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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마리오네뜨
권지예
창비 2002.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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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고요한 나날
꿈꾸는 마리오네뜨
정육점 여자

나무물고기
상자 속의 푸른 칼
투우
사라진 마녀

해설/백지연

저자 소개 1

본명:권순예

1960년 경주 출생. 향리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학령기에 서울에 정착. 숙명여고와 이화여대 문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국립 파리 7대학에서 7년간의 연구 끝에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단편 「꿈꾸는 마리오네뜨」로 문단에 데뷔, 귀국 후 창작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기 시작했다. 「뱀장어 스튜」로 2002년 26회 이상문학상 대상, 2005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소설집 『꿈꾸는 마리오네뜨』, 『폭소』, 『꽃게무덤』, 『퍼즐』, 그림소설집 『사랑하거나 미치거나』, 『서른일곱에 별이 된 남자-반 고흐』, 장편소설 『아름다운 지옥 1, 2』, 『붉은 비단보』
1960년 경주 출생. 향리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학령기에 서울에 정착. 숙명여고와 이화여대 문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국립 파리 7대학에서 7년간의 연구 끝에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단편 「꿈꾸는 마리오네뜨」로 문단에 데뷔, 귀국 후 창작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기 시작했다. 「뱀장어 스튜」로 2002년 26회 이상문학상 대상, 2005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소설집 『꿈꾸는 마리오네뜨』, 『폭소』, 『꽃게무덤』, 『퍼즐』, 그림소설집 『사랑하거나 미치거나』, 『서른일곱에 별이 된 남자-반 고흐』, 장편소설 『아름다운 지옥 1, 2』, 『붉은 비단보』, 산문집 『권지예의 빠리, 빠리, 빠리』, 『해피홀릭』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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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468g | 153*224*30mm
ISBN13
9788936436636

책 속으로

지치고 힘들때, 누름돌에 눌린 것처럼 끝도 없는 심연 속으로 가라앉는 불가해한 인생의 중압감이 느껴질때, 자신이 견뎌야하는 자신만의 무거운 추를 떼어내지 못할 때, 남자 역시 이 세상에서 흔적없이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존재를 지우고싶다고 생각한다. 가볍게 순식간에 단 한번의 클릭만으로 완벽하게 삭제되듯이.

하지만 남자는 또 가만히 생각해보는 것이다. 무거운 중력만큼 또 그만큼의 부력이 삶에는 항상 내장되어있는 거라고. 그걸 믿지 못하면 뜰 수 없다는 것을 전직 수영강사인 남자는 몸으로 잘 알고 있지않은가.

그리고 완벽하게 사라지고자했으나 혹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여자를 생각해본다.

--- p.136

이 칼은 내 몸입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던 내 몸대신 당신꼐 바칩니다. 이 칼로 나는 사람들에게 거짓 죽음을 보여주면서 하루하루를 연명했습니다. 이제는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나는 더이상 죽음을 기다리진 않겠습니다. 제발 슬퍼하지 말아요.

죽음이란 비온 다음의 무지게 같은 것이겠지요. 이 칼이 당신에게 푸른 생명의 칼, 희망의 칼이 디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당신의 아름다운 파란색의 그림처럼 말입니다. 내 마지막 사랑,아듀...

--- p.186

출판사 리뷰

신예작가로서 2002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과 언론의 각별한 주목을 받은 권지예의 첫소설집『꿈꾸는 마리오네뜨』가 창작과비평사에서 출간되었다. 권지예는 1960년 경북 경주에서 출생하고,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7년간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1991년 프랑스 유학생활을 시작하여, 빠리 7대학 동양학부에서 '한국근대문학의 여성문제'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했다. 1997년 문예지『라쁠륨』에 단편「꿈꾸는 마리오네뜨」, 중편「상자 속의 푸른 칼」이 추천되어 등단한 이후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하고 있으며, 단편「뱀장어 스튜」로 제26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올해 동해대 국문과 교수로 임용되어 강의와 창작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 소설집은 등단작「꿈꾸는 마리오네뜨」를 비롯하여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약 5년간 발표된 십여 편의 소설 가운데 여덟 편의 중단편소설을 선하여 묶은 것이다. '마리오네뜨'는 줄을 매달아 놀리는 서양의 인형극 또는 인형을 말한다. 작가는 그 인형놀이를 통해 권태로운 운명의 줄을 끊고 일어서려는 여러 인물들을 형상화하며, 소설의 배경이 되는 한국과 프랑스 사이의 '시차'와 '거리' 속에서 자기정체성을 모색한다. 실제로 이 작품집에는 작가가 오랜 기간 머문 프랑스에서의 생활담과 그곳의 개성적이고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작중 여성화자들의 애욕과 한데 어우러져 있다.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백지연도 지적하듯이 이 소설집에는 "삶의 격정적인 순간을 희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로 가득 차 있다. (…) 작가의 중단편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사랑의 테마이다. 낭만적인 사랑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부스러지고 자취를 감추는가를 여성의 심리를 통해서 세밀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소설집은 독특한 색감을 갖고 있다." 작가가 집요하게 파고드는 분야의 하나는 결혼제도와 그로 인해 야기되는 일상성 속에서 사랑이 어떻게 퇴색되어가는가 하는 점이고 이를 딛고 일어서려는 현대인들의 몸부림과 좌절인데, 특히 다음의 작품들이 그러한 주제를 잘 그려내고 있다.

[고요한 나날]은 계간「창작과비평」에 발표되어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유부남 애인과 함께 교통사고를 당해 응급실로 실려온 여성화자 '나'는 깨어난 후,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고가 나던 날, 나의 임신소식을 채 알리기도 전에 그는 세상을 떠나고, 뱃속의 생명은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그런데 나는 그가 며칠 후면 아내와 함께 이민을 가기로 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고 심한 충격을 받는다. 병동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나는 갑작스런 재앙으로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악착 같은 집착이 삶에 대한 간절한 확인이란 것을 깨닫고, 점차 그들을 이해하게 되며 자신을 돌아본다. 핸드폰에 입력되어 영원히 남아 있을 그의 목소리를 하나하나 삭제해버리고, 그간 모아두었던 수면제도 연못에 던져버림으로써 나는 새로운 삶의 각오를 되새긴다.

표제작『꿈꾸는 마리오네뜨』는『라쁠륨』에 '두 개의 꼭두각시 인형'이란 제목으로 발표되었던 작품이다. 한국에서 임시교사와 과외를 하는 아내가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하는 빠리 유학생인 남편은 자신들이 지구의 반대편에서 대롱거리는 줄이 끊어지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벗어나기 힘든 관계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외로울 때 만나곤 하던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아내는 빠리로 찾아와 남편에게 고백하고 용서받고자 한다. 그러나 남편의 서랍장에서 발견된 쓰다 남은 콘돔 상자와 양탄자에 엉겨붙어 있는 낯선 털오라기들을 발견하고 오히려 질투감에 불타오른다. 그녀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음으로써 남편에게 복수하고자 하지만, 빠리를 떠나오기 전 생리가 터지고 복수계획은 허무하게 되어버린다. 아내는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남편의 불륜의 증거물인 다섯 오라기 털을 변기 속에 털어내버리고, 주술에서 풀려난 마리오네뜨 인형처럼 깊은 숨을 내쉰다.

세번째로 수록된「정육점 여자」 역시 껍데기만 남은 부부관계와 그 속에서 방황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다. 빠리의 중국인 거리에서 만났던 연인 라라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던 날은 아내가 두번째 아이를 지운 날이다. 내가 첫아내와 이혼하고 빠리에서 생활할 때 만난 정육점 여자 라라는 어릴 적 한국에서 입양된 여자다. 갑작스레 귀국을 하게 되면서 라라와 함께 떠나기로 약속하나,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훗날 라라는 냉동고에서 다른 한국인 남자와 꼭 껴안은 채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나는 무정자증으로 아이를 갖지 못하지만, 지금의 아내는 나와 결혼 후 두번째로 아이를 지우고 오히려 나를 원망한다. 나는 가끔 여자를 사러 홍등가로 간다. 분홍색 불빛은 정육점의 그것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그밖에 단편「섬」「나무물고기」가 수록되어 있으며, 중편 「상자 속의 푸른 칼」「투우」「사라진 마녀」 같은 작품들에서는 순수한 예술적 정열에 대한 동경과 지나가버린 아름다운 시절에 대한 갈망들이 쓰라린 현실세계와 대비되어 그려진다.

권지예의 소설은 부부관계의 균열과 격정적인 삶에 대한 현대인들의 욕망을 그리되, 사랑의 환상을 딛고 서려는 힘겹고도 간절한 몸짓을 절절하게 드러냄으로써 자기만의 세계를 확보해가고 있다. 이것이 이방인의 공간에서 타오르는 육체적인 정염의 강렬함이 속됨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유인 것이다. (*)

추천평

표제작 「꿈꾸는 마리오네뜨」는 나의 데뷔작이다. ‘두 개의 꼭두각시 인형’이란 제목으로 발표되었던 작품이다. 서울 아내와 빠리 남편. 이방인처럼 낯선 그들의 해후를 그리면서, 마치 프랑스는 연인, 한국은 조강지처 같은 나라, 나는 영원한 이방인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줄에 매달아 인형을 놀리는 프랑스 인형극 ‘마리오네뜨’를 나는 좋아했다. 할 수 있다면 무대 뒤에서 인형줄을 조종하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했다. 어쩌면 소설을 쓰는 것은 한편의 마리오네뜨를 세상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인형줄은 신비스런 운명의 줄일 수도, 한국과 프랑스의 인물들이 끊임없는 긴장으로 두 나라 사이의 ‘시차’나 ‘거리’에서 자기정체성을 모색하는 줄일 수도 있다. 문화의 다양성과 개인주의적 개성이 조화된 빠리의 자유로운 공기 속에서 살았던 나의 문학이 예술과 행복한 결혼을 한다면 나는 좋겠다. 프랑스와 한국의 사람들. 내가 살았던 빠리 13구 차이나타운 옆의 초라한 동네, 이브리(Ivry)시의 이웃들. 아랍계, 유태계, 중국계, 그리고 아프리카 사람들이 프랑스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았던 그곳에서 그 친구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꿈을 요즘도 가끔 꾼다. 깨고 나면 이상했다. 나는 모국어로 그들과 대화했던 것이다. 꿈에서처럼 나의 소설도 지구상의 모든 인간들이 소통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를 담아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애써주신 창작과비평사의 여러분들, 『라쁠륨』의 손장순 선생님, 빠리에서 늘 따뜻하게 보살펴주셨던 고(故) 이옥 선생님, 동생 대신 네가 글을 쓰라며 격려해주던 여고동창이자 동업자인 경혜, 프랑스에서 내 초고를 꼼꼼히 읽어주던 후배 윤정. 프랑스 친구들. 내 가슴속에 느낌표를 남긴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사람들…… 그리고 늘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는 사랑하는 내 부모님과 가족에게 뜨거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늘로 떠나면서 나를 작가로 태어나게 한 나의 수호천사 미예에게 나의 첫 책을 바치고 싶다. 이제야 빚을 갚은 것 같아 홀가분하고 행복하다.
--- 2002년 1월 권지예
권지예의 작품은 읽어갈수록 수크령풀 같은 끈끈한 달라붙음이 있다. 단문체로 시원스레 질주하는 듯한 글이면서도, 더불어 덤불 속을 헤집듯 뭔가가 자꾸 달라붙는 묘한 매력을 뿜어낸다. 이야기야 세속적 삶이 야기하는 사랑과 갈등 같은 익숙한 것들이지만, 이것들을 세계화된 환경으로 확장시켜 삶의 현재적 정황을 실감나게 조형해내는 힘이나, 인간적 본능과 내면적 복합성을 날카롭게 산문적으로 풀어헤쳐 흡착력 있는 산 서사를 직조해내는 힘이 만만치 않다. 하여 뜨거운 원색적 생명욕이 작품 전반을 휘감고 있으면서도 마치 매우 다채로운 질감의 색이 물에 번지듯 미묘하게 꿈틀거리고 있다고나 할까. 작은 이야기에서도 능란하게 서사의 동선을 움켜쥘 줄 아는 능력이나, 또 첫 작품집에서 내보인 이만한 자기 색감을 볼 때, 나는 우리 시대에 또 한명의 귀한 작가가 탄생하리란 것을 예감한다.

--- 임규찬 문학평론가, 성공회대 교수
권지예의 소설은 낭만적인 사랑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부스러지고 자취를 감추는가를 여성의 시선으로 세밀하게 포착한다. 소설 속의 여성들은 삶의 열정이 얼마나 빠르게 식는지를 알면서도 감정의 소용돌이에 스스로를 던져야 하는 운명에 놓여 있다. '가슴속의 화톳불'을 끄지 못하는 이들은 자신을 이끄는 격정의 힘을 따라 힘겹게 생의 발걸음을 옮긴다. 그녀들의 영혼에 깃들인 예술적 광기와 정열은 진정한 사랑과 소통이 부재한 현실을 견디게 하는 삶의 호르몬이다. 우리는 생의 가장 뜨거운 밑바닥을 응시하는 여성들의 절박한 몸짓 속에서 추억과 격정을 다스리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지를 알게 된다.
--- 백지연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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