 이야기는 시골생활이나 60년대의 궁핍함을 알 길 없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지만 저자가 글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감성과 서정성이 어디서 비롯되었나를 알 수 있게 하며 '따뜻한 가난'에 마음이 훈훈해진다. 고등학교 재수시절, 이 책의 삽화를 그린 박재동 화백과 만나면서부터 소설적 재미(?)가 더해지기 시작하는데 무뚝뚝한 경상도 사내 아이들의 진실하고 눈물 나는 우정 이야기가 때로는 폭소를, 때로는 눈물을 자아낸다. 그 중 한 장면을 소개하자면 한 여학생(일명 바바리)과의 일화이다. 두 친구가 한눈에 반한 바바리를 놓고 삼각관계가 되었다가 결국 재동과 사귀게 된 바바리를 잊지 못해 속앓이를 하던 저자가 재동이 여학생에게 소홀하자 재동으로부터 여학생을 양도하겠다는 각서를 받고 기어이 그 여학생과 사귀게 된다. 지금의 저자와 박재동의 사회적 위치를 생각한다면 그 상황에서 그렇게 진지한 두 사람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지금은 참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로서 존경을 받는 몸이지만 저자의 학창시절은 어느 학교에서나 있을 법한 '문제아' 혹은 '열등생' 그 자체이다. 지독하게 공부하기를 싫어해 고등학교 시험에 떨어지고 재수를 한 끝에 3류 고등학교를 가게 된다. 열등감에 허무주의자를 자처하며 더욱더 공부를 멀리하고, 술·담배를 하며 여학생 꽁무니를 따라 다니지만 정작 확실하게 놀지도 못한다. 마음속에서만 다짐할 뿐 마음을 잡고 공부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해서 대학마저 재수를 하고 지방 사립대를 가고 그의 말대로 운(?)이 좋아 교사가 된 것이다. 교사가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는 현 세태에 현직교사로서 이런 부끄러운 과거를 꾸밈 없이 들려주며 한없이 자신을 낮춤으로써 저자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한다. 어떤 시인은 자신을 키운 건 8할이 바람이었다고 했지만 저자는 자신을 키운 것은 사람과 자연이었다고 말한다. 나이가 적든 많든, 문제아였든 모범생이었든, 성공한 삶이든 동창들과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옛날 얘기를 안주 삼는 평범한 삶이든 간에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방황과 방랑의 시간이었다고 회상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적당히 미화하고 의미를 부여하고…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도 하고 시련 속에서 단련이 된다고는 하지만 천재 시인처럼 자신의 의지만으로 시련을 이겨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 의지를 갖게 하는 것은 저자의 말대로 결국 사람들이 아닐는지… 방황하고 힘들어 하는 청소년들에게도 좋은 책이지만 교사나 어른들이 먼저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문제아를 한 사람의 어엿한 사회인으로 아니 훌륭한 사람으로 키워낸 것은 결코 일류학교나 우수한 성적이 아닌 주위 사람들의 믿음과 사랑이기 때문이다. 책을 덮으며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면 왜 나한테는 그런 사람이 없었는가 하고 아쉬워하기 보다는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얼굴이 되고 있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