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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9
상놈의 갓 19 오는 봄 29 어떤 주리론자 47 유랑 길에서 61 청도의 왜병 75 무너진 단군 옛터 85 사람, 사람들 99 전날 밤 123 영릉의진 135 첫 전투 153 울진과 장호 175 고향, 그 언저리 193 산중 요새지 221 밤실에서 잡힌 꿈 235 이강년의진과 함께 255 물과 물고기 269 가족을 미끼로 287 못다 부른 노래 299 서간도를 향해서 317 불길한 꿈속 327 누르실의 먼 길 337 남은 사람들 359 「영릉의진유사」 367 후기 375 신돌석 연보 3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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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 영웅 대신 민초의 얼굴로
신돌석 의병장이 주로 활동했던 동해안 지역과 태백산맥 인근 지역 주민들은 지금까지도 그에 관한 전설을 이야기한다. 축지법을 썼고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았으며 손가락 굵기의 부젓가락을 종이처럼 휘고 폈다는 식의 다소 허황된 내용들이다. 이런 비현실적인 영웅담은 갖은 고생을 해가며 의병활동을 하다 서른한 살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은 그의 일생에 관한 안타까움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 이야기에는 백성들의 잠재적 희망 혹은 대리만족이 반영된 셈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신돌석을 ‘태백산 호랑이’라는 신화 속 인물이 아니라 최초의 ’평민 의병장’이라는 역사 속 인물로 그렸다. 비현실적 영웅의 모습 대신, 몸부림치며 살다 간 이 땅의 민초 가운데 특이하게 뛰어났던 한 인물의 모습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 소설에는 놀라운 힘으로 왜적을 혼쭐내는 장면보다는, 나라의 운명이 벼랑 끝에 다다른 이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수백 명이 넘는 의병조직을 어떻게 운영할지를 고심하는 신돌석의 내면 묘사가 두드러진다. 신분제라는 전통을 넘어 시대 속 개인의 역할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인간 신돌석은 현재의 우리에게 입체적인 인물로 다가온다. 치밀한 고증과 문학적 상상력의 힘 1970년대, ‘문학’과 결합한 중앙대 학생운동을 이끈 작가 백상태의 경험은 소설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영릉의진을 이끈 두 축, 신돌석과 백남수가 세태를 한탄하며 주고받은 한시는 두 사람의 복잡한 심리를 잘 녹여내며, 의진이 거의(擧義)하며 읊은 축문과 백성의 지지를 호소하는 격문은 큰 울림으로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작가는 기록 혹은 문자의 힘을 믿는다. 작가의 전작인 『단군기원을 말하다: 담암 백문보 평전』과 『문무겸전의 전략가: 장만 평전』 등 두 편의 평전이 각 인물이 남긴 기록을 토대로 세밀하게 그렸듯, 『소설 신돌석』에도 철저한 고증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여러 전문연구서를 참고한 작가는 작품 내에서 영릉의진 대원들의 이름과 직위를 구체적으로 밝혔으며 영릉의진의 주요 활동지를 담은 지도를 작성하기도 했다. 『소설 신돌석』은 꼼꼼한 고증과 문학적 상상력으로 영릉의진의 활동상과 활동공간을 구체적이면서 동시에 합리적으로 그렸다. 그동안 전설 혹은 구비문학으로만 신돌석의 활약상을 접했던 독자에게 소설의 단정한 형식으로 역사적 인물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신돌석 활약지에서 태어난 작가는 어릴 때부터 숱한 신돌석 무용담을 들었으나 고증되지 않는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신돌석, 사명을 깨닫고 의진을 결성하다 어릴 적부터 남다른 힘으로 주변을 놀라게 했던 신돌석은 열아홉 살 때인 1896년 김하락의진에 가담해 왜적을 몰아내는 일에 뛰어들었다. 왜적을 몰아내는 일이 용력이 뛰어난 자신의 사명임을 깨달은 그는 그로부터 10년 뒤인 1906년 봄, 스스로 영릉의진을 결성하면서 본격적인 무장활동을 시작한다. 반상과 빈부의 격차를 뛰어넘어 중군대장 백남수, 도선봉장 한영육, 분진선봉장 이하현 등 충직한 대원들과 함께 3년 가까이 태백준령의 동서남북을 누비며 왜적과 부역배를 징벌한다. 의진대원의 수가 점점 늘고, 잇따른 큰 승리에 따라 신돌석을 노리는 왜군과 토벌대의 압박도 점점 심해지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