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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몇 마디 - 나는 '그림' 아닌 '풍속'을 읽고 싶다
과부 - '수절' 두 자는 말하기 어려운 것이란다 춘정과 유혹 - 야이, 총각아! 내 손목을 놓아라 밀회 -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 알겠지 개울가의 여인들 - 큰애기 젖가슴은 늘 봐도 좋더라 선술집 - 낭패로다, 술과 계집을 찾아온 사내여 기방 풍경 1 - 처음 보는 계집 말 묻겠소 기방 풍경 2 - 기생첩 치가(治家)하고 오입쟁이 친구로다 양반들의 유흥상 - 술단지에 술이 비지 않으니 나는 걱정할 게 없노라 선유와 유산 - 각색 놀음 벌어지니 방방곡곡 놀이철다 투호와 쌍륙 - 너무 즐겨 제정신을 잃는구나 절과 여인 - 저 중아 걸기는 걸고 갈지라도 훗말 없이 하시소 굿과 법고 - 신통한 무어에 눈물을 흘리나니 참고문헌 도판 찾아보기 |
姜明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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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수'는 군복 두루마기로, 소매가 좁았기에 협수라 하였고, 달리 '동달이'라고도 한다. 협수 위에는 소매가 없는 전복을 입는다. 실제 모습은 <삼각관계>에서 볼 수 있다. 이 시의 화자는 기생이니, 포교와 별감이 기방의 주고객이자 운영자였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포교는 유흥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김화진에 의하면, 색주가의 포주는 대개 포도청의 끄나풀이었으며, 이들은 수입 중 일부를 포교에게 상납하였다고 한다. 또 <육전조례>에 의하면, 포도청에서는 나라에 가례, 진연, 진찬이 있을 때 서울 안 주상의 유녀를 대령했다고 하니, 이들이 유흥계의 배후를 지배하고 있었음을 알 만하다. --- p. 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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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의 1남 1녀와 상단의 2남 2녀가 서로 아는 사이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림은 상단 쪽이 더 흥미롭다. 맨 왼쪽의 말구종은 맨 상투 바람에 오른손에는 갓을 쥐고 있는데, 이 갓은 원래 맨 오른쪽 붉은 배자를 드러낸 주인의 것이다. 이 주인은 머리 위에 말구종의 벙거지를 쓰고 자신의 갓은 말구종에게 맡기고는, 젊은 기생의 말구종이 되었다. 말구종의 처지가 실로 난처하다. 할 일이 없다. 갓을 쓰자 하니, 쓸 수가 없는 것이어서 손에 들고 있다 주인의 표정은 한창 흥취가 올라 있는데, 말구종은 상을 찡그리고 있다.
--- pp. 192~1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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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복은 도리어 남편 없음의 징표이며, 달리 말해 남편이 없는 여자임을 선전하는 구실을 한다. 그리하여 남성에게는 어떻게 해볼 가능성이 있는 여자란 음험한 판단을 가능케 한다. 소설 <오유란전>에서 평양감사의 친구 이생은 기생 오유란이 3년을 수절하고 있는 과부임을 알면서도 유혹하여 관계를 맺었다. 이생이 오유란에게 끌린 것도 오유란이 입은 소복 때문이었다.
혜원은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가? <과부>에 등장하는 개와 참새의 짝짓기는 성에 관한 한 짐승과 사람이 다를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 그림을 통해 혜원은 '수절? 웃기는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인가? 욕망은 억압될 뿐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나는 혜원이 이것을 말하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 p.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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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무엇을 걸면 도박이 된다. 아무 것도 내걸지 않는 승부는 밋밋할 뿐이다. 조선후기는 게임과 도박이 거창한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성행한 시기였다. 이것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고, 따라서 할 말이 많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할 계제는 아니다. 어쨌거나 <혜원 전신첩>에 게임에 몰두하는 그림이 두 점 있어, 간단히 설명을 붙이겠다.
<투호>는 투호를 하는 장면이다. 등장인물은 남자 넷과 여자 한 명이다. 왼쪽의 남자 셋은 아직 수염도 나지 않은 젊은 축이고, 오른쪽에 점잖은 표정의 남자는 나이가 약간 들어 보인다. 여성은 역시 여염집 아낙은 아니고, 남자들이 동반한 기생으로 보인다. 비슷한 그림으로 김준근의 <투호>를 들 수 있는데, 여기 등장하는 사람은 모두 남자다. --- pp. 205~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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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구체적으로, 좀더 풍부하게, 풍속사의 새로운 전형을 마련하였다.
현재 일상사와 풍속사를 다룬 책들은 역사서 분야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90년대 역사 대중화 흐름 속에서 이전에는 접할 수 없었던 신선한 내용에 대중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고, 이 분야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는 역사서로서는 전에 없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이후 비슷한 아류작들이 수없이 양산되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그 양적 증가에 비해 질적인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책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는 풍속사 분야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옛날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입고, 마시고, 살았는지에 대한 전반적이고 평면적인 서술이 아니라, 혜원의 그림이라는 하나의 코드를 가지고, 조선 사람들의 유흥 풍속(잘 알다시피 혜원의 그림은 주로 '노는 것'과 '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을 미술과 문학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심도 깊은 해석으로 풀어나간다. 굳이 말하자면 유흥 풍속사라고 할까? 그야말로 풍속사 중에서도 마이러니티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기방, 도박, 놀이, 섹스 등 조선 사람들의 원초적 삶의 모습을 되살려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하나로 뭉뚱그려진 겉핥기식 풍속사에 머물러 있는 현재 풍토를 한 단계 진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조선 사람들의 질펀한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서른 장의 스냅사진 《혜원전신첩》 소복을 입은 양반댁 과부가 개의 짝짓기를 감상하면서 배시시 웃고, 낮술을 마신 양반이 봄날 젊은 처자를 희롱하며, 야심한 밤 젊은 남녀가 등불을 밝히고 어디론가 길을 재촉한다. 기방 앞에서는 기생이 담뱃대를 물고 있고 점잖은 양반네들이 웃통을 내놓고 드잡이질을 한다. 또 상중인 양반이 망측하게도 기생들과 뱃놀이나 즐기고 있다. 혜원의 풍속화를 통해 본 조선 사람들의 일상은 이렇듯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조선시대 풍속을 이야기할 때 풍속화만큼이나 좋은 재료가 또 있을까? 이 책에 수록된 혜원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18∼19세기 조선 도성의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일을 카메라로 찍어 화폭에 인화한 한 장의 스냅사진을 보는 듯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문헌과 자료, 유물을 통해 읽는 화석화된 풍속사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살아 움직이는 조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풍속화를 통해 조선 사람들의 풍속을 이야기한다는 것!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림'이 아닌 '풍속'을 읽고 싶다"고., "혜원의 그림이 재현 대상이 없는 비구상이 아닐진대 도대체 그 대상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이다. 스스로를 천박한(?) 감상자라 칭한 저자의 의문은 그러나 회화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며, 그 대상이 풍속화라면 더욱 그러하다. 인간의 현세적·일상적 모습을 중심 제재로 삼는 조선 후기 풍속화는, 일반 백성들의 생산 현장에서부터 술을 마시고 기방에 드나들고 도박을 벌이는 유흥 현장, 그리고 인간의 가장 은밀한 행위인 섹스까지 숨김없이 화폭에 옮긴다. 그림 속 인물도 이전과 사뭇 달라졌다. 점잖은 양반네가 아닌 농민과 어민, 별감, 포교, 나장, 기생, 뚜쟁이 할미 등 도시의 온갖 인간 군상들이 그림의 주인공이다. 그렇다면 그림 속 인물들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것인가? "도대체 그림 속 주인공들은 무얼 하고 있는 것인가?" 저자가 혜원의 그림 읽기에 나서게 된 동기는 이 소박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풍속화'를 기계적으로 분할하면 풍속 그림이 되는데 사실 '그림'에 대한 연구는 차고 넘친다. 그런데 정작 혜원은 자신의 그림을 감상하는 이들이, 구도나 색채 등의 미학적 해석에만 주목하는 것을 달가워할까? 완강한 성리학적 질서의 숨막히는 틀 속에서, 비속한 그림을 그려 화원에서 쫓겨났던 자유분방한 인간 혜원은, 결코 미학적 성취만을 위해 붓을 잡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한다. 조선시대 대다수의 사람들, 혜원의 붓끝에서 살아움직이는 그 이름없는 필부들은 기방과 빨래터, 산과 들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 속에는 어떤 사회적 변화가 함축되어 있고, 그것이 그려진 사회적 컨텍스트는 무엇인가? 조선시대는 우리에게 성리학적 윤리와 도덕으로 꽉 짜여진 숨막히는 사회로 각인되어 있다. 근엄한 얼굴을 하고 경전을 암송하는 양반, 정절과 수절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미망인 등이 우리가 생각하는 조선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다. 그러나 혜원의 그림은 이러한 통념을 완전히 뒤엎는다. '노는 것'과 '성'의 문제를 다룬 혜원의 그림은, 완강한 도덕이 찢어져 생긴 작은 '틈새' 사이로 분출된 조선 사람들의 원초적 욕망을 보여준다. 18세기의 화가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인간은 노동하는 인간일 뿐 아니라 '성적 인간'이자 '노는 인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는 셈이다. 바로 이 점이 기존의 풍속사 관련 서적 ― 옛날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어떤 집에 살았는지에만 주목하는 ―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플러스 알파이다. 꼼꼼한 고증과 해석 그리고 풍속과 미술, 한문학의 자유로운 넘나듦. 저자는 스스로를 저급한 감상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혜원의 그림을 통해 조선 사람들의 삶에 접근하려 한 저자는, 한문학 전공자답게 그 시대의 가사와 한문단편 등을 광범하게 섭렵한다. 등장인물들의 복색 등에 대한 꼼꼼한 고증은 물론이고, 그림 이면에 깔린 사회적 컨텍스트를 읽어내기 위해 저자가 기울인 공력은, 20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메우기에 충분하다. 조선 후기 일반 백성들의 입을 통해 불려진 가사들과, 책 이곳저곳에 배치된 소품들, 복식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이쯤되면 저자가 '회화 문외한'이라는 것이, 미술 전공자가 아닌 한문학 전공자라는 것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혜원의 그림을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다행한 일이 아닐까? 혜원 풍속화의 정수《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그림 30점 최초 완전 수록. 기녀·여속·에로티시즘으로 대표되는 혜원은, 말 그대로 조선 최고의 풍속화가이다. 그러나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혜원은 미술사를 다룬 수많은 책에서도 소략하기 그지없게 소개될 뿐이며, 얼마 전 발간된 《화인열전》에서도 누락되어 있다. 왜일까? 그의 작품은 진위논란 중인 것을 포함해도 기껏해야 50∼60점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혜원 풍속화의 정수로 일컬어지는 《혜원전신첩》 그림 30점은 놀랍게도(?) 그 전모가 공개된 바가 없다. <단오풍정>을 비롯한 몇 점이 우리가 접할 수 있는 혜원 그림의 전부이다. 국보 135호로 지정된 이 중요한 화첩은 간송미술관에서 보관하고 있는데, 그 전부를 담은 것은 1974년 탐구당에서 영인한 《혜원전신첩》이 유일하다. 그나마도 이 책은 절판되어 구할래야 구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그 이름에 값하지 못하게 창고 속의 유물로 버려져 있던 혜원의 그림이 이 책을 통해 이제서야 햇볕을 보게 되었다는 사실은, 늦은 만큼 반가운 일이고, 또한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발간 의의를 찾을 수 있을 만큼 소중하고 값진 일이다. '알 수 없는 사람' 혜원 신윤복에 대한 대중적 평가와 논의는 이 책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