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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개나무 집
김상렬 연작소설집
김상렬
나남 201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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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남창작선

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똥빵
헛개나무 집
직가스 장군

꽃길
산뱅이 이야기

봄날,염색하다
하늘연못에서의 하룻밤
마지막 날들

저자 소개

저자 : 김상렬
1975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 소설〈소리의 덫〉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역사와 사회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온 작가가 그동안 펴낸 작품집으로는《당신의 허무주의》,《붉은달》,《따뜻한 사람》,《달아난 말》,《그리운 쪽빛》,《사도의 마지막 7일》등이 있다. 그 창작활동으로 채만식문학상과 한국소설문학상, 중앙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지금은 공주 마곡사 근처의 한 산촌에서 오직 글농사, 밭농사에만 전념하며 우리네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한 생명문학 집필에 천착하고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8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476g | 153*224*30mm
ISBN13
9788930006330

책 속으로

“저 꽃이 피믄, 많이도 배고팠슈. 참 한 많은 보릿고개 꽃이우, 저게!”
창고 맞은편 언덕바지에 울타리인 듯 줄지어 핀 조팝나무 군락을 보고, 해장술이 적당히 오른 오판돌이 와서 자조하듯 내뱉는다. … 오판돌의 때 묻지 않은 정직성이나 우직한 부지런함은 온 동네가 다 알아주는 편에 속했다. 거의 진종일 자기네 논밭에 나가 갖가지 험한 농사일에 매달려 있는 것도 모자라서, 지친 손을 좀 쉴 법한 농한기에도 그는 남들이 불러대는 대로 산판 벌목이나 밤나무밭 풀베기 따위의 궂은일을 일일이 마다하지 않고 밖으로 돈 벌러 나대기에 정신이 없는 것이다. … 하지만 사람들이 이 사람을 어리보기로 싹 무시하고 가능한 한 멀리하려는 첫째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그 지독한 냄새 탓이라 보아야 한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철철 비지땀 흘린 뒤끝에나 겨우 계곡물에 첨벙 뛰어들 때 말고는, 내내 목욕다운 목욕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그의 몸에서 나는 똥내 비슷한 묘한 ‘사람냄새’가 바로 그것이었다. ---「똥빵」중에서

“뚜이씨가 여길 오니까 온 동네가 확 밝아지네. 이런 농사일도 할 줄 알아요?”
“그럼요. 벳남 우리 집도 이런 산골이었거든요. 여긴 우리 고향 마을과 닮았어요. 아니, 똑같아요. 맘이 편해요.”
“정말 잘됐네. 그런데 뚜이가 여기 오면, 청소일이나 빵장사는 어떻게 하죠?”
“청소는 시간제 비정규직, 빵은 주로 장날이나 애들 하교 때만 파니까, 괜찮아요. 그중에서 젤 좋은 건 밭에서 일하는 거여요.”
“왜요? 가장 힘들 것 같은데?”
“고향에 온 것 같으니까. 똥냄새가 나니까요.”
“아, 그래서 빵이름을 그렇게 지었군요?”
“네, 똥은 빵하고 똑같아요. 똥이 거름 돼 흙으로 돌아가면, 빵 재료가 그걸 먹고 자라잖아요.”
“오늘은 뚜이씨가 내 선생님이다!”---「똥빵」중에서

여기 산뱅이가 안태 고향이라는 노봉근이 어느 날 갑자기 귀향해 와선, 기왕에 자리 잡고 있던 자기네 재래식 농가를 꽤나 친환경으로 조리차하게 재단장하고 있어서였다.… 맨 처음 대면할 때부터 단박에 ‘형님’으로 붙임성 좋게 호칭해 부르던 살가운 성격도 나로서는 내동 싫지 않았다. …
“몸에 맞는 집이 딱 이런 거라구. 너무 크거나 무겁지도 않고, 주변 환경과도 아주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고! 역시 관리소장 출신이라 보는 눈이 다르시구먼.”
“아파트 관리소장 그거 말짱 빛 좋은 개살굽니다. 입맛 까다로운 입주민들의 마당쇠, 상머슴이라구요. 그래서 눈꼴 시린 그 수모 못 참고 이렇게 낙향한 거 아닙니까.”
“내가 보기엔 금의환향인데 뭘 그래? 아무튼 내 기호에 쏘옥 들어맞는 집이야.”
“평생 처음 가져 보는 내 집, 그리 평가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불판의 후끈대는 열기로 얼굴이 벌건 노봉근이 열적은 듯 돌아보며 이를 드러내었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 이 집 대문간에 붙박여 있던 ‘노봉근’이라는 문패가 새삼스러운 연민으로 다가왔다. ---「헛개나무 집」중에서

이 사람, 대추방망이 같은 직가스는 매사 이런 식인 것을! 일단 결정한 건 그 어떤 난관에 봉착하더라도 왕년의 예비역 육군소장답게 초지일관 직진으로 탱크처럼 밀어붙일 뿐 아니라, 남의 말에 바투 귀 기울이고 마음 깊이 헤아려 주는 덕스러움 같은 건 애당초 기대할 수 없는 위인이어서 더욱 그렇다.…
“김 선생, 오랜만이오. 아까 해질 무렵에 이리로 올라오신 것, 다 보았소이다. 금방 다시 내려가실 줄 알았는데, 아궁이에 불 지펴 연기 나는 걸 보고 내 안심했지요. 어서 이리로 올라오시오. 내가 한잔 대접하리다…”
“안 그래도 찾아뵈려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웬 염불소리가 산중에 울려 퍼지나 싶어 놀랐습니다.”
“아, 그거? 여러 해 전에 저승 간 우리 마누라 생각이 나서, 괜히 한번 틀어 보았소. 그 사람이 아주 열렬한 불교였거든. 그 CD도 이 마군이 남편 좀 개조하려고 선물로 놔두고 간 거요. 자, 앉으시오.”
물기어린 가락으로 직가스가 식탁 의자를 가리켰다.…
“아, 그러셨군요? 그럼 자제분들은요?”
“자제랄 게 뭐 있나? 딱 한 놈 아들뿐인데, 미국서 그럭저럭 잘살고 있는 친미파요. 나더러 그리로 들어오라고 성화지만, 난 절대 그렇게는 못한다고 했소. 죽어도 여기, 내 땅에서 죽어 묻히겠다고 이미 강다짐했어요. 자, 별 볼일 없는 개인사는 집어치우고, 우리끼리 건배나 합시다.”

---「직가스 장군」중에서

출판사 리뷰

흙에서 피어난 우리 민초들의
질박한 삶의 이야기!

일찍이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농부의 삶에서 인생의 진실을 발견했다. 명문가의 아들로 태어나 백작, 군인, 탕아를 오가던 그는 결국 직접 농부가 되어 흙을 일구며 그동안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평화와 희망을 찾았다. 흙이 인간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한 인간이 세상을 움직이는 위대한 문학작품을 낳은 셈이다. 즉, 흙은 생명의 원천이자 문학의 뿌리이다.

이러한 맥락에서《헛개나무 집》은 흙에서 태어난, 모든 생명의 역동성을 품은 작품이다. 작가는 치열한 문학의 열정을 품고 ‘안락한 도시’를 떠나 공주의 깊은 산촌 ‘산뱅이 마을’로 들어가 산소리와 물소리를 벗 삼아 15년간 피땀 어린 글농사와 밭농사를 지으며 이 작품집을 집필했다. 오늘날의 핍진(乏盡)한 농촌 생활상과 더불어 삶과 죽음의 문제를 성찰한 이 작품집은 ‘흙에서 피어나고 흙에서 살다가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민초들의 질박한 삶의 이야기 10편을 담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친구로부터 산뱅이 마을의 ‘명당’ 자리를 사들여 목조주택을 짓고 자리잡게 된 어리숙한 초보 농부 ‘나’는 ‘특이한 이방인’이다. 우선 뜨내기 주제에 대대로 마을유지인 이장님네 땅을 차지한 것부터가 꼴사나운 데다 현실성 없는 유기농 농사를 고집하니 마을사람들로부터 세상물정을 모른다고 비웃음을 사는 건 당연지사. 그러나 우체통에 둥지를 튼 새 한 마리도 잘 보살펴 주고 마을에 시집온 다문화 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가 하면 어려운 이웃에게 늘 따뜻한 관심과 덕담을 아끼지 않는 ‘나’에게 마을사람들은 어느새 ‘선생님’라고 부르며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도시에서 온 오지랖꾼’ ‘나’는 산뱅이 마을 주민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겉은 똥내 나도록 지저분하지만 속은 우물물처럼 맑고 깊은 노총각 오판돌 이야기, 한국에 시집와서 남편의 폭력을 겪으면서도 꿈을 잃지 않는 베트남 이주여성 뚜이 이야기, 8남매의 맏이로 씨감자 노릇을 하다 귀촌한 넉넉한 성품의 노봉근 이야기, 겉은 독불장군 같지만 사실은 고독하고 정 많은 퇴역군인 김약술의 이야기….
꾸밈없이 순박한 그들의 행동에 웃음이 나다가도, 그러한 그들이 겪어야 하는 지독한 시련 앞에서는 가슴이 저려온다. 하지만 인생의 풍파를 만나도 움츠리기보다는 오히려 가슴을 활짝 펴고 서로를 보듬는 손길을 멈추지 않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희망’과 ‘사랑’이 가진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 깨닫게 된다. 향기 나는 순수한 우리말을 사용한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도 압권이다. 흙에서 피어난 크나큰 사랑이 우리네 아픔을 감싸 안는 곳, 산뱅이 마을로 당신을 초대한다.

산속에 들어와 글농사 짓고 산 지 벌써 15년째이다. 물론 어설픈 밭농사도 함께 지었지만, 작가로서의 본령은 아무래도 외로운 문학의 목마른 치열성일 수밖에 없었다. 적막에 든 밤, 나는 그 불꽃을 베개 삼아 이명(耳鳴) 같은 산소리를 참 자주 들었다. 지하 저 깊은 심연 속 수맥의 물소리도 안다미로 새겨들었으며, 그러다 날이 밝으면 다시금 산뱅이 아래뜸 사람들과의 낯익은 일상으로 선바람에 되돌아가곤 하였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생태계(?) 작품집이다. 내 어쭙잖은 인생 후반부의 한 축을 매듭짓는 의미 또한 가감 없이 담긴 책이기도 하다. 오늘의 핍진한 농촌 생활상을 포함해서, 우리네 삶과 죽음의 문제가 어떤 무늬로 엮이는가에 대한 성찰이 유독 많은 까닭은, 아무래도 점점 나이 들어가는 작가의 ‘몽근짐 내려놓기’가 크게 작용했을 터. 덧없는 나달은 어느 결에 무엇이든 깨끔히 갈무리하도록 조비벼 채근한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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