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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비극의 탄생 재능에 눈뜨다 설거지게의 황제 아닌 밤에 홍두깨 군자를 만나다 수신제가 하여, 치국평천하로 나갈 수 있을까? 파하하하하 니 뭐라 캤노? 찬찬찬 딸이 생기면 분노의 아줌마 미륵아, 미륵아! 분만실에서의 소동 신생아를 집에 데리고 오다 가습기를 몰아냅시다 형형한 눈빛 교양강좌를 듣다 으라찻차 유모차 달려라 벽시계 아이 똥은 냄새도 향기로워라 눈물이란 무엇인가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아이가 나를 성장시킨다 세대주와 세대원 니꺼는 니꺼, 내꺼는 내꺼 동화를 만듭시다 때로는 이 땅에서 남자란 게 무지 쪽팔려 후천개벽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트릭을 부리다 미키마우스 쇼핑이란 무엇인가 못난 아들, 잘난 남편 새벽 이슬 그만 해! 대충 삽시다 기분이 꿀꿀해질 때 영수증들 옳다는 것은 그 말처름 늘 옳기만 한 것일까? 힘 좋을 때 잘 해야지 남자가 무슨 페미니스트입니까 시장에 가면 두 배 넓게 사는 법 아들에게 주는 글 장난감 만들기 영동이 똥이 아빠 방구와 만날때 못생긴 건 엄마 것 복동이 물려줄, 아름다운 집을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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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 나는 메모지에 타이틀을 '숙원사업'이라고 적는다.
다음주에 할 숙원사업 목록들. 이불말리기, 부엌의 행주 · 수세미 따위를 삶을 것. 냉장고나 오븐렌지, 토스트기 따위의 찌든때를 벗길 것. 칫솔 삶기. 흰 빨래와 러닝셔츠 등을 삶기. 숙원사업은 매일 하는 설거지, 청소, 밥하기와는 조금 다른 것들이다. 제목처럼 어마어마한 일을 하자는 게 아니라 간단하지만 신경 쓰지 않으면 그야말로 손이 가지 않는 일들이 있다. 칫솔 같은 경우도 솔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물질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그런 경우, 양치질은 세균 옮기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날 잡아서 칫솔들을 소독해 주면 어떨까. 간단하다. 아이 젖병 소독 냄비에 넣고 삶는다. 걸리는 시간이 문제가 아니다. 신경 쓰지 않으면 평생 안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것들이 집안에 널려 있다. 그걸 하루에 모두 할 생각 말고 요일 단위로 하는 거다. 숨은 곳에 가라앉은 먼지들. 늘 제자리를 잡고 움직이지 않는 물건들이 있다. 문갑 위의 TV나 데스크탑 컴퓨터나 화분 따위들. 그것들을 살짝만 움직여보자. 와우, 틈새마다 어느 날부터인가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을 것이다. 요놈들, 니 들이 고 뒤에 숨어 있으면 내가 영 모를 줄 알았다. 내가 누구냐? 프로주부 아니냐. 숙원 사업의 목록에 넣어 둘만한 사항들이다. --- p.187~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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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정치적 혁명을 꿈꾸는 세상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아니 나의 뼛속깊이 각인된 가부장적 세계관의 이데올로기로 향한 혁명은 정치적 혁명보다는 더 멀고 아득한 길일지도 모른다. 정치적 혁명의 적은 분명하게 드러나 있지만 우리 속의 통념이나 갇힌 세계관을 향한 혁명의 적은 분명하게 보이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 적을 향해 우리는 새로운 혁명의 길 위에 서 있는지도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 적, 내 속에 늘 엎드려 있다가 틈만 나면 불쑥 불쑥 솟구쳐 나오는 오래된 습관들, 헛소문에 지나지 않는 잘못된 통념들,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남성들의 가슴속에 도사리고 있는 그 안락함에 대한 유혹들. 나의 아이들에게 혹은 내 친구의 아이들에게 또 내 아이의 친구들에게 또 내 아이의 아내에게 우리들의 다음 세대에 올 그 모든 아이들에게 물려줄 '아름다운 집'을 위하여, 지극히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우리는 매일 매일 새로운 아침을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물어보라, 그 누가 있어, 자신의 아이들에게 누추한 집을 물려주고 싶을 것인가. --- p.237-2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