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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서문-몇 가지 문제 머리글-“피아트 미히 세쿤둠” 1부-그림의 상징 1장 모순 근대의 거부 디테일 1_터너의 조개 고전주의적 규범들 디테일 2_레베카의 낙타 죄 많은 즐거움 디테일 3_사도의 발 신과 디테일 디테일 4_아르마 크리스티 2장 배치 디테일의 정복 디테일 5_파리 디테일 6_성녀 체칠리아, 파이프오르간과 목 보조개 디테일의 과학 회화적 진리 재현의 상징 2부-붕괴된 그림 3장 역설 상징에서 정점으로 디테일의 이중적 붕괴 디테일의 계기와 회화의 사건 디테일 7_풍경의 괄호 치기와 시선의 산책 동요 투명함과 장애물 4장 내밀성 두 얼굴 디테일 8_레이스 뜨는 여자의 실 한 줄기 그림 속의 화가 디테일 9_특별한 서명들 개인적 투여 디테일 10_쿠르베의 미세한 위반들 지성의 침묵 후기 우화들 <마을의 약혼녀>의 문턱에서 부록 미주 옮긴이 해제-다니엘 아라스, 회화의 사유 찾아보기 |
DANIEL ARA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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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최근 미술 시장은 날로 달아오르고 있다. 굵직굵직한 미술가와 미술관이 잇달아 국내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유럽으로 미술관 순례를 떠나는 이들도 생겨났다. 그러나 명화를 대면할 기회만큼 그림 속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막막하고 무감각한 경험도 늘어날 것이다. 추상미술뿐만 아니라 익히 아는 명화를 마주하고도 그것이 왜 명화인지가 끝내 보이지 않았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어떤 권위자가 그 그림에 대해 말했던 것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런 순간은 ‘아는 것’이 ‘보는 것’을 대체해버리는 순간이다. 『디테일-가까이에서 본 미술사를 위하여』에 의하면 미술 작품과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서 ‘아는 만큼 보’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제각기 독창성의 흔적이 살아 있는 개별 미술 작품에 지식과 정보가 폭력적인 방식으로 작용하기 쉽다는 것이다. ‘아는 것’이 ‘보는 것’을 눌러버리는 일은 초보 미술 애호가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미술사가들에게도 자주 나타나는데, 그렇게 문헌을 앞세운 그림 해석은 독창적인 것에서 진부한 것만을, 알려지지 않은 것에서 알려진 것만을, 엉뚱한 것에서 엉뚱하지 않은 것만을 확인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미술사는 온당하게 씌어진 것일까? 이에 대한 의문에서 기획된 ‘가까이에서 본 미술사를 위하여’란 부제를 단 문제적 저작 『디테일』이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 다니엘 아라스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술사가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자들 중 하나다. 그러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자신을 향해 그림에서 ‘일어서서’ 다가오기까지 6년이 걸렸다고 그는 고백한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15세기와 16세기 유럽의 역사와 지성사에 대한 완벽에 가까운 그의 지식이 이 책에서 빛을 발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 지식이 개별 미술 작품들과의 반복적이고,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끊임없이 수정되고 교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을 바탕으로 그가 끊임없이 그 그림을 직접 그렸던 화가들의 존재와 시선을 붙잡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디테일이 불러일으킨 ‘놀라움’으로 가득 찬 책! 디테일은 전체의 내용을 집약하기도 하고, 전체로서의 그림에 미세한 틈을 만들어내면서 섬세한 의미의 변주를 이루기도 한다. 디테일이 그림 전체에 대해 간극을 만들거나 전체에 저항하는 듯 나타날 때 놀라움은 커진다. 때로는 과도하게 관객의 시선을 끌어 전체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붕괴시킴으로써 회화 자체를 전복시켜버리는 파괴적인 힘을 보여주기도 하고,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내밀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한다. 디테일은 실제로, 그것이 의식되건 의식되지 않건 간에, 미술사의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성찰은 충분히 진행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멀리서’ 보았을 때는 결코 드러나지 않을 디테일들, 우연하게 눈에 들어왔거나 차츰차츰 발견된, 식별되고 고립되고 전체에서 떼어낼 수 있는 디테일들에 주목하여 작품이 구상되고 지각될 때 이 디테일이 행했던 특별한 기능, 지위, 역할 등을 밝히면서 이런저런 디테일을 통해 그림이 ‘일어서고’ ‘존재를 과시하는’ 특별한 순간의 메커니즘과 지향점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그리고 점차적으로 발견되는 디테일을 통해 그림의 제 요소를 일관되게 설명함으로써 그림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얼마나 심화될 수 있는지를 탁월하게 밝혀낸다. 중세 말기에서 19세기 후반까지를 다루는 이 책은 다니엘 아라스의 주저에 해당하며 그의 미술사 방법론을 보여주는 탁월한 저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각각의 회화 작품들이 디테일에 대해 어떤 사유를 보여주는가에 따라 크게 4장(모순/배치/역설/내밀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지 속에 묻혀 있는 사유의 광맥 도상학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회화의 당혹스런 독창성, ‘객관적인’ 설명(책이나 문헌)을 찾을 수 없는 디테일들의 압축을 풀며, 저자는 화가들이 그림 앞에서 전개시킨 사유까지 복구해낸다. 예를 들면 전체에 대해 각각의 디테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화가들이 회화를 창조하면서 그림 가장 가까이에서 끊임없이 사유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르네상스의 화가들은 자신들의 작업이 단순한 장인의 그것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부단한 사유를 전개해왔고 또 고전주의라는 거대한 흐름은 그 결실로 생겨난 것이다. 그에 의해 복구된 사유를 보면, 화가는 당시 통용되는 용법을 존중하지 않기도 하고, 디테일을 이용해 의식적으로 간극과 혁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단순하게는 통용되는 용법과 유희할 수 있고 나아가 이 용법 자체와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그가 복구해내는 사유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식의 감상벽이나 감정이입, 투사나 동일시가 아니다. 추론을 통해 구축된 정서이며 미술 작품에 의미를 부여했던 화가의 이성과 동기와 개인적이고 지적인 모색을 정교하게 계산해낸 지난한 연구 결과이다. 이 책이 눈길을 끄는 것은 이러한 시각예술의 위대한 이미지 속에 묻혀 있는 깊고도 창의적인 사유-- 이미지의 사유--의 광맥을 캐낸 것으로, 이것은 문학이나 철학, 영화학 등의 인접 학문과 인문학 전체에 상당한 함의를 가지며 새로운 빛을 던져주는 것이다. 특히 20세기를 지나면서 이미지의 문제는 인문학에 새롭게 대두된 주요한 화두이면서도 인문학자들을 무력하게 만든 주범이기에 더욱 이 책이 반갑다. 지금 당장 한국의 미술계나 문화 예술계에 꼭 필요한 덕목이 ‘디테일’에 천착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일 아닌가? 서양미술사 분야에서도 깊은 미적인 체험, 치밀한 관찰 그리고 차분한 성찰이 녹아 있는 글을 통해 다니엘 아라스는 유럽에서 가장 위대한 몇몇 예술가들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