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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7
디자인을 이해하는 얇은 지식 17 1. 자동차 사회, 시동을 켜다 굴러다니는 쇠망아지, 자동차 38 자동차 풍류, 포드 T형 50 소비도시 경성으로, 유선형 쉐보레 58 자동차, 새로운 가치 기준 62 식민지인, 식민지 기술 72 2. 폐허에서 일어난 의지의 자동차 고물의 무한 변신, 재생자동차 93 처음으로 출발한다, 시-바ㄹ 119 양장미인, 새나라 136 새나라와 똑같이, 신성호 143 코티나는 코피 나 146 하동환버스, 국군이 있는 월남으로 151 안전에 완벽을 기한 포드뻐스 153 일상의 디자인, 익명의 디자이너 156 스타일을 향한 대중의 눈 160 3. 꿈의 실현 , 자동차 수출 한국형 소형차 170 절약시대를 앞서가는, 브리사 177 그대 이름은, 포니 180 캠페인과 자동차 문화 205 4. 마이카 붐 일상생활의 필수품, 마이카 220 다섯 번 놀랐습니다. 엑셀 242 세계로 미래로, 르망 254 세계는 지금 프라이드 스타일 259 세계의 명차와 함께 달린다, 엘란트라 261 ‘소나 타는 차’에서 중형 세단의 걸작로, 쏘나타 264 마이카를 즐기는 여러 가지 방법 267 5. 다양한 삶, 다양한 자동차 전환기, 모던에서 포스트모던으로 290 신세대 감각, 엑센트와 아벨라 315 X세대의 로망, 티뷰론과 엘란 318 라이프 스타일 자동차, 갤로퍼와 카니발 323 큰 차 비켜라, 마티즈와 아토스 328 애국주의가 남아 있는 에쿠스 331 속은 같게, 겉은 다르게, 투싼과 KM스포티지 335 브랜드 전략의 첫 사례, 제네시스와 로체 이노베이션 337 무조건 예뻐야 돼, 쏘나타와 쏘울 342 삶의 심미화 345 자동차 디자인의 미래 349 나가며 362 스케치와 렌더링 369 자동차 디자인 연표 ≫ 377 주 ≫ 385 참고문헌 ≫ 399 사진목록 ≫ 4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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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를 어떻게 매력적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생각에 깊이 빠져 있었다. 이런 생각은 인간의 의지나 욕망 같은 본질적이고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여 형식화하는 디자인의 근본적인 개념과 거리가 있고, 내면의 본질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스타일의 원래 개념과도 뜻이 맞지 않았다.
디자인 이론가 기 본지페Gui Bonsiepe는 이런 오해에 대해 ‘드로잉 패러다임’이라 이름 붙였다. 디자인이 산업 제품의 시각적 특성을 위한 프로세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뜻이며, 이런 생각이 디자인을 사물의 외관을 취급하는 데 그치도록 스스로를 제한한다고 말한다. 국내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아무래도 드로잉 패러다임에 깊이 젖어 있는 것 같다. 그런 탓에 피상적인 멋부리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 같다. 진정한 멋은 뚜렷한 자기 확신에서 비롯된다. 확신이 있을 때 철학이라 말할 수 있고, 그 확신이 외적인 형식을 갖추었을 때 스타일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내면이 꽉 차서 넘칠 때 비로소 고유한 스타일이라는 멋스러움이 풍겨나온다. 자연스럽게 스며 있는 그다운 멋이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 p.10 1913년 경성 거리에 처음으로 문을 연 자동차 판매상은 자동차를 아는 사람도, 구입할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던 시대에 이목을 끌어 자동차를 알리고 팔아볼 요량으로 판촉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서 판매상은 차체를 울긋불긋한 비단으로 감고 장안의 명기와 지역 유지를 태워 카퍼레이드를 한 바퀴 돌고 나서 술잔치까지 벌인 모양이다. 기생과 술, 재력가를 동원한 이 모습은 사람들에게 자동차가 이동수단이라기보다 유흥과 오락거리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1920년대에 접어들면서 차량 수는 꽤 늘어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오락과 여흥을 즐기려 자동차를 빌렸다. 원하는 시간에 차가 없으면 몇 시간이라도 기다리는 불편을 감수했으며, 집 앞에서 타는 ‘문전 서비스’도 꼭 받았다. 편리한 이동수단이 아닌 관광이나 놀이 삼아 타는 ‘드라이브용’이었다. --- p.54 사실 지프는 전장에서 다목적인 임무를 수행하도록 자동차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계 부품으로만 구성되고, 어떠한 지형적인 조건에서도 잘 견디도록 기능에 중점을 둔 디자인이었다. 시발자동차는 이러한 전투용 차량을 일반적인 생활환경에 맞도록 수정하고 미감을 동원해 형태를 다듬은 결과였다. 시발자동차 공장장이었던 오원철은 지프를 따라 만든다는 생각보다는 당시 사정에 맞게 싸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고, 싸게 만들려면 가장 만들기 쉬운 형태를 찾아야 했으며, 그러다보니 상자각 모양이 되었다고 말한다. 지프를 모델로 하되 비용과 용도, 제작 수준에 중점을 두어 의도한 기능적이며 효율적인 스타일이라는 설명이다. --- p.120 전 직원은 포니 개발의 목표를 공유하며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임했고, 이러한 모습에서 여러 전설적인 에피소드가 탄생했다. 일례로, 미쓰비시와 기술협약을 맺은 후 기술 연수를 하러 간 팀원들은 한국어 통역이나 기초 자료도 없이 일본인 기술자가 쓴 기술서를 우리말로 토를 달아 달달 외워야 했다. 일본 기술용어를 외워가면서 주말이나 휴일도 없이 도면을 펴놓고 실습했다. 또 기계 구매를 위해 영국에 간 팀원들은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그 건물에 있는 숙소에서 잠을 자다 보니 며칠씩 밖으로 나가지 못해, 그곳을 “브럼턴 감방”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탈리아로 차체 설계와 디자인을 진행하러 간 팀원들은 낮에 눈으로 익힌 정보들을 밤에 숙소에 돌아와 그림과 글로 기록해 놓으면서 “이대리의 노트”를 탄생시켰다. 이러한 사례들은 당시 개인적인 삶의 일부를 포기하면서 포니 개발에 몰두한 사람들의 열정을 말해준다. 포니 개발에 참여한 강명한은 “달을 따러 가는 심정”으로 업무에 임했다고 회고한다. “장대로 달을 딸 수는 없지만, 그렇게라도 하고 싶은 꿈과 욕망을 가졌던 사람들이 로켓을 개발하고 달에 발을 디딘 것처럼,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도 도전하는 사람에게 기회와 길이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포니의 개발은 이 일을 추진한 사람들조차도 해내리라고 믿지 못했던 꿈과 도전의 결과였고, 나아가 한국인에게 도전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깨닫게 해준 값진 경험이었다. --- p.200 “어떻게 꾸며야 멋질까, 아니 멋있다는 소리는 듣지 않더라도 최소한 평소 내 감각과 센스에 맞게 잘 꾸몄다는 소리는 들어야 할 텐데……. 최소한의 비용으로 시트커버와 매트는 해야겠다. 이건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름에 땀이 많이 나니까 핸들커버도 하고 친구들이 사준 후로랄 향의 상큼한 방향제를 뒷좌석에 놓고 앙증맞게 생긴 아이보리색 쿠션을 놓자 차안이 훨씬 밝아졌다.” - 1990년 첫 차로 프라이드를 구매한 어느 여성 운전자--- p.270 라이프 스타일 자동차는 여가 생활과 관련이 깊었다. 라이프 스타일이란 한 사람의 인생 전반에 걸친 모든 삶의 방식을 말하는 매우 폭넓은 개념이지만, 자동차 부문에서는 여가용 차량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며, 오프로드 지프형 차량과 도시형 SUV, 가족용 미니밴 등의 RV를 통칭했다. 이런 용어는 일상생활에서 여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것을 말한다. 현대인에게 여가는 필수적인 생활양식이 되었고, 여가를 즐기는 데 자동차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었다. 여가는 경쟁적이고 치열한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시간을 보낸다는 뜻이며, 이런 시간은 자신의 인생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여가를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것은 현대인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되었다. 더욱이 자동차를 이용한 여가 활동은 빠르게 도시 생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용이한 방법이었다. 그런 면에서 자동차 여행은 상대적으로 높은 계층적 정체성을 표현했다. --- p.3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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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도깨비’로 불리는
대한민국 자동차의 힘 2016년 4월, 우리 자동차를 수출한 지 50년 만에 현대기아자동차가 글로벌 누적판매 ‘1억 대’를 달성했다. 가장 최근에 작성된 우리 자동차의 역사다. 현재까지 1억 대 판매를 기록한 기업은 미국의 GM과 포드, 독일의 폭스바겐, 일본의 토요타뿐이었다. 그런데 우리 기업이 마지막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 것이다.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우리나라는 ‘도깨비’로 통한다. 자동차를 만들어보겠다고 낡은 기술을 배워간 변방의 작은 나라가 어느새 도깨비 재주 부리듯 엄청난 자동차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은 경계의 눈으로, 혹은 부러워하는 눈으로 대한민국 자동차를 주목하고 있다. 1956년, 일본인 어깨너머로 배운 정비기술로 전쟁 중 버려진 자동차를 가져다가 을지로2가 공터에 천막을 치고 드럼통을 망치로 두드려 만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 ‘시발’이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깡통문화’라고 자조하며 외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이문석은 “필요가 만들어낸 일상의 디자인”이라고 이야기한다. 비록 버려진 군용 트럭을 망치로 두드려 만든 재생자동차였지만, 당시 유행하던 외국 차량의 디자인을 참고해서 차체를 다듬고 장식을 달았다. 자동차에 들어갈 유리 한 장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었던 열악한 상황에서도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자원으로 시트 등의 내장재를 만들었다. 부족함을 탓하기보다 기지와 노력으로 어려움을 이겨낸 경험이 ‘대한민국 자동차의 힘’이라 보고 있다. 우리 자동차 100년의 초상, 자동차 디자인이 되다 자동차 산업은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의 자동차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새로운 자동차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구글 같은 IT기업에서 연구해오던 무인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코앞에 와 있다. 사람이 운전에서 해방되는 시대가 곧 열릴 것이다. 실제로 구글에서 내놓은 자율주행 차량은 모든 조작 장치가 사라지고 출발과 비상정지 버튼, 시트만 남았다. 새로운 방향 설정과 디자인의 혁신적 실험이 가능하다는 면에서 기회이기도 하지만, 과거 방식을 답습하다가는 추락할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생활방식과 생각, 욕망, 기술 등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다. 당연히 과거 성공을 거두었던 모델도 앞으로 성공을 거둘지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고 아직까지 자동차의 외관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 저자는 이대로 계속 피상적인 멋부리기에 골몰하다가는 지금까지 쌓아올린 공든 탑이 순식간에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유한 디자인 철학을 정립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자신을 정확히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우리 자동차 100년의 시간을 하나하나 끄집어낸 이유다. 자동차는 등장과 함께 우리에게 시공간을 압축시키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했다. 게다가 이 물건은 태어날 때부터 ‘비싸고 멋진 것’이어서 누구라도 단숨에 마음을 빼앗아버리는 놀라운 능력이 있었다. 누군가 최신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음은 그가 다가오는 시대의 주도권을 틀어쥐었다는 표현이기도 했다. 이러한 초창기의 수용 방식은 자동차를 이동수단이라는 기능적 가치보다는 권력이나 부 같은 상징으로 이해하는 복합적인 시각을 만들어냈다. 자동차에 대한 사람들의 첫인상은 그대로 우리 자동차 문화의 밑동이 되었다. #장면1 1913년 경성 거리에 처음으로 문을 연 자동차 판매상은 자동차를 아는 사람도, 구입할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던 시대에 이목을 끌어 자동차를 알리고 팔아볼 요량으로 판촉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서 판매상은 차체를 울긋불긋한 비단으로 감고 장안의 명기와 지역 유지를 태워 카퍼레이드를 한 바퀴 돌고 나서 술잔치까지 벌인 모양이다. 기생과 술, 재력가를 동원한 이 모습은 사람들에게 자동차가 이동수단이라기보다 유흥과 오락거리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장면2 버스가 정차한 곳으로 여기저기 뛰는 사람들, “다 탔으면 오라이”라고 외치며 만원버스에 승객을 밀어넣는 버스안내양, 승객을 안으로 몰아넣기 위해 급출발과 급정거를 되풀이하는 ‘조리질운전’, 조리질운전에 이리저리 서로 부딪히며 넘어지듯 쏠리는 버스 안의 풍경은 일상이 되었다. #장면3 난생 처음으로 마이카를 가지게 된 사람들은 차를 멋지게 꾸미려고 애썼다. 마치 자신의 방을 꾸미듯이 운전에 필요하지도 않는 여러 가지 것들을 차 안팎에 붙이고 늘어놓으며 치장했다. 차 안에는 필수품처럼 시트와 핸들에 덮개를 씌우고, 바닥에는 보조매트를 깔았다. 읽지도 않는 외국잡지와 등받이 쿠션을 넣어놓고, 대쉬보드 위에 향수병을 올려놓았으며, 뒷선반에는 과일바구니에 요란한 커버의 티슈통도 놓았다. 자동차는 가장 밀접한 생활용품이자 이동수단이다. 그런데 오랜 시간 위와 같은 사건들을 직·간접적으로 겪으면서 사람들은 자동차에 다양한 함의를 부여하게 되었다. 기생을 태우고 술판을 벌이는 카퍼레이드를 보고, 우리는 자동차가 이동수단이라는 생각보다는 부유한 이의 놀잇감이란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조리질운전’을 하는 만원버스에서 시원하게 뻗은 길을 달리는 승용차를 보면서 마이카의 꿈을 키워왔으며, 처음 장만한 마이카의 기쁨을 꾸미는 데 열중하는 방식으로 나타냈다. 그렇게 자동차는 개성과 스타일을 드러내는 기호가 되었고, 어느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신분과 부를 뽐내는 도구로 활용되어왔다.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사람들의 생각이 자동차 디자인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의 꿈과 도전, 욕망이 디자인에 반영되어 거리를 돌아다녔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거리 풍경은 또 다시 사람들의 의식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자동차, 시대의 풍경이 되다》는 우리 자동차 100년의 역사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는 책이다. 저자는 영리하게도 우리 곁에 가장 가까운, 그러면서도 사람들의 욕망과 꿈이 반영되어 있는 자동차에서 우리의 모습을 찾았다. 이 책은 아마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이다. 아울러 산업 디자인의 꽃이라 일컫는 ‘자동차 디자인’의 과정을 맛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작은 즐거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