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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음 밖에는 눈보라
2. 저가 깬 알 껍질을 먹어치우는 애벌레 3. 바퀴는 굴러갈 때는 쓰러지지 않는다 4. 쉐발리에 수사 5. 추녀를 떠받들고 앉은 알몸의 여인 6. 여름에 꽃잎 벙그는 꽃들을 보면 슬프다 7. 산딸기를 따다가 입에 가득 넣어 줘요 8. 아름다워진 나비는 어디로 갈까 9. 재즈는 저를 선택한 뮤지션을 배신하지 않아 10. 다른 세상의 경계를 넘다 11. 우리는 상처받은 치유자가 되어야 해요 12. 흰 눈 덮인 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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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인생을 깨달아가는 한 젊은이를 통해 이 시대의 진정한 사랑법을 잠언처럼 들려주는 사랑의 동화
건강한 민중적 상상력과 유미주의적 언어로 80년대 '시의 시대'를 이끌며 시대의 고뇌를 빼어나게 형상화한 바 있는 하종오 시인이 [도요새]에 이어 두 번째 어른을 위한 동화 [하늘무인도]를 펴냈다. 이번에 출간한 [하늘무인도]는 기존의 다른 어른을 위한 동화와는 사뭇 다르다. 동화를 떠올리다 보면 어린이 동화든 성인 동화든 항상 행복한 결말로 끝을 맺는다. 즉 희망적이고 긍정적으로 결론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뻔한 귀결보다는 오스카 와일드가 당시의 동화 틀을 깨버렸듯이 요즘 쏟아져 나오는 어른을 위한 동화의 뻔한 틀, 뻔한 결말을 파괴하고자 '의도적인 동화'를 썼다. 그렇다고 이 작품에 동화가 주는 교훈과 감동이 없는가? 그렇지 않다. 작가는 전작인 [도요새]에서 유토피아를 향한 정치적 행동, 운명과 섭리에의 순응, 그리고 현실에 뿌리내린 굳건한 삶 등 도요새를 통해 세 가지의 세계관을 표출하며 성장의 고통, 이상과 현실의 간극, 사랑과 이별, 삶과 죽음의 신비 등에 관한 철학적 잠언을 들려준 것처럼 [하늘무인도] 역시 이 작품의 배경이 되고 있는 어린 날의 쥐똥나무울타리집에서 사랑과 인생을 깨달아가는 한 젊은이를 통해 이 시대의 진정한 사랑법을 독자에게 나지막이 들려준다. 천 년 동안 저주를 받은 천녀의 나부상, 그것은 어머니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폭설이 내리는 풍경으로 동화의 분위기를 암시하는 이 작품은 주인공 영빈이 의문의 사고사를 당한 어머니의 유해를 묻기 위해 오랜만에 찾는 고향 마을(강화)이 그 배경이다. 영빈은 그곳에서 유년시절 어머니가 사주신 자전거를 타고 자신도 모르게 천 년 전의 암자를 찾게 된다. 그리고 전혀 뛰어넘을 수 없는 시공간을 넘어 천 년 동안 처마를 받치고 있는 천녀(天女)를 만나게 된다. 가난하고 지순한 목수를 배신했다는 오해로 천 년 동안 알몸으로 처마를 떠받치고 있어야 하는 기구한 운명, 그것은 왠지 모를 비밀을 안고 죽음을 맞은 어머니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애절한 목소리가 들려온 곳이 어디인지 짚어보려고 나는 온몸의 감각을 바짝 긴장시켰다. 무더기 무더기로 눈덩어리가 투두둑 떨어져 내리는 암자 처마 언저리를 더듬어보다가 한 귀퉁이의 기둥 위에 시선이 갔다. 그 순간, 나는 싸늘한 전율을 느끼면서 아연실색하였다. 몸을 자그맣게 웅크리고 앉아 있는 한 여자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 여자는 기둥과 추녀의 틈서리에 끼어 앉아 있었다. 아니었다. 그 여자는 높은 기둥 위에 쪼그려 앉아서 무거운 추녀를 떠받들고는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그것은 나부상이었다. 양팔을 머리 높이로 쳐들어 무거운 추녀를 떠받들고 쪼그려 앉아 있는 알몸의 여인을 나무에다 조각한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내 입에서 절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부상의 얼굴이 꼭 시신안치실에서 본 죽은 어머니의 얼굴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런 어머니는 생전에 드러머를 꿈꾸는 아들에게 가끔씩 잠언과도 같은 말을 하곤 했다. 그것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 "널 사랑한다는 여자가 생기거든 물어봐라…… 왜 사랑하느냐고…… 그 여자가 분명하게 왜 사랑하는지 말하지 못하거든…… 너도 그 여자를 사랑해라. 네가 사랑하는 여자가 생겨도 마찬가지. 여자가 너에게 왜 사랑하느냐고 물을 때 분명하게 대답할 것이 없으면 진정으로 네가 그 여자를 사랑한다는 애정의 증거다. 애정의……." "사랑은 말이다, 올 때는 저절로 오지만 머물 때는 저절로 머물진 않는단다. 사랑을 머물게 하려면 네 가슴을 스스로 찢어서 틈을 만들어둬야 해.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니? 가슴이 아프지 않는 자에겐 오지 않는 게 사랑이야." 영빈은 어머니의 체취가 살아 있는 듯 묻어 있는 쥐똥나무울타리집에서 아들을 위해 미리 깔아둔 이불 밑에서 어머니의 유서와도 같은 쓰다 만 편지를 발견한다. 그 편지는 여태껏 감춰두었던 아버지에 대한 진실이었다. 하지만 편지는 끝을 맺고 있지 않은 채였고, 영빈은 어머니가 무엇을 감추어왔고 또 무엇을 들려주려 했는지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사랑에 관한 진실이었다. 저절로 오는 사랑, 하지만 저절로 머물지 않는 사랑. 자신의 탓으로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았고, 그로 인해 그 나머지 사랑을 머물게 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가슴을 '찢어두신' 어머니. 사랑은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다가오지만 그것을 지키는 것은 저절로 되지 않는다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다가 또 미워하기도 한다. 그것은 왜 그럴까? 그것은 연민의 사랑이 아닌 만족의 사랑을 하려 하기 때문이다. "연민은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감정이고, 만족은 자기를 먼저 생각하는 감정이지요. 그래서 연민의 사랑을 하면 서로 상대에게 끝없이 베풀려고 하지만 만족의 사랑을 하면 서로 상대로부터 끝없이 받으려고 하지요. 자비가 없는 사랑이지요." 끝없이 받으려고만 하기 때문에 일어난 미움과 증오는 사랑을 끝까지 가지 못하게 한다. 사랑했던 여자를 한순간의 오해로 천 년 동안 암자의 처마를 떠받치고 있게 저주한 목수의 사랑과 찢어질 듯 아픈 가슴에 품어둔 어머니와의 사랑은 그래서 상반된다. 어머니는 자신의 사랑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자살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끝간 데 없는 사랑, 이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사랑을 지키는 데는 아픔이 동반된다는 사실. 아픔 없이 사랑을 지키기는 어려운 일이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가슴을 찢어 사랑이 머물 곳을 마련하는 일, 이런 일은 일회용 사랑이 판을 치는 요즘 사회에선 보기 드문 일일 것이다. 과연 자기를 포기하고, 인내하며, 받아주는 그리고 아낌없이 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 작품의 배경은 작가가 90년대 초반 직장을 그만두고 허름한 농가 하나를 구한 뒤 지금까지 시를 쓰고 있는 강화도의 쥐똥나무울타리집이다. 서울이라는 숨막히는 인공낙원에서 벗어나 시와 자기 자신, 그리고 자연을 새롭게 만나며 시집 [쥐똥나무울타리]를 상재한 바 있는 시인은 일생 동안 세 편의 동화를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랑의 잠언'이라 할 만한 이 책 [하늘무인도]를 그 두 번째로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