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엄마 때문에 의사가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엄마는 늘 말하곤 했다. 내가 우리 집안 최초로 의사가 될 거라고.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엄마가 행복하길 바랐으니까. 하지만 1년 365일 24시간 내내 기침약과 토사물 냄새를 풍기며 살 수 있을까?
어쩌면 나는 아픈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만화를 그려 주는 어릿광대 의사가 될지도 모르겠다. --- p.11 “다음 호에는 무슨 이야기가 나와?” 특목고 시험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말해야 했지만 그러기엔 내가 너무 흥분한 상태였다. “아, 다음 호에는 토리가 등장할 거야.” “토리가 엄청 좋아하겠는데.” 엘레나가 나를 향해 찡긋 윙크를 했다. 교실로 돌아가자 조슈아가 내 등을 툭 치며 말을 걸었다. “만화 죽이던데.” “고마워.” “그동안 범생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너 좀 대단한걸.” 그게 바로 나다. 낮에는 슈퍼 아티스트, 밤이 되면 슈퍼 찌질이. 가끔은 해가 저물지 않았으면 좋겠다. --- p.124 “특목고에 가면 공부를 훨씬 더 열심히 해야 돼. 거기서는 지금처럼 좋은 성적을 받기가 힘들단 말이야.” “그럼 왜 굳이 특목고에 가야 하는 건데? 거기 가서 찌질이 중에 최고 찌질이가 되란 말이야? 다른 애들을 전부 제치고?” “좋은 성적을 받아야 대학에 갈 수 있으니까. 그리고 넌 왕 씨 집안 최초로 대학에 가게 될 거니까.” 엄마는 아득한 눈빛으로 내 두 손을 잡았다. “너한테 이런 기회를 주려고 엄마는 정말 열심히 일했어.” 그렇지만 내 손은 숙제나 피아노 말고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나는 말이야…….” 마지막 문장을 끄집어내려고 안간힘을 써 보았다. 더 이상 스케치북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진짜 내 모습을 엄마한테 보여 줘야만 한다. --- p.192~193 “이번엔 좀 잘 본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 와서 모의고사 결과 같은 건 아무 상관없겠죠?” 밴 선생님이 내 으로 몸을 바짝 기울이며 말했다. “비밀 하나 알려 줄까?”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정말 시험에서 유용하게 쓰일 조언이거나 아니면 DABDCABC처럼 정답 찍기 요령이길. “이건 그냥 시험일 뿐이야. 세상이 끝나는 게 아니라고.” --- p.201 엄마는 이제 나의 가장 열렬한 팬이 되었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게일 선생님의 스튜디오에서 고등학생들과 함께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을 자랑했다. 항상 카메라를 들고 학교 미술 전시뿐 아니라 웨스턴 시드니에 있는 캐술라 파워하우스*의 전시회까지 나의 작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녔고 하나도 빠짐없이 촬영했다. “네가 우리 집안을 빛냈구나.” 엄마는 아빠의 제단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아빠에게 다가가 합격 통지서를 보여 드렸다. 분명 아빠도 지금 나를 보며 활짝 웃고 있겠지. 이제 사람들은 나를 보며 이야기한다. 타고난 재능을 갖춘 아티스트라고. 하지만 나는 진실을 알고 있다. 난 그저 꿈을 좇을 수 있어서 행복할 뿐이다. --- p.254 --- p.254 |
|
소년의 꿈, 어떻게든 뚫고 나온다!
주인공 코너의 꿈은 만화가다. 어디서건 틈만 나면, 그리고 종이에 빈 공간만 있으면 그림을 그린다. 도서관에 가는 것도 집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만화작법 책을 읽기 위해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같은 반의 가장 잔인한 놀림꾼 친구 스티븐에게 그림을 들킨다. 이제부터 전보다 심한 놀림이 시작될 줄 알았는데 정반대였다. 코너의 그림을 보고 그 꿈과 재능을 알아본 스티븐과 몇몇 아이들은 코너의 평범한 친구가 되어 준다. 같이 농구를 하고, 쇼핑하고, 여자 친구 문제를 의논하고, 엄마의 사인 위조를 공모하는. 그리고 그들은 코너가 꿈을 향해 가는 데 가장 큰 조력자가 된다. 나는 철자 노트를 펴서 속표지에 기사를 그리기 시작했다. 험난한 전투를 앞두고 있는 기사가 드래곤을 향해 무언가를 찔러 넣는다. 길고도 날카로운 장미 한 송이를……. 아아악! 저 녀석이 쓸데없이 지껄인 소리에 내 머리가 어떻게 됐나 보다. 그때 내 그림을 본 스티븐이 씩 웃더니 중얼거렸다. “이야, 좀 하는데.” 으레 그다음엔 잔인한 농담이 이어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스티븐은 조용했다. -35~36쪽 “만화를 그릴 때면 상처받지 않아요.” 친구들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공모전에 그림을 출품한 코너. 결선에 오른 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그림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데 코너는 단상 위에서 이렇게 말한다. “제 캐릭터는 불타지 않는 전사입니다. 갑옷을 입고 있으면 아무도 막을 자가 없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만화를 그릴 때면 그 어떤 일로도 상처받지 않아요. 제 그림으로 친구들을 웃게 만드는 건 정말 신나는 일이에요. 다른 아이들도 저를 보면서 그림에 대한 꿈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순간 엄마의 어깨가 축 늘어지더니 끼고 있던 팔짱이 풀렸다. “물론 저는 학교 공부도 잘하고 있어요. 하지만 공부는 그림을 그리다가 그저 휴식이 필요할 때 하는 일이죠. 제게 있어 꿈이란 언제나 캐릭터와 만화뿐입니다. 그 꿈들을 여러분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245~246쪽 결국 엄마에게 당당히 자신의 꿈을 드러낸 코너. 엄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잠시 친구에게마저 등을 돌릴 뻔했지만, 결국 그들의 도움으로 숨길 수도 없고 멈출 수도 없는 그림에 대한 사랑을 세상에 밝힌다. 이대로 코너가 의사가 될지, 아니면 지금 바람대로 끝내주는 만화가가 될지는 코너도, 코너의 엄마도, 작가도 모른다. 다만 독자들은 어느 열정에 찬 존재가 꾸는 꿈을 조용히 응원하게 될 뿐이다. 마치 독자 자신이 자기 안의 꿈을 응시하듯 말이다. 청소년 문학 브랜드 비바비보 28번째 책, 자신에게 솔직한 소년을 응원하다 상상력의 끝까지 밀어붙인 작품부터 현실 속 아주 세밀한 부분을 어루만지는 작품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비바비보 시리즈. 『하필이면 꿈이 만화가라서』는 『트레버』『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지독한 장난』 등 청소년 문학으로 꾸준한 반응을 얻고 있는 비바비보 시리즈의 28번째 책이다. 『하필이면 꿈이 만화가라서』는 교사이자 코미디언인 작가가 자신의 장점을 춤추듯 살려 낸 작품이다. 꿈을 꾸고 그것을 향해 달리고 싶어도, 어른이 인정하지 않는 꿈은 꿈으로 쳐주지 않는 현실. 이를 돌파하는 소년의 한때를 밝고 유쾌한 필체로 그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