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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다양성 시대에 만나는 다채로운 성의 파노라마
들어가며 PART 1 | 성의 기원과 진화 성의 시작 성의 진화 PART 2 | 암컷과 수컷 생물, 암수로 나뉘다 경쟁 짝짓기가 뭐라고 PART 3 | 성의 무지개 가족의 다양성 생물 세계의 무지개 성을 포기한 생물들 PART 4 | 인간의 성 동물로서의 인간 인간, 동물을 넘어서나 마치며 참고 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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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다양성 시대에 만나는 다채로운 성의 파노라마 2015년 6월 말 미국 연방대법원은 미국 내 모든 주에서 동성 결혼을 금지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 전역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순간이었다. 이미 유럽 여러 나라와 캐나다 등에서 동성 결혼을 허용하고 있었기에 세계 첫 사례는 아니었지만, 최근 다양한 담론의 발상지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에서 이뤄진 결정이라 파급력이 컸다. 국내에서는 소수자의 인권으로서만 논의되던 동성 결혼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에게 동성 결혼이 이토록 화제가 된 것은, 이성 사이의 1대 1 결혼만이 성과 관련된 만남(혹은 ‘짝짓기’)의 전형이라는 시각이 오래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에 대한 이런 시각은 동물, 나아가 생명 전반으로 확장해 보면 크게 달라진다. 생명의 성적 형태는 종에 따라 혹은 개체에 따라 지극히 다양해, 어떤 일관된 경향을 말하기 힘들 정도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일부다처제. 이성애든 동성애든 인류의 성은 기본적으로 일부일처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정확히는 일종의 확장된 일부일처제인데(일부일처의 가족이 여럿 모여 더 큰 사회를 구성한다) 이는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가장 대표적인 동물군인 새와 다를 뿐만 아니라, 가장 가까운 동물인 다른 대형 유인원과도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리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깝다는 침팬지와 보노보는 뚜렷한 짝을 유지하지 않은 채 난교를 하는 짝짓기 패턴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암컷으로 하여금 자신의 자손을 낳게 하려다 보니 수컷 사이에선 정자의 양을 늘려 자손을 남길 가능성을 높이는 ‘정자 인해전술’로 진화했다. 고릴라는 육체적으로 가장 강한 수컷 한 마리가 두세 마리의 암컷과 짝을 맺는 일부다처제 생활을 한다. 수컷은 싸움을 잘 할수록 암컷과 짝짓기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인간 사이에서도 그렇듯 싸움 실력은 대개 완력에, 완력은 덩치에 비례한다. 그 결과 고릴라의 수컷은 암컷보다 월등히 큰 덩치를 자랑하게 됐다. 긴팔원숭이(기번)는 대형 유인원 중 유일하게 일부일처제를 유지한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한 전문가에 따르면 최근 해외에서 예외적인 사례가 관찰됐다고 한다. 이렇게, 인류와 가장 가까운 유인원의 성마저 우리는 다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류의 남과 여는 성염색체가 다르다. XX와 XY가 각각 여성과 남성의 성염색체인데, 최근에는 남성이 지닌 Y 염색체가 점점 짧아지고 그 안에 포함된 유전자 수도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재 그 의미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Y 염색체는 존재 유무에 따라 남성과 여성 혹은 수컷과 암컷이 결정되는 일종의 성 결정 염색체다. Y 염색체가 수행하는 기능이 사라질까 염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이미 다른 염색체를 통해 대부분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는 만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런데 동물에게는 이미 Y 염색체가 없는 경우가 있다. 책에도 등장하는 트랜스코카시안 두더지쥐는 Y 염색체가 없어서 X 염색체의 수에 따라 암수가 갈린다. 그뿐인가. 아예 X와 Y 염색체 대신 다른 염색체를 통해 성이 갈리는 동물도 많다. 새나 곤충은 Z와 W 염색체로 성이 갈리는 ZW 성염색체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생물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면 아예 두 개의 성이 아니라 보다 많은 성을 지닌 경우도 발견된다. 성과 관련한 생명의 경우의 수는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다양하다. 이 책은 바로 이렇게 다양한 성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흥미롭게 읽히는 부분은 아무래도 인간의 성을 다루는 후반부일 것이다.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전반부에 꼼꼼히 다룬 다른 생명의 성과 짝짓기 부분에 눈이 간다. 무수한 실제 사례를 잘 정리된 이론과 함께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여러 생물의 기상천외한 성 혹은 짝짓기 패턴을 점검하는 것은 후반부로 이어지는 인류의 성 이야기를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인류 역시 지구 생명의 일부로서 독특한 성 혹은 짝짓기 패턴을 지니고 있다. 비록 인류는 사회와 문화의 발전을 통한 고유한 적응 방식(문화적 적응)을 통해 다른 동물에게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생활 양상도 보인다. 하지만 큰 틀에서는 인류 역시 길고 다채로운 생명 역사의 한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성과 짝짓기를 통해 되새길 수 있다. 책의 일부 내용 중에는 학자들 사이에서 한창 논쟁이 되고 있는 것도 있다. 야생 혹은 실험실에서 관찰된 동물의 행동 중에는 아직 추가적인 해석과 분석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있고, 기존과 다른 새로운 사례가 보고되는 경우도 있다. 즉, 이 분야는 지금도 시시각각 세부가 변화하고 있는 역동적인 분야다. 따라서 일부 사례는 그 자체로 이미 확립된 내용이라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지금도 끊임없이 최신 내용이 덧붙고 있는, 논쟁의 최전선에 위치하는 내용으로 보면 좋겠다. 이 책이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이렇게 급변하는 순간을, 꼼꼼한 자료조사에 기반한 풍부한 사례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다채로운 이론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성과 짝짓기라는, 생명 역사에서 가장 경이로우면서도 비밀에 싸여 있는 주제에 한 발 접근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 윤신영, 과학동아 기자/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