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은밀한 회합
숨 가쁜 태동 구멍 난 정보망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독립 만세 대담對談 그리고 담판 긴급비밀 지령 북행열차 남자와 여자 미소微笑의 가면을 쓴 총독總督 촌철살인寸鐵殺人 만월회滿月會의 몰락 오인吾人은 살았도다! 곡예사들 동지 원방遠方에서 오다 승전고 대한제국 고종대황제 아아, 광화문이여 관동대지진과 조선인 학살 음지에 카메라를 미친 세월 가짜 박충권 두 여걸 돌아온 총독 조선총독부 연표 |
|
조선의 벗이여. 당신들은 민족의 독립을 항상 그 믿지 못할 변화무쌍한 정치에다만 구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의 불멸의 독립이 그 예술에서 이미 훌륭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왜 깨닫지 못하는가. 이제야말로 영원한 것에 마음을 쏟을 중요한 때가 왔다. 무엇 때문에 물려받은 미美의 혈액을 더욱 따뜻하게 하려 하지 않는가. 시험 삼아 생각해 보라! 아크로폴리스(Acropolis)의 기둥은 쓰러져 있다. 나라는 벌써 그것을 세워 일으킬 기력을 잃었다. 그러나 쓰러진 그 기둥의 한 조각이 루브르(Louvre)에서 불멸의 광채를 떨치고 있다.
조선의 벗이여, 소리도 없는 재 속에는 아직도 그을린 불길이 남아 있다. 바라건대 그것을 높이 들고 심정의 등불을 밝히라. 그리하여 일찍이 옛사람들이 한 것처럼 그 민족의 예술로 다시 돌아가라. 조국의 운명을 유구하게 하는 힘이 예술에 있음을 굳게 믿으라. 멸하지 않는 힘이 미美 속에 깃들어 있다고 굳게 믿으라. 칼은 약하고 미는 강하다. 이 보편 불멸의 원리애原理愛로 모든 민족은 굳은 신앙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
《조선총독부》는 일본의 침략기구였던 통감부와 총독부를 중심으로 그 잔학한 침략과 수탈상을 묘사한 것이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힘쓰는 긍지 높은 이념을 가진 가상의 인물(박충권과 윤정덕)이 등장하지만 둘을 제외하고는 실존했던 인물의 이름을 사용하여 현실감을 높였다. 정확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약 2,000여 명에 이르는 등장인물, 한국ㆍ일본ㆍ중국ㆍ동남아에 이르는 광범한 무대, 입체감 있는 사건 배치로 한국 역사를 조명하였다.
또한 총독이 바뀔 때마다 조선을 다스리는 정책의 변화에 대해서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초대 총독 데라우치는 언론탄압정책과 동시에 105인사건, 토지조사 사업 등으로 조선 일대를 약탈했고 이로 인해 조선에는 팔도를 떠도는 유랑민이 속출했다. 뒤이어 부임한 하세가와 는 고종의 죽음으로 슬픔에 젖은 국민들이 들고 일어난 3ㆍ1운동을 맞아 죄 없는 조선인과 애국지사들을 가혹한 형벌로 다스리고 평화적 시위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사이토 총독은 문화정책을 표방하며 조선인의 환심을 사는 한편, 친일파를 대거 양성하여 한민족 분열에 앞장섰다. 《조선총독부》는 이렇게 역사적 맥락을 조명하면서도 의기 있는 민족의 자주독립 의지를 연면히 계승하는 민족적 저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침략을 묘사하되 그 비인도적 정책을 규탄하는 데 핵심을 두고, 사사로운 원한에 사로잡힌 보복의식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한 역사서에 기술되지 않은 인간 내면을 묘사하였다. 겉으로 드러난 팩트만을 서술하고 해석하는 게 역사 기술의 한계인 반면 소설로서 등장인물의 고뇌, 욕망 등 내면세계를 파헤치는 역할을 착실히 수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