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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문제와 관점 : 왜 복지국가인가
01_왜 복지국가인가 02_‘반(反)복지의 덫’에 갇힌 한국 사회 03_민주화 이후 한국의 복지정치 [보론1] 복지국가의 철학적 기초 제2부 세계화와 복지국가 그리고 민주주의 04_노동정치, 민주주의 그리고 복지국가 05_세계화와 복지국가 위기론 06_정치의 복원 혹은 민주주의의 재창출 제3부 한국 복지의 현황: 저발전과 해석 07_한국 사회의 빈곤과 불평등 08_한국 국가복지의 저발전 현황 09_저발전에 대한 이론과 해석 [보론2]한국정치와 국가-노동관계: 역사적 소고 제4부 복지한국: 이해관계자 복지의 모색 10_이해관계자 복지: 배경, 개념, 의의 11_외적 민주화: 탈상품화와 ‘생산적 복지’ 12_내적 민주화: 기업지배구조와 ‘어두운 고용’ [보론3]이해관계자 개념의 영국적 적용10 제5부 결론: 복지국가의 미래는 있는가? 13_복지한국의 미래 14_무엇을 할 것인가 |
高世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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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사회민주주의자, 고세훈
이 책의 저자 고세훈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일관되게 사회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말하고 써 온 학자이다. 한국에서 사민주의를 말하는 사람은 많아도 대개의 경우는 막연한 지향이나 선호를 드러내는 데 반해, 자신의 지향을 명료하게 사민주의라 정의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주장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사민주의 정당이 없는 현실 혹은 진보정당이 약한 현실이 가장 큰 원인이라 하겠다. 분명, 고세훈 교수는 한국 현실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진성 사민주의자이다. 오래 전 『영국 노동당사』를 집필했고, 최근 『페이비언 사회주의』를 번역했으며, 여러 형태의 논문과 에세이를 통해 민주주의와 노동 정치에 기반을 둔 사민주의 복지국가론을 끊임없이 변호해 왔다. 이번 책이 바로 한국에서 복지국가로의 길을 개척하고자 했던 그간의 작업을 집약한 대표작이다. 그러나 고세훈 교수를 단순히 사민주의자로만 말한다면 그에 대한 특징 포착에 있어 크게 부족하다. 무엇보다 지식인으로서 고세훈 교수는 “진정성”(authenticity)이 있는 사람이다. 그는 영향력을 추구하기 위해 활동하지 않으며, 자리를 탐하거나 유명세를 즐기는 사람이 전혀 아니다. 사회복지, 사민주의, 유럽 정치 관련 연구 단체들로부터 자주 초청을 받지만 대개 과도한 음주 문화, 진지한 공부보다는 학연과 영향력을 거래하는 채널, 혹은 몇몇 개인의 정치적 야심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목격하곤 이내 발길을 돌린다. 그는 진보적 지식인 대부분에 대해 혹독할 정도로 비판적이다. 진보적이기에 앞서 지식인답지 못한 사이비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복지국가 위기론은 이데올로기! 이 책에서 그는, 스스로를 복지국가론자라고 내세우기에 앞서 한국에서 복지국가의 실현 조건을 위한 탐색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기 위해 복지국가 회의론을 격파하는 데 큰 열정을 보이고 있다. 복지국가의 이상은 사라질 수 없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복지국가 위기론을 내세우는 것은 사실상 이데올로기화된 신자유주의 혹은 부자들의 관점을 반복하는 것일 뿐이라는 게 이 책의 핵심 주장 중 하나다. “복지국가란 자본주의 경제 논리가 낳은 시장 실패를 사전적ㆍ사후적으로 교정하기 위한 정치적 선택의 결과로 만들어졌다. 복지국가 위기론은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라기보다 정치적 담론 내지 이데올로기적 공세에 가깝다. 시장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위한 국가 복지의 확대와 시장의 주 행위자인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시장 자체의 민주화를 통해 이해관계자 복지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실제 복지국가의 전통을 만든 유럽에서 복지국가에 대한 대중적 지지, 예산 등으로 나타나는 복지 지출의 규모 등을 볼 때 복지국가는 건재하다는 것. 물론, 복지국가의 경직성 및 복지국가를 뒷받침하는 노동운동의 위축 등 여러 제약 조건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 말한다. 그러나 복지국가의 정치·경제·사회적 제 조건과 제도적 기반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것과 ‘복지국가는 끝났다’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이야기라는 것이다. 사회 투자 국가, 생산적 복지는 대안이 될 수 없어 이 책 전반에 흐르는 정조는 강한 현실 비판이다. 생산적 복지를 개척한 김대중 정부나 복지 예산을 늘렸다는 것을 자랑하는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도 저자의 비판은 통렬하다. 복지에 대한 민주 정부의 태도는 전혀 복지국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저자는 민주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반(反) 복지국가의 경로를 향해 가고 있다고 본다.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에서 평등과 복지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다룬다. 사회적 약자에 가혹한 문화적 불구성과 자본주의의 물신적 상품성에 점점 종속되어 가고 있는 사회 현실을 여러 전거를 통해 분석한다. 지배자의 심리를 수용하면서 스스로가 가해자가 되고 있는 우리의 심성 구조를 질타하는 그의 아픈 지적을 한국 사회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사회 투자 국가론”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이다. 뭔가 새로운 개념이나 담론이 나오면 쉽게 현혹되는 학계나 지식사회의 현실에 대해 비관하면서도 계속 자신의 말을 한다. “국가복지의 탈상품화 수준이 매우 낮고 비민주적 기업 지배 관행이 고착된 우리 실정에 비추어 볼 때, 작금 유행하는 사회 투자 국가나 생산적 복지 등 개념들은 전통적 소비 복지를 생산이나 투자기능에 ‘복무’(服務)하게 함으로써 자칫 분배조차 시장 논리에 맞춰 조율되도록 만드는 반복지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런 개념들의 태동 자체가 기본적으로 복지국가의 수세적 재편 상황과 맞물려 있는 것들로서, 최소한의 소비적 복지 공여마저 부실하게 제도화되어 있는 한국적 상황과는 동떨어진 것들이다.” 그가 보기에 중요한 것은 국가와 기업의 최대 이해관계자로서 노동 중심의 복지다. 이를 위해 ①국가에 의한 소비적 복지(탈상품화와 사회재계층화)의 수준을 높여야 하고, ②적극적 노동 시장 정책을 통해 노동의 기능적 유연화를 강화해야 하며, ③기업 지배 구조를 노동이 참여하는 민주적 체제로 개편하여 고용 보호를 통해 시장 탈락자를 최대한 줄임으로서 확보해야 한다고 본다. 대안은 이해관계자 복지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민주의 복지국가론은 주로 정부의 재정과 예산 중심의 소비적 복지였다. 지금 사민주의 복지국가론은 기업과 부자의 반격에 의해 도전받고 자체의 제도 경직성으로 인해 취약해졌다. 그러나 문제의 근본 원인은 사민주의의 원리를 정치의 영역에서만 국한하고 기업과 생산의 영역에서는 시장중심의 체제 원리를 그대로 방치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저자는 자본주의 생산체제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로 바꾸고 그 기초 위에서 사민주의 복지국가의 새로운 전망을 개척해 가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소비적 복지를 확대하는 기본적인 과제도 안 되어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복지국가로의 길은 이중적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즉 기존 복지국가로의 전망을 외적 민주화로 정의하면서, 기업과 생산체제를 이해관계자 체제로 바꾸는 내적 민주화의 과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확대하라, 국가의 정책 영역 안에서 최대한 확대하라. 복지정책의 영역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계층까지 충분히 확대하라,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기업과 생산의 영역 즉 지배 구조의 차원까지 민주주의의 원리를 확대하라, 시장과 기업을 민주주의에 친화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작업 없이 국가만 민주화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사회를 민주화하라. 분명 그는 민주주의를 끊임없이 확장하고자 하는 “민주주의의 영구혁명론”을 신념으로 갖고 있는 진짜 사회민주주의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