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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
지망 응모 회의 필기 면접 진로 합격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소네다 할머니, 예언하다 다다 심부름집에 밀려드는 일거리 교텐에게는 수수께끼가 있다 만신창이가 된 트럭 달려라, 심부름집 소네다 할머니, 다시 예언하다 사실은 하나 행복은 재생된다 |
Shion Miura,みうら しをん,三浦 しを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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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치열하게 그러나 자유롭게
김태희 (taengee@yes24.com)
『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은 2006년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으로 제135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미우라 시온의 데뷔작이다.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만큼 대중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은 작품이지만 어쩌다 보니 나는 유명한 작품보다 그녀의 데뷔작을 먼저 접하게 되었다. 넘쳐나는 일본 소설, 그리고 이러저러한 상을 달고 나오는 일본 작가들 속에서 사실 어떤 작품을 읽어야 할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었다. 우연찮게 손에 잡힌 소설이 바로 이 『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인데,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술술 읽히더니 두 세 시간 만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책 한 권 진득하니 앉아서 읽기 쉽지 않던 요즘 오랜만에 책 읽기에 불을 붙여준 고마운 놈이다.
이 책은 주인공 가나코는 대학에서의 마지막 졸업학기 취업을 준비하는 4학년 생이다. 대학생활에서 가장 열심히 했던걸 꼽으라면 '만화책 보기', 무엇 하나 치열하게 해본 적이 없을뿐더러 하고 싶지도 않았던 가나코. 누구보다 먼저 만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출판사 만화편집자가 되고자 한다. 정치가인 아버지와 새엄마의 별거로 새엄마, 남동생 이렇게 셋이서 커다란 집에서 살게 되는데, 서로간의 미묘한 경계 속에서 가족이라는 균형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 게다가 가나코는 그녀의 다리를 좋아하는 70세 할아버지와 연애중이다.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지만, 그녀가 겪게 되는 과정 하나하나는 왠지 모를 공감을 자아낸다. 가나코의 취업전투기를 읽어 나가면 한없이 유쾌해진다. 기업의 인적성검사를 치르고 나서 '비교적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YES/NO' 라는 질문에 YES라고 표기하면 한 순간 내성적이며 덜 적극적인 사람으로 판단되고, 업무와는 상관없는 질문만 쏟아내는 면접관들, 무슨 기준으로 1차 시험에서 걸러냈는지 2차 시험장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같은 학교 사람들인 이런 상황 속에서도 남보다 덜 치열하지만 자기자신을 잃지 않는 가나코의 모습에 힘을 얻는다. 대학에서의 마지막 졸업학기는 정말이지 나에게도 혼란의 시기였던 것 같다.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지고,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 했는지에 대한 생각보다는 회사에 맞춰 나를 만들기도 하고, 정신 없이 원서를 쓰고, 그러다 이건 아니지 싶어서 다시 멈춰섰다가… 내가 생각했던 것들과는 너무나 다른 현실을 맞닥뜨리고 새로운 곳으로 나아간다는 기대감과 함께 두려움이 몰려오기도 하고… 그런 것들에 대한 고민조차 사치인 것 같은 시대.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인재상을 추구하는 시대에 맞춰가기 위해 그 흐름을 놓칠 수 없어하면서도 한편으로 그 흐름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에서 말하는 '격투하는 자들' 이란 취업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이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취업의 물결 속에서도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가나코와 같은 이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에 나오는 취업 에피소드들은 저자 미우라 시온의 경험담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고 한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젊은이들이 처음 맛보는 사회에 대한 씁쓸함은 비슷한 것 같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하나 더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주인공 가나코 가족의 이야기다. 평범하지 않은 듯한 가족 구성원이지만 가나코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존재이다. 미우라 시온은 이 모든 이야기를 유쾌하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함으로 빚어냈다. 이 책의 주인공들에게 그야말로 동그라미 하나씩을 그려주고 싶다. 미우라 시온의 데뷔작에서 맛본 뭔지 모를 뿌듯한 마음을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에서도 느껴보기 위해 다시 한번 책을 펼쳐 들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