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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쓰레기산에서 보물을 찾는 소녀, 니나 | 필리핀
02 보이지 않는 낙인이 찍힌 아이, 마니크 | 인도 03 뜨거운 벽돌을 짊어진 아이, 아타울라 | 파키스탄 04 쓰나미로 모든 것을 잃은 수나르시 | 인도네시아 05 축구공 만드는 아이, 압둘 | 인도 06 희망의 돌을 깨는 아이, 사비나 | 네팔 07 낙타 모는 아이, 나시브 | 아랍에미리트 08 황금과 목숨을 바꾸는 아이, 알렉 | 페루 09 가축 전쟁으로 고아가 된 아이, 델리 | 케냐 10 인종 청소의 희생자, 아메드 | 수단 11 달콤한 초콜릿의 비밀 | 코트디부아르 12 카펫 짜는 아이, 리아 | 모로코 13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병, 에이즈 | 말라위 14 검은 대륙의 꼬마 노예 어부, 알루 | 가나 15 지면 죽는 게임, 소년병 사이먼 | 우간다 16 검은 대륙의 말라가는 생명, 이마미 | 케냐 부록 우리나라 구호단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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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은 엄마와 두 누나와 삽니다. 알코올 중독자인 아빠는 집을 나간 뒤 영 소식이 없습니다. 압둘과 엄마 그리고 작은누나는 축구공을 만들고 큰누나는 잎담배 공장에서 일합니다. 네 식구가 살기에는 빠듯하지만 아빠가 술 마시고 행패 부리는 일이 없으니 그나마 마음은 편합니다. 큰누나만 잎담배 공장에서 일하는 이유는 아빠가 진 빚을 갚기 위해서입니다. 잎담배 공장에 2,000루피(약 6만 원)의 빚이 있습니다. 큰누나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담배공장으로 달려가 12시간이 넘도록 일합니다.
누나가 하는 일은 손으로 잎담배를 마는 것입니다. 손의 지문이 없어지고 잎담배물이 들도록 일하지만 큰누나가 받는 일당은 겨우 4.5루피(약 130원)입니다. 빌린 돈의 이자로 공장 주인이 매일 누나의 임금에서 30.5루피씩을 떼어가기 때문입니다. 여섯 살인 압둘은 다섯 살 때부터 엄마 따라서, 누나 따라서 축구공을 만들었습니다. 축구공은 하나하나 사람이 직접 바느질을 해서 만듭니다. 32개의 가죽을 한땀 한땀 손으로 이어야 합니다. 꼬박 4시간은 바느질을 해야 겨우 하나를 만들 수 있어요. 압둘과 엄마, 작은누나는 40도가 넘는 기온에 온몸이 땀으로 푹 젖고 두꺼운 가죽을 꿰매느라 손끝이 아리지만 잠시라도 쉬면 안 됩니다. 아직 어린 압둘이 바느질이 서툴러서 셋이서 하루 종일 매달려 봤자 한 달에 15달러가 조금 넘는 돈을 받을 뿐입니다. “압둘이 바느질을 조금만 더 빨리 했으면 좋으려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엄마가 한숨처럼 내뱉었습니다. “나도 빨리 하려고 하는데 잘 안 돼…….” 압둘이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러자 엄마가 흠칫 놀라서 압둘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아니야, 우리 압둘이 얼마나 부지런한데. 엄마가 잠깐 정신이 어떻게 됐었나 봐. 그래, 오늘은 오랜만에 우유나 사 갈까?” 엄마 말에 작은누나가 농담처럼 말했습니다. “오늘은 압둘이 공 두 개를 만들었지. 딱 우윳값이네? 우와, 그러면 오늘은 압둘 덕분에 우유 먹는 거잖아? 고마워.” 누나 말에 압둘 얼굴에도 웃음이 피었습니다. 왠지 오늘은 자신도 한몫 거든 기분이 들었습니다. 엄마도 웃으면서 아이들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어린 두 아이의 손끝이 바느질을 하느라 퉁퉁 부어 있는 것을 느낀 순간 엄마의 마음도 바늘에 찔린 듯이 아파왔습니다. 언제쯤 아이들에게 우유를 마음껏 먹일 수 있을까 생각하면 눈앞이 까마득해집니다. 이튿날, 압둘은 어떻게든 어른 몫을 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축구공을 꿰맸습니다. “앗, 따가워!” 압둘은 바늘에 찔린 손가락을 입에 갖다댔습니다. 혀로 상처 난 부위를 살살 매만졌습니다. 이젠 혀끝에 아릿한 느낌도 없습니다. 워낙 바늘에 많이 찔려서 말이에요. “압둘, 괜찮아?” 작은누나가 옆에서 압둘의 손가락을 살펴보았습니다. “어머, 이번에는 아주 깊숙이 찔렸네. 아프겠다.” 작은누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압둘 손을 꼭 잡아 제 가슴에 안았습니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고 중얼거린 후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이제 괜찮을 거야. 더 이상 찔리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했으니까.” 누나 말에 압둘도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상해. 자꾸만 바늘에 더 잘 찔리는 거 같아.” “서둘러서 그래. 너무 빨리하려고 하지 마. 곧 너도 누나처럼 잘할 수 있게 될 거야.” 아홉 살 된 작은누나가 그래도 압둘보다는 어른이라고 제법 의젓하게 위로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엄마도 빙그레 웃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껄끄러운 점이 남았습니다. 아무리 여섯 살 아이라고 해도 1년이 넘게 바느질을 해 왔는데, 실력이 늘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더 바늘에 잘 찔리니까 말이에요. 물론 어두운 곳에서 여러 가지 화학 약품이 섞인 축구공 실과 하루 종일 씨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어른인 엄마도 가끔 눈앞이 침침하고 머리가 어지러운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어린 압둘은 더욱 심하겠지요. “혹시 압둘이…….” 엄마는 행여 압둘 몸에 어떤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도리질을 쳤습니다. ‘아니야, 그냥 압둘이 아직 솜씨가 서툴러서 그럴 거야.’ 엄마는 스스로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다음 날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압둘은 엄마와 누나와 함께 아침부터 축구공을 만들었습니다. 갑자기 압둘 머리 위에서 천둥소리가 울렸습니다. “너, 이렇게 하려면 아예 나오지 마라!” 압둘 앞에서 산처럼 커다란 아저씨가 불룩한 배를 내밀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이게 뭐야! 삐뚤빼뚤. 이러면 가죽을 못 쓰게 되잖아. 바늘도 몇 개나 부러뜨리고!” 압둘은 잔뜩 겁을 먹고 눈물만 글썽였습니다. 엄마는 그런 압둘을 데리고 얼른 자리를 피했습니다. 걸어가면서 엄마는 가슴이 떨렸습니다.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간 듯이 손끝이 차가워지고 자꾸만 떨렸습니다. ‘혹시… 아니야, 아닐 거야.’ 엄마는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그러면서도 못내 못미더워 길 건너편을 가리키며 압둘에게 물었습니다. “저 길 건너에 있는 게 뭐야?” 압둘은 커다란 눈만 끔뻑였습니다. “저 길 건너에 있는 게 뭐냐고. 아니, 저 길 건너에 몇 사람이 서 있어?” 그러자 압둘은 머뭇거렸습니다. 엄마는 압둘을 다그쳤습니다. “얼른 말해 봐. 길 건너에 사람이 몇 명 서 있냐고! 숫자 못 세니? 그러면 여자야, 남자야. 아이야, 어른이야?” 압둘은 엄마가 가리키는 길 건너편을 바라보았습니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오후입니다. 귓속에서 징 하고 소리가 나며 현기증이 났어요. 압둘은 눈을 잔뜩 찡그렸습니다. 그리고 길 건너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바라는 대답은 할 수 없었습니다. “엄마… 사실은 나, 안 보여…….” 압둘이 말을 하기도 전에 엄마는 압둘을 와락 껴안았습니다. “오, 신이시여!” 엄마의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습니다. 압둘의 깊고 커다란 검은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했습니다. --- 본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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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판매되는 축구공은 대부분 인도나 파키스탄 같은 나라에서 만듭니다. 그것도 어린이들이 직접 손으로 말이에요. 인도의 100여 개 마을에서 2만여 명의 아이들이 축구공을 만들고 있다고 해요.
대여섯 살에서 10대 중반에 이르는 어린이들이 바늘에 찔리거나 다치고, 나중에는 지문까지 지워질 정도로 힘겹게 축구공을 꿰매고 있습니다. 인권 감시 보고서에 의하면 인도에는 6천만 명 내지 1억1천5백만 명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어린이 노동 인구가 있다고 해요. 그 가운데 1천5백만 명은 노예와 다름없는 상태로 몸값을 담보로 잡힌 어린이 노동자들입니다. 담보노동이란 빚을 갚기 위해 노예와 같은 상태에서 일하는 것을 말해요. 값싼 어린이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열 살도 채 안 된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부모에게 고리로 돈을 빌려 줍니다. 하지만 턱없이 낮은 임금과 엄청난 이자를 갚을 길이 없어서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은 어린 동생이나 결혼한 후 자신의 자녀에게까지 대물림되고 있어요. 인도 정부는 1933년, 어린이를 담보로 잡아 노동을 시키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했으나 워낙 뿌리가 깊어서 실제로 이 법은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본문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