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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의과대학 시절 1. 시체 해부 2. 좋은 얘깃거리 3. 정신 병동 4. 의사를 유혹한 여자 5. 보스턴 산부인과 병원에서 보낸 하루 6. 이투성이 환자 7. 심장마비 8. 의료 사고 9. 의학을 포기하다 여행 Ⅰ 1. 로스앤젤레스 2. 방콕 3. 보네르 섬 4. 코끼리의 공격 5. 킬리만자로 6. 아버지의 죽음 7. 아일랜드 8. 런던의 심령술사 9. 발티스탄 10. 상어 11. 고릴라 12. 장수거북 여행 Ⅱ 1. 선인장의 가르침 2. 자메이카 3. 인간 불빛쇼 4. 그들 5. 뉴기니 6. 숟가락 구부리기 7. 아우라 8. 엔티티 9. 직접경험 옮긴이의 말 |
Michael Crich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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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목청껏 외친 후 우리는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때로는 자빠지고 웃음보를 터뜨리면서 엉덩이로 미끄러졌다. 키보 오두막까지 올라가는 데 꼬박 7시간이 걸렸는데 내려가는 데는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키보 오두막에서부터 16킬로미터쯤 건조한 고원 지대를 건넜다. 그 무렵 눈과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악천후가 닥쳤다. 우리는 호롬보 오두막에 도착하여 밤을 보냈다. 오전 2시 이후 꼬박 29킬로미터를 걸은 셈이었다.
그날 밤 나는 발을 살펴보았다. 부츠를 벗겨내자 양말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부츠를 얼른 다시 신었다. 어쨌거나 당장은 내 상처가 중요하지 않았다. 내일 저녁이면 호텔로 돌아갈 터였다. 로렌이 작은 거울을 가지고 다가오더니 깔깔 웃으며 내 몰골을 보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나는 보고 싶다고 대답했다. 나흘 동안 내 모습을 보지 못한 터였다. 텁수룩한 턱수염, 불그레한 피부와 붉게 핏발이 선 눈동자. 지저분한 내 얼굴을 한참 뜯어보았다. 거울 속에 비친 상은 낯선 얼굴이었다. 이튿날 나는 하산할 때 사용하는 근육이 산을 오를 때와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점심시간 이전에 두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발뒤꿈치 물집은 더 덧나지 않았지만 발가락 물집에서 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결과적으로 하산하면서 내 발이 더 편해진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올라갈 때와 같은 등산로로 내려왔다. 그런데 돌아가는 길에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놀라우리만치 확연히 달랐다.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모든 등산로가 다르게 보인다는 것은 등반가들의 일반적인 속설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산 정상에 오른 후 기분이 확 달라진 탓인 듯했다. 호텔에서 목욕하자 욕조 물이 검게 변했다. 우리는 각자 두 번씩 목욕했다. 그러고 나서 나는 호텔 침대에 앉아 양말과 몰스킨을 벗겨내고 발을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벌어진 물집 사이로 발뒤꿈치부터 복사뼈까지 피투성이 지저분한 맨살이 드러나 있었다. 발 상태가 너무 엉망이었기 때문에 나는 로렌에게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나중에 보니 의학 교재에 실린 사진과 아주 흡사했다. 그래서 사진을 모두 버렸다. 그 후 이태 동안 내 발 피부는 변색된 채로 남아 있었다. 바닷가에 있거나 내가 신발을 벗을 때면 사람들은 곧잘 "당신 발뒤꿈치가 왜 그래요? 색이 이상해요"라고 물었다. 그러면 나는 킬리만자로 산 등반에 관해 얘기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 p.2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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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행을 돌이켜보면서 나는 내 자각을 향상시켜준 경험에 대해 거의 집착에 가까운 욕구를 느꼈다.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를 일이다. 어떤 의미에서 새로운 경험을 모색하는 것은 식욕과 비슷하다. 내게는 나 자신을 지속적으로 흔들어 깨워줄 새로운 경험이 필요했다. 부모님 덕분에 나는 재미있고 상쾌하게 새로운 경험을 익히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따라서 내 여행은 배움을 통해 얻은 행위였다.
또 다른 의미에서 여행은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상황이 나빠질 때마다, 삶이 순조롭게 돌아가지 않을 때마다 나는 비행기에 올라 먼 여행을 떠났다. 골치 아픈 문제에서 벗어나는 데는 이만한 것이 없었다. 나는 이런 전략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여행을 마친 후 새로운 균형 감각을 가지고 삶으로 돌아왔다. 그러면 나는 요점을 이해하고, 시간 낭비를 멈추고, 내가 무엇을 원하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정신을 집중하여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어쨌거나 어디론가 멀리 떠나 있으면 나 자신에 관해 뭔가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알아야 할 무언가. --- p.4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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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라이튼. 이름만 듣고도 작품에 기대를 갖는 사람도 있을 테고, 작가 이름은 몰라도 『쥬라기 공원』의 저자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의 작품은 유명하다. 스케일 크고 긴장감 넘치는 작품으로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거장이 들려주는 여행담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끔찍했던 의과대학 시절부터 시작하여 여행을 통해 성숙해가는 자아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이 책은 마이클 크라이튼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의과대학에서 보고 겪은 현대 의술의 무분별함과 의사들의 비정한 모습에 치를 떨고 결국 의학을 포기하는 이야기에서는 크라이튼의 인간애를 느낄 수 있고, 킬리만자로 등반에 성공하고 기뻐하는 모습이나 사전 준비를 소홀히 함으로 인해 여행이 더 힘들었음을 솔직히 털어놓고 반성하는 모습에서는 아이 같은 천진함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는 마이클 크라이튼은 굉장히 호기심 많고 적극적인 사람이다. 또 무엇이든 호기심이 생기면 직접 경험해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여행 초반에는 미지의 세계를 찾아 지구촌 곳곳을 누비고 다니며 후반에는 영적인 경험, 초자연적인 현상을 찾아 나선다. 크라이튼이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 중에는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 지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신비로운 이야기도 있는데, 그는 이런 현상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존재를 부정할 수도 없다고 주장한다. 흥미진진하고 신비롭고 때로는 안타까운 이야기들. 이 모든 경험이 거장 마이클 크라이튼을 만들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