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과 수현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자매 같은 둘도 없는 친구이다. 그들이 스물 다섯 살이 되던 해, 수현과 정선은 수녀가 되기 위해 수녀원에 들어가 엄격한 규율과 신에 대한 믿음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언제나 아름답고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그녀를 사랑하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닌 수현. 정선은 그런 수현을 늘 동경했고 그녀처럼 살고 싶어서 수현을 따라 수녀원에 가는 것을 기꺼이 선택하게 된 것이다. 수현이 수녀원에 갈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수현을 사랑한 정선의 오빠 정태의 자살 때문이었다. 정선의 아버지는 수현의 어머니를 사랑했고, 정태도 수현을 사랑했다. 수현은 자신의 어머니에 이어 자신까지 정선의 가족들에게 죄를 짓는다는 자책감으로 평생을 괴로워하며 신에 대한 사랑만이 속죄의 길이라고 굳게 믿게 된다.
한편 차분한 수현의 성격과는 달리 늘 쾌활하고 잘 웃었던 정선에게 침묵과 규칙만을 강요하는 수도원의 생활이란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정선은 마음의 갈등을 겪다가 수도원에 들어간 지 3년만에 파계를 결심하고 그 곳을 나오게 된다. 비로소 자유를 느끼는 정선. 그녀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손과 발을 묶어두려 했던 수도원의 갑갑한 생활에서 해방감을 느끼며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까지 하게 된다.
정태 오빠의 친구였던 영인과 결혼한 그녀는 달콤한 결혼생활을 꿈꾸며 행복해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가 느꼈던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었다는 것을 곧 깨닫는다. 그녀가 꿈꾸었던 결혼이 그녀에게 또 다른 굴레로 다가왔던 것이다. 수녀원에 큰 수녀가 있었던 것처럼 결혼생활에서는 엄하고 까다로운 시어머니가 있었다. 시어머니는 정선을 '신이 버린 물건'이라며 멸시한다. 그녀는 또다시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게다가 그녀를 더욱 불행하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것은 남편 영인도 오래 전부터 수현을 사랑했고, 자신 몰래 수현을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선은 수현을 미워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어려서부터 쌓인 수현과의 우정이 있기도 했지만 수현은 정선이 그렇게도 되고 싶어했던 바로 자신의 또 다른 분신이었기 때문이다.
정선은 결혼을 통해 남편, 시어머니, 자식들의 삶을 지탱해 가는 강인한 생활인으로 살게 된다. 수현은 계속 수녀로서의 삶을 살며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사랑하는 법을 깨닫게 되고, 선악의 문제, 신의 존재의 대한 해답을 얻어가게 된다. 이렇듯 서로 다른 삶을 사는 두 여자는 상대방의 삶을 서로 수긍하고 인정하는 더 넓고 고귀한 경지에 들어선다.
소설은 수현이 장상 수녀에 취임하는 미사에서 <봉헌송>을 바치는 한 장면과 시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정선이 생명의 고귀함을 느끼는 것으로 결론지어진다. 두 가지의 숭고한 순간에 소설이 멈추면서, 이 두 여자의 삶 모두 가치 있는 것이라는 마지막 진리로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정선은 수녀가 된 수현을 숭배했고, 수현은 자유를 찾아 자신의 삶을 사는 정선을 부러워했다. 그녀들은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한 몸뚱아리에서 각각 떨어져 나온 두 개의 자아였던 것이다. 결국, 그것이 작가가 보여주고 말하고자 했던 것임을 우리는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