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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1. 당신이 웃네, 꽃이 피네 사모아의 버스|높은 눈 낮은 손|도사와 지사|우리 옆집에 살고 있는 하느님|인생의 목표|숨은 부처|내 마음의 밥상|우리가 잃어버린 세계 2. 풀 한 포기가 들려준 이야기 오래 봐야 보이는 것들|어느 풀의 가르침|나무를 먹는 땅|무엇이 우리를 살게 하나?|용왕의 막힌 혈관을 뚫다|잣나무를 먹다|심술궂은 하느님|암에 걸리면|물소와 함께한 6년 3. 바람에 실려 온 편지 하느님을 만나다|일회용 라이터 명상|도서관이 가까이 있으면|한바탕의 꿈인 줄 모르네|주문은 한 가지로|걸레 하느님|엽서를 쓰자|하느님의 세 가지 모습|크리스마스 선물 4. 나무처럼 아이처럼 멈추지만 않으면 돼|내가 섬기는 교회|노래의 힘|기도의 방법|그리운 우리의 자연학교|쥐구멍에 볕 들이기|자녀 교육은 이렇게|꿈으로 온 한 소식|나의 주례사 5. 아무도 가지 않은 길 한 줄 시|음악이 사랑한 남자|늦게 핀 꽃|남들이 가지 않는 길|안식년이 있는 나라|나를 살라|시를 써라|순례가 내게 남긴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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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나는 하느님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만질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사람들은 하느님이 하늘에 있는 줄 알지만 아니다. 어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이 하느님이다. 그러므로 나는 언제든지 하느님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다. --- p. 6 청소부가 된 성자는 틀림없이 듣기만 할 거 같다. 건성으로 듣지 않고 누구를 만나나 하나가 돼서 들을 것 같다. 아무도 자기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어 외롭고 힘든 사람이 그를 찾아오리라. 그러면 그는 다리 아래 그늘 같은 곳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언디바이디드 어텐션 상태에서 그의 말을 들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그를 찾아온 사람은 평화를 얻으리라. --- p. 34 인격을 끌어올리기도 어렵지만 국격을 높이기는 더욱 어렵다. 인격이 높은 사람조차도 나라의 일에서는 어두워지는 데도 문제가 있다. 지금 세계의 나라는 애들과 같은 차원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 p. 59 돌아보면, 내 인생의 가장 가치 있는 순간은 시간을 잊었던 때들이다. 이 그림책 속의 아이처럼 대상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닭이어도 좋고, 개미라도 좋고, 잠자리라도 좋고, 분꽃이라도 좋다. 시간을 잊는 것, 그것이 먼저다. --- p. 88 오래 보아야 보이는 것이 있다. 겉만이 아니라 뒤까지 봐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것이고 제대로 알기란 쉽지 않다. 오래 알아봐야 하는, 그런 시간을 보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도 세상에는 많다. 사실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도 알고 보면 수두룩하다. --- p. 101 꽃 핀다는 건 무엇일까? 웃는 것이다. 남을 웃게 만드는 것이다. 간단하다. 함께 하는 사람과 하루 웃고 살았다면 하루 꽃 핀 것이다. 웃지 못했다면 꽃 피지 못한 것이다. --- p. 110 눈을 감고 보면 어머니는 우주와 분리할 수 없다. 어머니와 우주는 하나다. 그러므로 아이는 우주가 낳는다. 아이는 우주에서 태어나 우주를 먹고 살다가 죽어서 우주로 돌아간다. 온 곳으로 돌아간다. 사람은 누구나 우주가 피우는 꽃이다. --- p. 115 천국이라지만 내 뜻대로 되는 것은 별로 없다. 사람들은 자기 뜻대로 안 된다고 천국에서 불평을 하지만 사실은 그래서 천국이다. 한번 자신의 생각을 지켜보라. 생각대로 되면 하루 안에 이 세상 다 망가진다. 우리의 생각은, 최소한 통제되지 않고 떠오른 생각은 착하지 않다. --- p. 124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사물의 실상에 다가갈 수 있다. 우리는 걸레를 더럽다고 알고 있다. 잘못된 견해다. 이 그릇된 생각을 버리고 보면 걸레는 얼마나 성스러운 물건인가! 부디 걸레처럼 살고 싶다고 빌어도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걸레는 결코 더러운 물건이 아니다. --- p. 205 나는 그 주머니에 나를 넣는다. 죄 많은 나를 넣는다. 달리 길이 없다. 내 힘으로는 풀지 못한다. 그런 일이 있다. 지나간 일만이 아니다. 조심해도 날마다 죄를 짓는다. 그런 날 나는 그 죄의식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하느님의 주머니로 가는 길밖에 없다. 그 주머니에 나를 던져 넣는 길밖에 없다. --- p. 2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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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향한 인문학자
인문학 연구기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안정된 삶을 버리고 산으로 향했다.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일본의 자연주의 농부 후쿠오카 마사노부가 쓴 [짚 한 오라기의 혁명]과 [자연농법]을 읽고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더는 도시에 살 수 없었다. 현대 문명 속에 있을 수 없었다.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그는 도시를 떠나 산으로 갔다. 땅을 갈지 않고도 살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전화도 없고 이웃도 없는 깊은 산속에서 생활했다. 일본과 뉴질랜드를 떠돌기도 했다. 재배를 넘어선 농사를 꿈꾸며 논과 밭에 씨앗을 뿌리고, 숲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 시간을 보내는 동안 찾아온 깨달음과 하늘의 음성을 글로 옮겼다. 그러는 사이 그는 농부가 되어 있었고 작가가 되어 있었다. 자연농의 세계에 찾아온 손님들 저자가 산에서 살고, 외국을 떠돌고, 깊은 외로움 속에 자신을 격리했던 이유는 자연농을 추구하기 위해서였다. 자연농이란 자연이 식물을 키우는 방식 그대로 농사를 짓는 것을 말한다. 무경운, 무농약, 무비료, 무제초를 원칙으로 한다. 즉, 땅을 갈지 않고(무경운), 화학 비료를 쓰지 않으며(무투입), 농약을 쓰지 않고(무농약), 풀과 공생하는 길을 찾는(무제초) 농법이다. 저자가 자연농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인류가 지구에 상처를 내고(경운) 땅을 오염시키며(화학 비료) 생물종의 다양성을 말살하는(농약) 방식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환경을 훼손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식량 생산 방식 속에는 인류의 미래도 없을 것이라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땅을 갈지 않고 논밭 농사를 하며, 숲속을 돌아다니고, 글을 쓰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런 나날의 삶 속에서 저자는 경이로운 자연의 힘을 경험했다. 《오래 봐야 보이는 것들》은 그 시간의 이야기다. 상처받고 지친 나그네들이 삶의 의미를 찾아 먼 곳에서 와서 자연 속에 머물고 땀을 흘리면서 살아갈 이유를 발견한 이야기들, 그리고 저자의 소소한 일상 속에 늘 존재해왔던 ‘의미’들이 새롭게 다가온 사연들을 담았다. 서른 번의 겨울이 가고, 서른한 번째 봄이 찾아왔다 저자는 50대 초반에 고향인 홍천으로 자리를 옮기고, 그곳에서 다시 자연농을 시작했다. 오래 트랙터에 살을 찢기고 화학 비료에 오염되어 있던 논밭이었다. 좀처럼 논밭은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다. 2년, 3년이 갔다. 5년, 6년이 가며 마침내 땅이 서서히 기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사라졌던 벌레, 물속 생물, 풀, 소동물이 돌아왔다. 논밭이 웃음을 되찾았다. 기력을 회복한 것은 땅만이 아니었다. 그의 논과 밭에서 땀을 흘린 사람들도 삶의 에너지를 되찾았다. 지금 그의 논과 밭에는 수많은 생명이 찾아오고, 사람이 찾아오고, 이야기가 쌓여간다. 계절마다 풍성한 잔치가 벌어진다.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 인간의 이기심에도 불구하고 매년 약속을 지키는 자연, 자연과 사람 사이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우주가 피운 꽃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지구에 태어난 모든 것이 우주가 수십억 년의 전 생애를 바쳐 가꾼 꽃이다.” 문득 돌아보니 자연농의 길에 들어선 지 30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동안 서른 번의 겨울이 가고, 서른한 번째 봄이 찾아왔다. 그 서른한 번째 봄에 저자의 고향 마을에는 저자의 삶의 방식과 철학을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지구학교’라는 자연농 학교를 열었다. 저자의 논과 밭이 교재이자 교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