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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o Xingjian,高行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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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만일 사상의 자유를 얻기를 바란다면 침묵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도망을 가야 한다."
가오싱젠이 노벨문학상 수상연설에서 언급했듯이 그는 중국의 정치적인 억압에 항거해 창작의 자유를 찾아 프랑스로 망명했으며, 이후로도 역시 세계를 유랑하고 있다. 데카르트의 말을 적용하자면, '나는 말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로 환치될 수 있는 그의 소감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생각과 사상을 담아내는 언어적 표현, 즉 문학적 성취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피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다시 한번 제기될 수 있는 것이 '표현의 자유'이다. 사상은 자유이되 표현은 불가능하다면 그것은 곧 '자유로운 사상의 거부'를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오싱젠은 전작『영혼의 산』을 통해 중국의 역사와 문화, 정치현실을 훑어가면서 인간의 실존을 증명하는 것이 '자유에의 의지'임을 끈질기게 호소했었다. 『나 혼자만의 성경』은 그가 왜 그토록 자유에 목말라 하는지 그 처절한 몸부림의 원인을 너무도 극명하게, 그래서 잔인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려낸 작가의 자전적 일대기이다. 가오싱젠은 소설 속에서 스스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대는 그대 자신을 위해 이 책을 쓴다. 도망자의 책 말이다. 그대 혼자만의 성경. 그대는 자신의 하나님이자 신도이다.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도 않을 것이며, 또한 다른 사람에게 그대를 위해 희생해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도망친 자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도망자의 멍에를 쓰고 끊임없이 쫓겨다니든지, 아니면 구원을 받아 삶의 자유를 얻어내는 길뿐이다. 가오싱젠은 그를 묶어두었던 족쇄와 같은 과거의 기억에서 해방되고 현재적 순간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빈틈없이 투영해낸 소설로 구원을 요청한다. 그렇게 정치적 현실이 한 개인에게 입힌 뼈아픈 상처의 부위를 고스란히 도려냄으로써 그 배후에 도사린 이데올로기의 경박한 모순과 허위를 충격적으로 고발하고 있는 이 작품은 작가 스스로의 과거를 수집하는 작업인 동시에 그것을 소멸시켜버리는 작업인 것이다. ■ 통렬하고 비장한 자유의 메시지 『영혼의 산』의 주인공이 문화의 근원 및 정신 그리고 자아를 탐구하다가 마침내 현실로 돌아오는 데 비해 『나 혼자만의 성경』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는 시점부터 출발해 주인공이 유태계 독일 여성을 만나면서 중국대륙에 거주하던 시절을 회고하게 된다. 끝없이 이어지는 회고는 1949년 이전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그 후 계속되는 정치적 동란 그리고 문화대혁명 및 탈출로 이어졌고 그 뒤로는 서양의 이곳저곳을 떠도는 생활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겪어야 하는 고통스런 현실의 기저에는 '문화대혁명'이라는 정치적 소용돌이가 커다란 축을 이루고 있다. 주인공은 아주 직설적인 표현으로 자신이 정치권력에 강간당했다고 소설의 곳곳에서 말하고 있다. 이것은 그의 애인들이 순수했던 소녀시절에 강간당한 이후 끊임없는 정신적 혼란으로 고통 받으며 성적으로 타락해가는 모습과 종종 오버랩 된다. 얼핏 보면 그는 정치권력의 양상에 맞추어 변화해가는 유동적 성향의 지식인으로 비추어지고,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대부분 비정상적이거나 정치적인 핍박에 의해 세뇌당한 백치 같은 인간 군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가오싱젠은 그만의 독특한 문체와 냉담한 시선을 통해 그 인간들의 나약한 본성이 어떻게 왜곡돼가는지, 또 그 현상을 주도하는 억압과 공포의 이면에 숨어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것의 원인과 실체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한 개인이 상처받은 역사의 기록이자, 비극적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인간들의 삶을 담아낸 이 작품의 주제는 '인간의 존엄성 회복'이며 그 영원불변의 키워드는 '자유'이다. 때문에 그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토해낸 가오싱젠의 자유의 메시지는 탈이데올로기라는 자가당착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심층을 더욱 통렬하고 비장하게 파고든다. 작가 개인의 문학적인 성찰과 함께 세계와 인간 본질의 의미를 꿰뚫는 소설『나 혼자만의 성경』은 민족과 국가의 경계를 초월한 보편적인 현대 인간의 존재의식을 선명하게 일깨워준다. 가오싱젠이 인도하는 한 인간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스스로가 망각해버린 각자의 개인적 가치와 자유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자유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의 힌트는 가오싱젠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자유란 몸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은 그대 자신에게 달려 있으며, 그대가 의식하느냐, 사용할 줄 아느냐 못 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유는 하나의 눈빛이고 일종의 말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