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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빠져든 예술가들을 만난다
파리에서, 사진작가 만 레이는 배신한 애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녀의 포르노그래피를 책으로 만들었고, 살바도르 달리는 사창가 어느 방에서 평생의 욕망을 충족시켰고, 조세핀 베이커는 바나나 열여섯 개로 엮은 스커트만 걸치고 샹젤리제 극장에 등장해 프랑스 사회에 그로테스크한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그밖에도 <비포 선셋>에 나온 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의 뒷이야기,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가 토론을 벌이던 카페 '라 쿠폴'의 풍경, 장 콕토에게 예술적 영감을 준 아편굴 등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파리의 이면, 관능이 축제처럼 술렁이는 현장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영화 <비포 선셋>을 보며 아릿한 기분에 빠진 적이 있다면, 집에 혼자 마시려고 사둔 와인이 있다면, 예술가들의 사랑 이야기는 다 찾아보아야 직성이 풀린다면, 그리고 프랑스인들의 성과 사랑이 궁금하다면, 이 책은 오랫동안 파리를 짝사랑해온 사람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 관능이 축제처럼 술렁이는 파리의 밤 이 책은 프랑스인의 성 풍속도, 동성애, 사창가, 포르노그래피 예술 등 성과 관련된 주제를 대담하게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저자가 직접 부딪히고 경험한 오늘날 프랑스인들의 성과 사랑뿐 아니라, 그동안 숨겨져 있던 유명 인사들의 열정적인 연애사와 프랑스를 뒤흔들었던 대표적인 에로티시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바나나 열여섯 개로 엮은 스커트만 걸치고 고혹적인 자태로 샹젤리제 극장에 모습을 드러낸 조세핀 베이커가 프랑스 사회에 불러일으킨 그로테스크한 환상, 저명한 미술평론가이자 월간지 편집장인 카트린 밀레가 탐닉했던 난교 파티, 파리 사창가 어느 방에서 평생의 욕망을 충족시켰던 살바도르 달리, 타인의 시선에 병적인 공포를 느껴 욕실에서만 관계를 가졌던 루이 브뉘엘, 배신한 애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녀의 포르노그래피를 책으로 만들었던 사진작가 만 레이 등 파리의 관능에 취했던 예술가들의 비밀스런 이야기가 베일을 벗는다. 브뉘엘은 죄의식에 빠져 있던 유년 시절 때문에 정신적 외상이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 자신을 보는 것에 병적인 공포를 느꼈다. 브뉘엘은 심지어 열쇠구멍에 여성용 머리핀을 찔러 넣어, 방 안을 훔쳐보던 사람의 눈을 멀게 하는 짓도 서슴지 않았을 것이다. (……) 오로지 욕실에 있을 때만 그는 감시당한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웠다. 나중에 부인 잔이 털어놓은 이야기로는 그들의 아이들은 모두 샤워기 아래에서 잉태된 ‘워터 베이비’라고 한다. - 본문(202쪽)에서 - 얼굴은 잘려 있었지만, 아라공은 포즈를 취하는 이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털이 무성하고 창백한 그 남자의 몸은 분명 레이의 육체였다. 그가 격렬하게 삽입하는 커다란 엉덩이의 주인이 누구인지 몽파르나스의 모든 이가 알고 있었다. “우리가 정말 이 사진들을 ‘출간’해도 됩니까?” (……)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키키에게 복수했다. 이제 키키의 육체는 파리 전역에서 남몰래 팔리게 되었다. 레알을 어슬렁거리는 다른 창녀들처럼 한 명의 창녀로 말이다. - 본문(282~284쪽)에서 - 파리의 공기에 취하고 자유에 취했던 보헤미안들을 만나다 저자가 들르는 파리 곳곳의 명소는 현장에 있는 듯 생생하게 묘사되어, 책장을 넘길 때마다 파리 뒷골목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놓치게 되는 파리의 카페와 클럽, 작은 골동품 가게, 지성의 향기가 어린 헌책방들과 마주칠 때마다 책 귀퉁이에서 보석을 주은 듯 우리는 탄성을 발하게 된다. 《율리시스》가 탄생한 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보부아르가 드나들던 카페와 바의 풍경, 서성거리다가 발견한 뒷골목 시네마테크 등 파리는 구석구석 영감을 주는 보헤미안들의 천국이다. 또한 “유령으로 세상을 떠돌던 존재에게 육신을 부여해주었다.”며 아편을 예찬했던 장 콕토의 몽상, 죽음을 가둬둔 지하 묘지 카타콤 등 빛의 도시 파리의 어두운 이면은 또 다른 매력으로 생생히 빛을 발한다. 뤽상부르를 지나 몽파르나스 대로를 따라 고개를 계속 올라가면, 한때 카페 겸 레스토랑이었던 터가 나온다. 살바도르 달리는 로베르 데스노 스 같은 다른 초현실주의자에게 그림을 팔고자 레스토랑 ‘라 쿠폴’을 드 나들었고, 바에서 루이 아라공과 만 레이를 만나기도 했다.(……) 이 서점은 두 번의 세계대전 동안 망명자 문학의 요람이 되었다. 비치는 문학의 밤과 저자 만남 등 여러 행사를 주선했고, 그곳을 드나드는 작가들의 편지를 맡아 전달했으며, 제임스 조이스가 출판사를 찾지 못했을 때《율리시스》초판을 발행해 주었다. (……) 그 나선형 층계를 한 계단씩 오를 때마다 신성함이 느껴졌다. 비록 나폴레옹 3세의 장식은 닳아 버렸고, 스콧과 헤밍웨이가 그것을 밟은 것은 아니겠지만, 낡은 마호가니 난간엔 사층에 살며 그곳을 오르내렸을 비치와 모니에의 숨결이 스며 있었다. - 본문(176~177쪽)에서 - 장 콕토는 ‘알코올은 우둔함을 불러일으키고, 아편은 지혜를 불러일으킨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코카인을 복용하면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 같지만, 아편은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콕토가 몽상에 잠겨 말했듯, 그 효과는 현존이라는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같았기에, 삶 또는 죽음에 관해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본문((294쪽)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비밀 지하 묘지 카타콤이다. 매년 수만 명의 사람들이 당페르 로슈로 광장 육십 미터 아래로 내려간다. 미로 같은 좁은 터널의 끝에 다다른 다음, ‘여기부터 죽음의 제국이 시작됩니다’라는 환영 문구가 새겨진 관문을 넘으면 중세 파리의 해골들과 마주친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십일 킬로미터에 달하는 그을린 갈색 뼈들은 이 오래된 화석들을 향한 경외심으로 벽처럼 만들었던 능숙한 벽돌공들에 의해 터널 양쪽에서 머리를 치켜들고 가지런히 쌓여 있다. -본문(306쪽)에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파리의 스물일곱 가지 표정 저자는 파리에서 일자리를 구하느라 동분서주하기도 하고, 아내와 부르고뉴 포도밭으로 와인 기행을 떠나기도 하고,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생겨 산부인과를 들락거리기도 하면서 프랑스인들의 생활방식을 깊이 체험한다. 프랑스인의 엉뚱한 기벽과 우리에게는 생소한 문화들, 끽끽 굉음을 발하며 달리는 파리 지하철만이 지닌 분위기, 온갖 식재료를 동원한 프랑스의 음식, 프랑스인의 삶의 목표인 것만 같은 바캉스, 프랑스 싱글 여성의 일상, 화장실 문화까지 저자는 우리에게 다양한 대리 체험을 제공한다. 프랑스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재료의 놀랄 만한 가능성을 보여 준다. 조류, 맹금류, 과실류, 버섯류, 갑각류 등 프랑스인이 못 먹는 것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멧새류인 오톨란새는 너무 작아 촘촘한 그물로만 잡는데, 요리를 할 때 그것을 서서히 튀기되 푹 익히진 않는다. 그래야 새의 모든 걸 맛볼 수 있다. 뼈와 발, 내장까지. (……) 나는 한때 양모 교역의 중심지였던 리옹에서 좀더 맛있는 양 뇌 요리를 맛보았다. 잘게 썬 허브를 듬성듬성 넣은 연한 회백색 치즈로 조리한 그것은 누에에 의해 감염된 병을 앓는 노동자의 뇌와 비슷할 것이다. -본문(71~74쪽)에서- 한여름이 되면 프랑스 학교, 사업체, 관공서, 그리고 작은 상점들까지 모두 문을 닫는다. 백화점은 매장과 직원을 줄인다. 박물관과 갤러리는 임시 관람 조치를 취하거나, 일주일에 삼 일만 연다. 극장은 예전 개봉작을 재상영하고 자리는 텅텅 빈다. 식당이나 카페는 새 단장에 들어간다. (……) 파리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여행에 나선다. 사람들이 저마다 목적지를 향해 가고, 브레이크의 비명만 들려오는 가운데 이 나라는 완전히 멈춘다. 바캉스철이다. -본문(319~320쪽)에서- 화장실을 지키는 ‘마담 피피’는 무덤덤한 경찰과 오만한 상인과 더불어 파리의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이 여자들은 전제 군주처럼 군림했다. 그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신은 화장실에 못 들어가고 팬티를 적실 수도 있다. -본문(212쪽)에서-. 그러다가도 막연한 꿈만 가지고 파리에 왔다가 인생을 망쳐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따끔하게 현실을 직시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때로는 이방인의 눈으로 때로는 파리지앵의 눈으로 프랑스의 내밀한 속살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이 책은 다양한 프랑스 문화와 그 속에 스민 관능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풍성한 향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