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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감독
해설을 대신해 옮긴이의 말 |
Yasuhisa Ebisawa,えびさわ やすひさ,海老澤 泰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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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의 벤치는 대혼란에 빠졌다. 어제 게임에서는 번트를 대도 아무도 대시해 오지도 않았고, 외야에 플라이를 쏴올려도 대부분 2루타가 됐었다. 치는 게 귀찮을 때는 그저 서 있기만 해도 1루에 걸어 나갈 수가 있었다.
블레이저는 벤치에 앉아 줄곧 머리를 싸매고만 있었다. 그의 경험으로는 같은 팀이 단 하룻밤 사이에 이 정도로 변해버린 걸 본 적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일본에서도 처음이었다. 그는 이따금 멍한 눈으로 그라운드를 노려보며 투덜투덜 혼잣말을 했다. "잇츠 크레이지." --- p.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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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개막 전야.
그날 밤, 오카다 시로는 꿈을 꿨다. 회의 때문에 개막전을 관전할 수 없다는 원통함이 그에게 브랜디를 마시게 했다. 그러나 깜박깜박 본 꿈은 정말이지 멋졌다. 그는 우승 축하 파티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고 맥주 거품이 사방으로 튀는 가운데서 히로오카와 서로 끌어안고 울고 있었다. 한편, 히로오카도 그날 밤 꿈을 꿨다. 그의 꿈은 올해도 또 자이언츠한테 묵사발이 되는 꿈이었다. 그는 이불 속에서 땀에 흠뻑 젖어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 p.1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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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5번 야나기타가 배트를 길게 잡고 배팅으로 나왔을 때, 어젯밤의 잠이 나가시마를 조금도 냉정하게 만들지 못했다는 걸 히로오카는 알았다. 번트 같은 손쉬운 방법이 아니라 무차별 공격으로 철저히 파괴해버릴 작정인 것이다. 엔젤스의 숨통을 이 한 시합으로 멎게 하겠다는 심산인 것 같았다. 히로오카는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만만하게 본 거야.' 그러나 다음 순간, 운 것은 자이언츠 쪽이었다. 야나기타가 2구째 커브를 끌어당겨 4-6-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물러난 것이다. 오타키는 그것으로 완전히 기운을 새롭게 해 다음 타자 고노를 지금까지 보여준 적이 없는 무시무시한 속구로 삼진을 잡았다. 나가시마가 1루 측 벤치에서 벽을 발로 차는 광경이 보였다. --- p.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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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리그에서 이런 야구를 하고 있는 건 자이언츠뿐이다. 소위 '팀플레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외의 팀들은 말로만 그렇고, 실제로는 거의 경기 안에서 팀플레이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그 대표는 역시 타이거스로 지금도 에이스의 완투와 가케후와 다부치의 한 방에 승부를 걸고 있었다. 바보스러운 일이다. 그들 주력 선수가 부상을 입거나 상태가 안 좋아지거나 하면, 타이거스가 얼룩고양이가 되어버리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 p.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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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게는 열심히 공을 나무 막대기로 쳐내는 것보다도 더 의미 있는 삶이 있는 게 아닐까. 그걸 위한 멋진 일, 멋진 회사는 엄청나게 많다. 무엇이 됐든 야구 같은 건 집어치우고 평범한 인생을 살려고 노력하는 건 어떨까? 그런 얘기를 여태까지 셀 수 없이 들어왔다. 해군 군인이었던 아버지한테서도 여러 번 그런 말을 들었고 히로오카 자신도 생각해본 적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주차장으로부터 조용히 멀어져가던 다카야나기의 뒷모습을 떠올리니 야구란 게 그렇게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야구는 결코 단순한 공놀이가 아니다.
--- p.3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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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 불능의 만년 꼴찌 대 일본 최강 자이언츠의 한판 대결
1970년대 말, 일본 센트럴리그의 만년 꼴찌 팀 엔젤스의 구단주 오카다는 붕괴 직전에 처한 팀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수석코치 히로오카에게 시즌 중 지휘봉을 맡긴다. 자이언츠에서 쫓겨났던 히로오카의 감독 취임으로 매스컴은 흥분하고, 왕년의 명콤비였던 나가시마가 이끄는 자이언츠와의 숙명의 라이벌 전에서 히로오카가 어떤 승부를 보여줄지에 대해 잔뜩 기대를 한다. 하지만 히로오카는 매스컴의 기대는 아랑곳 않고, 만년 꼴찌로 지는 것에 익숙해져 프로의 근성을 잊어버린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정비 작업에 차근차근 들어간다. 감독 임명과 동시에 토박이 코칭스태프의 쿠데타로 지휘권을 뺏기지만 감독직을 건 도박을 감행하여 지휘권을 확고히 한다. 히로오카는 단순히 싸우는 야구가 아니라 마지막의 승리를 위한 야구를 선수들에게 강조하며 이기지 않는 야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조하며 선수들의 생각을 바꿔나간다. 그런대로 가능성을 보여줬던 시즌을 끝내고 히로오카는 구단주와의 면담에서 100타점을 올린 부동의 4번 타자를 트레이드하고 투수란 게 어떤 것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진짜 투수'와 새로운 코치를 얻어달라고 요구하고 2군에 묻혀 있던 진주와도 같은 유격수를 발굴하여 스프링캠프로 떠난다. 히로오카는 이기기 위한 야구, '3점을 내주면 4점을 뽑으려는 막무가내식 야구가 아니라 실점을 최소화하고 확실한 찬스에서 득점을 차근차근 올리는 야구'를 캠프에서 선수들에게 전한다. 최고의 구단 자이언츠를 쫓겨나다시피 떠나야 했던 히로오카는 왕정치, 장훈, 시바타, 도이 등의 황금 타순과 호리우치, 니우라, 고바야시 등 철벽의 마운드를 자랑하는 절대 최강 자이언츠와 일생일대의 기나긴 복수전에 나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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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감독』에 대한 일본 네티즌들의 서평
* 야구를 소설화하는 데서 이 작가와 견줄 사람은 없지 않을까? * 난 야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야구의 독특한 감각과 두근두근거림을 '활자'로 표현해냈다는 게 정말로 대단하다. 이 소설보다 더 괜찮은 야구 소설이 있을까? * 이 소설은 최고의 야구 소설일 뿐만 아니라 문명 비평서로서도 최고의 작품이다. * 40년 동안 관심을 가져왔지만 현재의 나로서는 별 흥미도 못 느끼게 되어버린 야구라고 하는 스포츠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 에비사와의 글재주에는 엎드려 절할 수밖에 없다. 멋진 소설이다. * 스포츠 소설은 싫어했다. 하지만 이 책으로 한 방 먹었다. 읽는 내내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야구를 그저 멍하니 쳐다보던 나의 시점을 바꿔 놓았다. 평소에 소설을 잘 읽지 않고 야구를 좋아하는 남성에게 선물하기에 딱인 책이다. '스포츠 소설의 금자탑' 『야구 감독』은 일본에서 '스포츠 소설의 금자탑'이라고 일컬어지는 걸작 스포츠 소설이다. 스포츠 소설이라는 대중 장르에 걸맞게 이 소설은 야구를 웬만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지막 장까지 쉽게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강한 흡인력을 지녔다. 일본에서 이 소설을 처음으로 펴낸 신초샤의 출판부장은 야구를 모르는 사람이었는데도 '원고를 하룻밤에 다 읽어버렸다. 너무 재미있어서 도중에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일본은 프로야구가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고 대중문화 속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야구 소설'이라는 게 하나의 장르를 이룰 정도지만 성공한 작품은 드문 게 사실이다. '야구를 좋아하니까 조금 참고서 읽는다는 정도의 작품들'이 대부분이고 감동을 줄 정도와는 거리가 다소 있었다. 그러나 소설 『야구 감독』은 스포츠만이 줄 수 있는 위대한 드라마와 재미를 '활자'로 전달하는 데 멋지게 성공했다. 일본 네티즌들의 이 소설에 대한 평도 대부분 '스포츠 소설의 최고작'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현대 일본 야구의 발자취, 또는 가이드북 이 소설은 정통 야구소설의 재미도 뛰어나지만 한편으로는 이승엽 선수의 활약으로 우리에게 친숙해진 현대 일본 프로야구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려주는 가이드북 역할도 한다. 이승엽 선수의 맹활약 소식을 상세히 전해줘서 우리에게도 친숙해진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주간지격인 호치신문에 대한 다음 구절을 보자. "와타카이라고 하는 남자는 호치신문을 좀 더 보고 배워야 해. 자이언츠가 대패해도 마치 이긴 것처럼 과감하게 제목을 붙여버리는 호치 기자들의 그 불굴의 신념과 용기를 말이야." 그리고 성적과 상관없이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영원한 라이벌인 한신 타이거스에 대한 다음과 같은 구절. (타이거스는) 첫 3연전에서 세 시합 모두 자이언츠를 압도적으로 마구 밀어붙여, 몇 번이나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지만, 그 모든 찬스에서 결국은 득점을 저지당했다.(...) 이렇게 해서 타이거스는, 타이거스는 강하다, 그러나 자이언츠는 더 강하다, 라는 인상을 팬들의 마음에 각인시키는 데 올해도 성공했다. 이런 대목들은 아마도 한두 해 전만 해도 우리에게는 낯선 대목일 수 있었겠지만 이승엽 선수의 활약으로 일본 야구에 익숙해진 우리나라의 많은 야구팬들에게도 웃음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들이다. 『야구 감독』은 타도 자이언츠의 기치를 든 한 감독과 그가 이끄는 꼴찌 구단의 분투기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자이언츠가 일본 프로야구 전체의 흥행을 좌지우지하던 일본 프로야구 황금시대에 대한 향수가 짙게 깔려 있다. 지금의 판도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일본 시리즈 9연패. 아마도 이 위업은 일본 프로야구사에서 가장 찬연히 빛나는 한 대목일 것이다. '야구의 신'으로 불렸던 가와카미 감독의 지휘 아래 일본 프로야구의 살아 있는 전설 왕정치와 20세기 최고의 프로 선수라고 일컬어지는 '미스터 프로야구' 나가시마의 가공할 ON포 (1962년부터 1971년까지 10년 동안 타율, 홈런, 타점의 타격 주요 3부문에서 두 사람이 딴 타이틀 개수는 무려 26개이다.), 호리우치 이하 철벽의 마운드, 현재까지도 센트럴리그 도루 기록을 갖고 있는 톱타자 시바타 등으로 짜인 자이언츠는 단순히 스타플레이어들의 구심력 없는 집합체가 아니라 다른 팀들과는 차원이 다른 짜임새 있는 철벽의 수비를 자랑하는 팀이기도 했다. 자이언츠의 전성기 때 센트럴리그의 다른 팀들은 들러리에 지나지 않았다는 말은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이 소설에서도 독자의 감정은 히로오카가 이끄는 엔젤스에 이입되지만 소설 속 대부분의 인물들은 타도의 대상으로든, 질시의 대상으로든, 선망의 대상으로든 모두 자이언츠에 대한 언급을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심지어는 엔젤스의 구단주인 오카다와 히로오카조차 자이언츠의 급격한 몰락 가능성을 우려하기까지 한다. 현재 우리한테 가장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역사와 그들이 일본 프로야구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가감없이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도 이 소설의 내용은 이승엽을 응원하는 우리나라 야구팬들에게도 매우 유익하다. 자이언츠가 어떤 구단인지를 안다는 것은 곧 일본 프로야구를 안다는 것과도 어느 정도 통하기 때문이다. 『야구 감독』에는 자이언츠의 무수한 별들 외에도, 염원하던 자이언츠에 입단해 선수 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장훈, 가네다, 니우라(김일융), 호시노, 다부치, 가케후, 이케나가, 기누가사 등 수많은 일본 프로야구 역사에 찬연히 남을 별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현재 SK와이번스의 투수코치로 있는 가토 하지메를 이 소설 속에서 만나는 것도 묘한 재미이다)가 넘쳐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