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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부 컴퓨터 게임의 이론과 분석
1. 게임이란 무엇인가 2. 게임의 장르와 역사 3. 게임의 서사 4. 컴퓨터 게임과 스토리 텔링 5. 게임의 기능과 지각 6. 문학과 시뮬레이션 게임Ⅰ 7. 문학과 시뮬레이션 게임Ⅱ Ⅱ부 컴퓨터 게임과 문학 1. 컴퓨터와 문학 2. 컴퓨터 게임의 문학적 특성 3. 새로운 문학양식의 사회적 조건과 가능성 4. 디지털 문화로서의 국어국문학 연구 5. 멀티미디어 시대 소설의 운명 6. 컴퓨터 게임과 서사이론 7. 멀티미디어 시대와 서사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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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게임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
게임은 이 시대의 파르마콘이다. 정보화 사회에 입문하기 위한 지름길임과 동시에 한번 빠져들면 쉽사리 헤어나지 못하는 함정이 곧 게임이다. 이러한 관점은 컴퓨터 게임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전형적인 시각이다.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게임은 결코 달가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말릴 수만도 없다. 혹시나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뒤쳐지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마음에 마지못해 인정하고 마는 것이 게임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시각이건 부정적인 시각이건 게임이 무엇이며 그 세계 속에 빠질 때 당사자가 어떤 체험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 체험이 어떤 효과를 낳는지 꼼꼼히 따져 보는 일은 드물다.
이 책은 컴퓨터 게임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하여 분석하고 있다. 특정한 게임에 대한 소개나 평론이 아니라 게임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지니는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지 규명하는 데 논의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게임이 단순히 놀이이거나 오락이라는 관점을 거부한다. 게임은 그 속에 세계의 형상을 추상적·구체적으로 축조하고 있고, 그에 따라 게이머는 게임을 수행하는 동안 일정한 현실체험을 한다는 것이다. 즉 모든 게임은 일종의 서사, 이야기의 프로그램을 내장하고 있는데, 게이머가 게임을 실행할 때 그는 그 프로그램이 가능하게 해준 서사의 한 가지 형태를 실현하게 된다. 그것은 기성세대가 소설을 읽으면서 간접적으로 현실체험을 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지만 소설 독자의 체험이 수동적이라면 게이머의 체험은 좀더 능동적이고 다채롭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능동적인 체험 방식이 현시대의 대표적인 현실체험이 된다고 본다. 구세대가 이야기 형식을 통해서 세계가 무엇인지,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를 배웠다면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게임을 통해서 세계를 이해하고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게임은 예술의 세계 형상화 방식에 매우 근접해 있고 거의 동일한 체험구조를 지닌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저자는 예술의 개념이 '아름다움'을 중심적인 범주로 하는 데서 벗어나 '흥미로움'을 중심 범주로 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게임을 문화의 주변부 형식으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게임이 인간의 지각체계를 크게 변화시킨다고 인식하는 점에 있다. 한 때 게임에 깊이 빠진 적이 있다고 실토하고 있는 저자는 자신이『토지』라는 방대한 소설을 하나의 공간 이미지로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은 게임을 통해 습득한 텍스트 파악 방식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즉 게임을 실행하는 사람은 긴장된 속에서 매순간 게임세계의 전모를 즉각적으로 파악해야 하는데, 이 방식에 숙달되면 게이머의 텍스트 파악방식이 종래와는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통상 이야기 문학은 시간적으로 전개되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게임을 통해 서사 체험 방식을 익힌 사람에게 서사는 점차 공간적인 형식으로 이해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지각방식이 질 들뢰즈의『시네마Ⅰ,Ⅱ』에서 설명되고 있는 이마쥬 이론이나 노스럽 프라이의 신화비평에 나오는 '원형'의 개념, 동양의 텍스트 파악방식으로서의 '상(象)' 개념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지각방식은 현대예술에서 공간형식이 중시되는 현상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서 우리 문학에서도 젊은 세대 작가들의 작품에 그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구체적 양상으로서 한국 근대 소설에서 점차 강화되고 있는 공간 지향성을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은 컴퓨터 게임의 구조를 이론적으로 규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지니는 사회적 기능을 인간의 지각 방식과 관련지어 설명하고 있다. 또한 국문학자인 저자의 관심 분야인 문학과 게임의 상관 관계도 여러 측면에서 조명하고 있다. 이 작업은 이 시대의 중요한 문화 형식의 하나이면서도 관심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컴퓨터 게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촉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