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서문. 나는 왜 대한민국을 포기했는가
1장. 피맛골 대학살 2장. 역사 강간 3장. 천박한 민족주의에 대하여 4장. 미제 침략자의 북한 방문기 5장. 어느 386 아저씨의 초상 6장. 참을 수 없는 생각의 가벼움 7장. 국수주의 황소 8장. 섹시 한류 9장. 한국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사람들 10장. 한국에서 레즈비언으로 살아간다는 것 부록. 스콧이 말하는 스콧 |
J. Scott Burgeson
스콧 버거슨의 다른 상품
안종설의 다른 상품
|
종로의 강남화는 빠른 속도로 지속되고 있다. 종로의 풍경 중에서 가장 이상하고 풍자적인 것은 까만 대리석으로 된 기념비 같은 안내판이 많다는 점인데, 그것들은 거기가 ‘개발’과 ‘진보’라는 이름 아래 사라져간 역사적 건축물이 있던 자리임을 보여준다. 보신각 맞은편의 화신백화점(일제 강점기, 가장 크고 유명한 한국인 소유 백화점이었지만 얼마 전에 삼성에서 지은 거대한 유리 및 철골 구조의 종로타워가 들어섰다), 인사동 북서쪽 모퉁이의 죽동궁(순조의 장녀 명온 공주가 기거하던 곳인데, 지금은 1층에 맥도널드, 지하에 ‘미시 클럽’이 자리한 14층짜리 회색 콘크리트 건물이 버티고 있다), 종로구청에서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수진궁터(또 다른 주차장과 또 다른 스타벅스가 들어섰다)에 이르기까지, 종로 거리 여기저기에는 이런 기념비 수백 개가 흩어져 있다. 볼 때마다 묘비명이 연상되기는 하지만 다행히 크기가 별로 크지가 않기 때문에, 서울 시민들은 대한민국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수도 한복판에 거대한 노상 공동묘지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한 채 무심히 지나다닌다. 멋있지도, 맛있지도 않은 역사 따위를 누가 거들떠본단 말인가?
--- p. |
|
오늘날의 한민족에게는 하나가 아닌 두 개의 국가가 있다. 이는 다시 말해서 한민족을 완벽하게 대변할 단일한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심지어는 한민족이 한 번도 진정한 의미의 국가를 가져본 적이 없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내세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 때는 일본이라는 국가가 한민족을 지배했고, 조선 왕조 때는 왕국(royal state)이 양반 엘리트의 자발적 도움으로 한민족을 수탈하고 억압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는 한국의 민족주의가 그토록 강렬하게 작용하는 이유는 단순히 한국의 민족주의가 21세기까지도 온전히 실현된 적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요컨대 오늘날 찾아볼 수 있는 한국인의 민족적 정체성은 북한과 남한 사이뿐만 아니라, 민족과 국가 사이라는 이중의 틈새 혹은 격차에 의해 분열된다. 이것은 가장 사소한 자극이나 도발에도 민감하게(때로는 고통스럽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만성적인 상처로, 흉터가 되어 한 덩어리로 합쳐지기 전까지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p. |
|
밑바닥 한국학-싱싱하게 펄떡거리는 한국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
<대한민국 사용후기>는 상아탑에서 씌어진 책이라기보다, 거리에서 씌어진 책이라 할 수 있다. 지은이는 직접 역사적 현장을 방문하고, 사건사고(?)를 기록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취재했다. 북한과 중국, 일본 및 아시아 국가들을 오가며, 비행기품과 발품을 팔았다. 전형적인 386 세대를 인터뷰해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그리고, 한국에서 레즈비언으로 살아가는 한 여성을 취재하고, 유흥 산업에 종사하는 한 외국인 여성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때로는 경찰관과 실랑이를 벌이고, 문화재 파괴에 무관심한 해당 관청을 직접 찾아가 항의하고 등등. 책은 말 그대로 밑바닥 한국학이다. 그래서 펄떡거리는 싱싱한 한국학이 될 수밖에 없었다. 레드카드 한국학-물먹은 흰둥이가 대한민국에 날리는 퇴장불사 백태클! 그는 고백한다. “한국을 가슴깊이 사랑했던 만큼 한국이 미치도록 미워졌다. 유일한 해결책은 내가 전사가 되어 글을 쓰는 것뿐이었다.” <대한민국 사용후기>에 성역은 없다. 반일과 친일, 반미와 친미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에누리 없이 비판한다. 한류의 추악한 면을 들추어내고, 대한민국 고등학교와 그 속에 갇힌 우물 안 개구리들과 뒤틀린 사회 현상을 꼬집는다. 한국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사람들을 추려내며, 노골적 도발도 서슴지 않는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디지털 설사로 누더기’가 되어 버린 인터넷 공간과, 시민의식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무서운 네티즌들에게도 직격탄을 날린다. 이 책은 대한민국 원주민들에게 날리는 일종의 ‘퇴장불사 백태클’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