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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고촌의 밀레
밤을 따며 성을 따다 개에게도 급수가 있다 땅이 녹아야 얼음이 녹지 채소 어멈, 용관이 아빠 고촌의 밀레 밤나무 외할머니 대추나무 관광코스 아무도 미워하지 않은 지렁이 정든 똥은 더럽지 않다 벼꽃은 남자를 기다리지 않는다네 2.아줌마 밥먹구가 품앗이 문방구 아줌마 밥먹구 가 목욕탕에서 만난 고목나무 운동화 미인들의 개성찾기 소방울을 울려라 인간을 믿은 고양이, 루기 뿌리 깊은 냉이 바람에 아니 뮐쌔 추위가 가져다준 일주일의 행복 옥녀봉 아래 여장부 3.살아 있는 냉장고 물은 뿌리에 주어야 한다 개발제한구역, 주부 안식년 비빔밥과 따로국밥 살아 있는 냉장고 그림자가 되신 어머니 생명을 품은 어미닭의 늠름함 황제의 딸과 아줌마의 닮은 점 원래 모계 엄지 고구마의 아빠 만들기 4.자연은 거대한 자궁이다 여자의 몸에는 달력이 있다 아줌마들이여, 마법의 손을 세상 밖으로 인디언 여자의 자기소개 자연의 코디,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다 아, 호박 삼월의 초록색을 아시나요 자연은 거대한 자궁이다 |
오한숙희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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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주의 만물은 서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떨어져 따로 나라고 부를 만한 것은 이 우주에 없다. 이것을 공이라고 한다. 아무 것도 없이 텅 비어서 공이 아니라 특별히 나라고 따로 말할 것이 없어서 공이라는 표현에 고개가 끄떡여졌다. '무엇이 나인가' 하는 질문의 답은 '나'를 생각한다고 해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라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 있고, 그 관계 속에서 내가 규정되는 것이었다. 나와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앗다. 식구들, 친척들, 민우회원들, 명호언니, 윤희씨, 동네 사람들...... 그리고 내 주변의 것들을 떠올려 보았다. 화이트와 진진이, 고양이, 뒷산, 텃밭...... 이들 속에 내가 있고 이들과의 우정, 이들고 나누는 흐로 애락을 빼고는 나를 말할 수 없었다.
--- pp.256-2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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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우리는 밥을 한다. 그리고 오가는 회원들을 불러 세운다. "밥먹구 가." 자기 집에서 인기 없어진 반찬들을 들고 온다. 공동체의 상에서는 그것들이 신선한 메뉴로 부활한다. 그 반찬 하나에 친정어머니 손맛의 내력이 나오고 그 반찬 하나에 시골집에 가게 된 사연이 나오고 이렇게 해서 사람들이 서로의 인생에 얽혀들어 하나의 덤불을 이룬다. 거기에 꽃이 피고 새가 날아오고 바라는 것 없이 밥을 나누는 아줌마들 속에서 공동체가 재건된다. 돌아가 다시 만날 때까지 아파트로 나뉘어 살지언정 그들의 가슴에는 공동체가 살아 있다.
잘차린 손님상이 아니라 내가 먹는 매일의 밥상에 언제라도 숟갈 하나를 더 놓을 수 있는 여유를 되찾으면, 아이들이 너나없이 밥 사발을 같이 하면 여자들이 오가고 마침내 남자들이 열린다. 이웃이 열리고 세상이 열린다. 자기 밥은 자기 집에서 먹어야 한다고 믿는 아파트 아줌마들의 깍듯한 예의범절 속에 드디어 모내기가 시작된다. 벼가 익어간다. 상석도 없고 말석도 없는 누구라도 끼어앉을 수 있는 여유로운 밥상, 두레반을 펼쳐놓고 사람들을 부른다. "밥먹구 가." 사람과 정을 나누기 위해, 서로의 삶에 엉켜들기 위해 나는 오늘도 여자들을 부른다. "밥먹구 가! 제발." --- pp.97~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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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나 잔칫날이 여자들에게 더 이상 즐겁지가 않은 것도 '대접하는 사람'과 '대접받는 사람'으로 갈라져 있기 때문이 아니던가. 해결은 간단하다. 여자들은 상차리기에 분주하고 그 동안 남자들은 화투나 포커로 시간을 죽이는 '따로국밥'이 아니라 '비빔밥'을 메뉴로 정하면 명절이 저절로 웃을 것이다. 여자들끼리의 모임처럼 남녀가 모인 곳에서도 함께 차려서 한 상에 나눠 먹고 모두 나서서 치우고 같이 앉아 놀면 좋겠다. 서로간에 '치러내야 하는' 손님이 아니라 함께 하는 친구요, 가족이 될 것이고 사람들의 '모임'이 살아날 것이다. 예수가 그 열두 제자와 함께 했다는 최후의 만찬, 그 만찬은 과연 누가 차려냈을까.
--- p.1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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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촌 아줌마가 본 자연을 닮은 여성의 삶
생활 주변 이야기들을 책으로, 강연으로 풀어내면서 아줌마들의 감성을 대변하고 있는 여성학자 오한숙희. 아줌마들의 잃어버린 말과 감성을 찾아 구체화시켜주는 그의 말과 글은 가르치려 드는 무게잡음이나 권위주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쉽고 살아 있는 생활언어 속에 여자들의 삶의 속살이 느껴진다. 몇 해 전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경기도 김포시 고촌에서 새 둥지를 튼 오한숙희. 시골에 대한 낭만과 호기심을 가졌던 도시사람에서 오지랖 넓은 고촌의 아줌마가 되기까지 어느새 7년, 그동안 새롭게 여성의 삶을 바라보게 되었다. 생명을 낳고 길러내고 보살펴주는 자연의 모습에서 어머니와 할머니, 이웃아줌마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냉이나 호박은 여성이 가족을 보살피는 모습을 닮았고, 동네 고목나무는 자식에게 모든 것 내어주고 늙은 몸만 남은 어미의 모습을 닮았다. 새끼 품은 고양이나 개는 생명을 품은 여성과 같다. 여자의 삶과 일생이 자연과 닮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처럼 여성학자의 시선으로 보니, 자연은 철저한 생명의 공간이고 삶의 터로서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여성적 특성들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 자연을 미개한 것으로 낮춰보면서 자연으로부터 무엇이든 거저 얻길 바라고 휴식처로 활용할 생각만 했던 저자는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란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남자들이 돈을 벌어오면서 아내를 '집에서 노는' 존재로 무시하고, 집에 돌아가서는 여자로부터 모든 서비스를 받으며 쉬는 것을 당연시하는 남성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었다. 자연에서 모든 것을 얻으면서도 그 소중함을 모르고 훼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족들을 돌보느라 모든 것 다 내어주는 여성을, 문화적 수준이 낮고 낯 두꺼운 '아줌마'라 무시하기 일쑤였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여자들도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지 못하고 기죽어 살면서 자기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산업과 과학기술을 중요시하는 남성 위주의 세상에서 억눌려 자신의 존재와 삶에 대해 자부심을 갖기 힘든 여성들에게 여성적 가치와 여성적 삶의 의미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또 그것이 이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리고" 싶다고 서문에서 말하고 있다. 시골살이를 통해 발견한 여성의 무궁무진한 가치들. 이 책은 이를 생태여성주의(에코페미니즘) 시각에서 오숙희 식으로 쉽게 풀어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남성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여성의 가치와 존재를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평가해줘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동시에 여성, 특히 아줌마들은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무한한 힘과 존재의 소중함에 놀라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