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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노트
프롤로그 1부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전쟁의 시작 마이너리그 유토피아 담배밭 혁명전사 Ⅰ 인민군 여전사와 화전민 처녀 쌕쌕이 혁명전사 Ⅱ 마지막 비행 어미 소 아버지의 소 귀향 2부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전쟁의 슬픔 검정 고무신 미자 언니 그 밖의 사실들 그리고 남은 이야기들 에필로그 작가의 말 |
李定恩, 이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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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의 처절한 상흔(傷痕)
12세 소녀의 전쟁기록 열두 살 소녀(이수미)는 집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통해 6ㆍ25 전쟁에 대해 말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남북의 대립 중에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삼촌인 이태호는 국군으로 전쟁 초기에 임진강 전투에서 낙오되었다가 부대에 복귀했으나 탈영병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다. 고모 이창희는 가부장제와 유교가 결합된 한국의 잘못된 전통문화에 눌려 기를 못 펴고 살다가 공산주의자 윤상현이 그리는 이상세계에 반해 인민공화국에 부역하지만 이후 빨갱이로 몰려 갖은 수모와 치욕을 당한다. 그 외에도 평생 인간을 위해 일하다가 가는 소 이야기, 머슴생활에서 벗어나 아내 선이와 더 행복하게 살기를 꾀해 인공시절 완장을 찼다가 공산군이 물러간 이후 학살당하는 김옥동, 전쟁으로 굶주린 탓에 외숙모 댁에 가 밥을 먹으려다 미군에게 욕보는 미자 언니, 사회주의에 이상을 품었지만 현실에 좌절하고 만 최기욱과 윤상현 등 세계사에 기록된 전쟁이 아닌 민간인이 바라본 6ㆍ25 전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소녀의 시선으로 그 시대 여성들의 현실, 어쩌면 지금도 변함없는 여성들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창희가 저렇게 되도록 왜 우리가 몰랐을까? 왜 우리가 이 땅의 딸들이 갖고 있는 고민이나 앞날을 살펴보지 않았을까? 여자로서 많은 차별을 당해서일까? 가족으로는 잘못이 없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닌 듯했다. 남자라는 이름으로 저지른 차별을 손꼽아 보았다. 여자들이 부르짖는 평등이란 말은 당돌하고 버릇없는 상것들이라고 치부한 점이 있었다. 여자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상은 곧 팔자가 드센 징조라고 질타했던 것이다. 같은 인간으로 동등한 위치에 놓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들처럼 대우 받지 않았으니까 남자들 뒷전으로 몰리는 여자의 심정을 모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일 것 같다.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는 사고를 심어 준 사회주의 사상에 매혹된 동생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평범하게 시골에 살며 학교와 집을 드나드는 게 전부였던 나는 피난길에 오르고, 다시 삶의 터전을 향해 돌아오는 동안 남동생이 장티푸스로 죽는 등 그 어린 나이에 몸소 전쟁을 겪으며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너무나 일찍 철이 들어 버렸다. 전쟁이 사람들에게 비겁함을 배우게 했고, 세상이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내가 딛고 선 출발선은 아주 불리한 위치였다. 집안은 늘 적당히 속수무책일 만큼 가난했고, 내 순결한 영혼은 밤이면 불나방처럼 가난의 불빛으로 스며들었다. 광복 70주년 특별기획 작품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5년이 흘렀다. 작가의 자전 분위기를 풍기는《그해 여름, 패러독스의 시간》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인간의 실존적 의미를 물으며 인물들의 굴곡진 모습을 생동감 있게 담아냈다. 인간은 과연 현실의 모든 일을 어떻게 해서 아는가, 인간의 지식과 신념은 얼마나 믿을 만한가,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알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전쟁은 우리 삶에 불행이라는 질풍을 불어넣고 일상을 뒤흔든다. 우리가 아는 모든 것, 우리가 믿는 모든 것, 우리의 세계와 우리 자신에 대한 모든 경험과 지식은 뿌리부터 위협받는다. 대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각자 다른 운명의 길을 걷는 인물을 통해서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해부한 이 작품은 전쟁의 풍경과 정서를 작가의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시각언어로 형상화했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그린 역작! 오늘도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고 지구의 한 쪽에서는 각기 이념, 다른 종교나 신의 이름으로 서로를 죽이고 죽임을 당한다.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장편소설《그해 여름, 패러독스의 시간》은 전쟁의 슬픔을 그리면서, 문학의 진정성에 대한 환기와 더불어 현대인들의 정신적 공감을 이끌어 내는 가치를 한층 발휘하고 있다. -조완석(문화평론가) 이정은의《그해 여름, 패러독스의 시간》은 전쟁이 한 가족의 여러 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각적인 시선으로 깊이 있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대하소설 분위기를 풍긴다. 작중인물들은 전쟁의 분류(奔流) 속에 휩쓸리면서 일상의 리듬이 깨짐은 물론 생사의 갈림길에 시도 때도 없이 직면한다. 그들 각각의 파란만장한 체험을 각각 별도로 묶어도 한 편의 장편소설이 될 만하다. ‘압축된 대하소설’ 같다는 느낌이 든다. -고승철(소설가)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저자가 기록한 6ㆍ25 전쟁의 기록들은 극히 일부일 뿐이며, 알려지지 않은 전쟁비화들이 수도 없이 많다는 점이다. 그들은 모두 살기 위한 선택을 했으며 그러지 않았다면 목숨을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었다. 누가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상처 입고 죽어갔다. 강자는 저보다 강한 강자 앞에서 약해지고 약자 앞에서는 한없이 강해진다. 이러한 사태가 전쟁에서만 일어나는가? 사회 전반에 걸친 국가의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덮어씌우는 행패를 국민들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을 통해 사라져간 영령들을 위로하고 다시 한 번 전쟁의 참상을 돌아볼 수 있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