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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서론 "서푼짜리" 이미지 상징과 동기부여 수렴적 방법과 방법적 심리주의 인류학적 요청, 구도와 용어 제1권│이미지의 낮의 체제 제1부 시간의 얼굴들 제1장 동물의 모습을 한 상징들 제2장 밤의 형태를 한 상징들 제3장 추락의 형태를 한 상징들 제2부 홀과 검 제1장 상승의 상징들 제2장 빛나는 상징들 제3장 분리의 상징들 제4장 상상계의 낮의 체제와 분열 형태적인 구조들 제2권│이미지의 밤의 체제 제1부 하강과 잔 제1장 도치의 상징들 제2장 내면의 상징들 제3장 상상계의 신비적 구조들 제2부 은화에서 지팡이로 제1장 순환의 상징들 제2장 리듬의 구도에서 진보의 신화로 제3장 상상계의 종합적 구조와 역사의 스타일 제4장 신화와 의미화 제3권│ 초월적 환상을 위한 요소들 제1장 원형의 보편성 제2장 공간, 상사아력의 선험적 형태 제3장 완곡화의 초월적 구도론 결론 상상계의 동위적 분류도 본문에 인용된 저술들 옮기고 나서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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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에 입각한 총체적 신인류학의 탄생
바슐라르가 상상력 연구의 갈릴레이라면, 뒤랑은 코페르니쿠스다! 상상력의 절대성 및 자주성을 주장하는 입장에서 볼 때, 뒤랑은 바슐라르의 연장선상에 있다. 우리는 바슐라르를 통해, 서구 정신사에서 ‘오류와 거짓의 원흉’으로 점 찍혀왔으며 심지어는 ‘영혼에 대한 범죄’라는 낙인까지 찍혔던 상상력이, 사실은 객관적 합리주의에 물든 영혼의 소외를 막아주는 수호천사이며, 상상력이 이루는 세계 또한 과학의 세계만큼 현실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을 세계와 연결시키고 나아가 신의 위치에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상상력의 역동적인 힘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뒤랑은 철저히 바슐라르의 뒤를 잇고 있으나, 바슐라르의 현상학이 시의 현상학에 국한된 점, 또한 바슐라르가 과학의 축과 상상력의 축을 엄밀히 구분한 점에 불만을 품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그에 의하면 상상력과 과학의 축은 엄밀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폭넓은 상상적 기능 속에서 통합되는 것이다. 즉 과학적 진실은, 상상력이 보여주는 현실과 다른 축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적인 것의 총체적 구조 속의 한 부분에 불과할 뿐인 것이다.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은 바로 이 상상력에 입각한 총체적 인류학의 구조를 세워보겠다는 야심의, 실증적 작업의 결과이다. 뒤랑의 이런 시도는 학제 간 교류의 구체적 방법론을 제공하기도 한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있다. 인간의 공통적 특성인 상상력을 제반 학문들을 연결시키는 접합제로 작동시켜 동시에 모든 학문들을 통합하는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1966년 뒤랑에 의해 창설된 그르노블의 상상력 연구소는 처음부터 인문학 전반을 아우르는 새로운 상상계 연구를 표방했다. 현재까지도 ‘상상계 연구소’라는 기치 아래 전 세계의 문학, 사회학, 인류학, 종교학 등 모든 분야의 연구자들의 연구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분야에서 상상계를 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들은 처음에는 독자적 연구의 성격을 띠고 있었지만 이제는 서로 긴밀한 연락망을 구성하여 학문의 경계를 넘어서는 거대한 상상계 연구 조직을 형성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이는 상상력에 대한 기존의 연구가 구체적이고 한정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졌던 반면에, 최근에 들어서는 어느 한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상상력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한국상상학회를 이끌고 있는 진형준 교수는 국내 상상학자들의 숙원 사업이었던 이 책의 번역을 마치며, 과정은 힘들었지만 이 책이 출간됨으로써 우리도 현대인 모두에게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을 하나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그 소회를 밝혔다. 인류의 존재 안에서 찾아낸 상상계의 질서! 뒤랑은 호모사피엔스로서의 인류의 특질 자체에서 상상계의 근거를 찾는다. 다른 무엇보다 다양한 ‘몸짓’들이 인류에게 가장 근원적이라는 결론에 이른 그는, 자세를 유지하기 위한 몸짓(자세 지배반사), 영양을 섭취하기 위한 몸짓(영양 섭취 지배반사), 성적인 몸짓(짝짓기 지배반사) 등 인류의 세 가지 기본 몸짓을 정리한다. 그리고 그에 대응하는 상상계의 법칙으로 ‘분열형태 구조’ ‘신비 구조’ ‘종합 구조’라는 상상계의 기본 도식을 세운다.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에 대한 뒤랑의 탐구는 동시에 두 방향으로 행해진다. 하나는 형식적인 구조면에서의 논리라든가, 상상계가 가진 길항관계 혹은 융합관계 같은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 상상계에 존재론적인 가치와 정감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으로서, 이 정감적 가치는 공격적 요소라든가 융합적 통합을 추구하는 요소를 다 포함할 수 있다. 이러한 종합적인 관점에서 뒤랑은 상상계를 커다란 두 체제로 분류한다. 뒤랑에 의하면 인간은 죽음을 의식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리고 바로 그 죽음에 대한 의식이 인간 상상력의 출발이다. 상상력의 낮의 체제는 죽음의 공포를 극대화하고 과장하여 결국은 죽음을 퇴치하는 상상력의 영역이다. 그 체제에서는 근본적으로 대립의 상상력이 작동하며 영웅적 모험, 분리, 정화의 의식과 악과 괴물을 퇴치하는 전투적 무기들이 만들어진다. 밤의 체제는 죽음의 공포의 완화를 통해 죽음을 극복하는 상상력으로 이루어진다. 신비적 구조와 종합적 구조의 둘로 나누어지는 밤의 체제는 가치전도, 순환 등의 상상력을 통해 낮의 체제에서는 부정적인 가치가 부여되었던 것에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모순되는 것이 공존하기도 한다. 상상력의 낮의 체제는 반어법의 세계이며 모순어법의 세계이다. 뒤랑의 상상계의 구조는 이 모든 것을 다 포함한다. 뒤랑, 웅대하고 심오한 상상계의 원형을 파헤치다! 뒤랑은 자유로움을 그 특징으로 하는 ‘상상력’과 일정한 틀을 갖춘 ‘구조’라는 개념을 결합시켜 “상상계의 구조들”이라는 개념을 만듦으로써,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히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몇 개의 커다란 축을 중심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상상계의 구조들”이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을 총체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틀을 세우되 그것이 어떻게 역동적으로 변화하는가를 동시에 고찰한다. 그는 단수의 ‘구조’가 아니라 복수의 ‘구조들’의 관계를 살핌으로써 자신이 제시한 상상계의 틀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그는 인간이 이룩한 문명의 이름으로 포유동물로서 인간이 지닌 생물학적 특징을 지워버리는 인류학이 아니라, 인간이 지닌 모든 특질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인류학을 설립하였다. 인간에 관한 한 그 어느 것도 낯설지 않다는 관점에서 설립한 인류학만이 보편성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 그는 서구적인 관점에서 설립된 기존 인류학의 편협성을 비판하면서 객관과 주관, 역동성과 정태성, 불변적인 것과 가변적인 것을 두루 포함하고 종합하는 인류학을 설립한다. 따라서 그의 인류학적 구조들은 우리의 일상, 하찮아 보이는 우리의 행동과 사고, 더 나아가 우리의 광기까지도 그 안에 포함하는, 인간 존재의 방대함과 섬세함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 다시 말해 인간에 관한 모든 학문을 종합하는 구조들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뒤랑을, 지동설을 하나의 체계로 정립한 코페르니쿠스에 비유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인류학의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의 중심에 상상력이 있고 신화가 있는 것이다. 인간 정신의 원형을 찾아나선 호모사피엔스의 인류학적 도정! 이 책에서 뒤랑은 상상계는 다양한 인류학적 동기부여들을 모두 포괄하는 복수의 원형들로 구성되는 영역이므로 호모사피엔스를 연구하는 여러 학문들의 집합으로서의 인류학이 제시하는 길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인류학적 도정이라 이름붙인 이 과정은 상상계의 차원에서 주관적·동화적 충동들과 우주적·사회적 환경으로부터 비롯되는 객관적 요청들 사이에 존재하는 끊임없는 교류 과정을 일컫는다. 뒤랑은 “상상력은 이미지들을 형성하는 능력이 아니라 지각이 제공하는 실제적 복제물들을 변형하는 역동적 힘이고, 이것은 정신적 삶 전체의 기초가 된다”는 바슐라르의 말을 인용하면서 근원적인 범주들을 움직임의 비유에서 찾고자 했다. 또한 베흐테레프의 반사학에서 분류의 원칙과 “지배 몸짓”의 개념을 차용한다. 뒤랑은 자세 지배소, 섭취 지배소, 소화 지배소를 원동 감각적 모태로 간주하며, 그 속에서 재현들이 자연스럽게 통합된다고 가정한다. 지배반사가 표상과 원형, 상징에 이르면서 발생과 쇠퇴를 거듭하는 인류학적 도정에서 표상과 원형, 상징을 연결해주는 것이 신화이다. 신화는 담론적 성격과 반복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그 자체로 ‘종합적인 구조’를 품는 동시에 상상계의 전 구조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인간 상상계의 집합소이기도 하다. “신화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정복되어 낙원의 모험으로 변형된 죽음과 화해하려는 포괄적인 노력이며 바로 그것이 모든 위대한 신화들의 궁극적 의미”라고 뒤랑은 말한다. 상상계는 반사의 순수 동화와 객관적 실재에 대한 의식의 전적인 적응 사이에서 인간 정신의 정수, 즉 죽음이라는 객관적 세계에 대항하여 생생한 희망을 세우려는 인간 존재의 노력을 구성한다. 그러한 도정에 의해 각각의 체제에 따라 구도들과 원형들과 상징들이 쌓이고 그것들이 구조들로 조율된다. 또한 이러한 범주들은 이미지들의 동위성, 별자리와 신화적 이야기로 모양을 형성한다. 한편 그는 상징체제를 ‘낮의 체제’와 ‘밤의 체제’로 광범위하게 나누는 이분법을 채택하였다. ‘낮의 체제’에서는 객관적으로 이질화를 지향하고 주관적으로는 동질화를 지향하는 모티브가 주어진다. 한편 ‘밤의 체제’는 구별에 입각한 낮과 태양의 세계보다 논쟁적이지 않고 공격적이지 않으며 그 마음은 행복과 화해를 향해 있다. 홀과 검의 원형으로 상징되는 ‘낮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의 과장과 그 과장된 공포의 퇴치를 지향하는 상상력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낮의 체제는 분열적이고 전투적이며 영웅적이다. 정신의 밤의 체제에서는 인간 존재가 불가피하게 가질 수밖에 없는 ‘시간의 흐름’이라는 공포를 싸워서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살아냄으로써 극복한다. 상승을 통해 어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친밀한 곳으로 깊숙이 ‘하강’함으로써 평온을 되찾고자 한다. 인간은 어머니의 자궁 같은 친밀하고 따뜻한 영역에 침잠함으로써 삶과 시간의 흐름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한다. 또한 달의 순환과 반복에서처럼 리드미컬한 시간의 무한한 반복을 강조하면서 시간을 극복한다. 이런 마음은 낮의 이미지와 밤의 형상들이 혼합되어 있는 종합적이고 극적인 우주론까지 이르게 된다. 이 책이 보여주는 인류의 위대한 상상력의 산물들은 단순히 인간의 상상력에 대한 목록이 아니다. 그것은 상상력의 이름으로 재조명된 인간의 모든 작품들에 대한 새로운 의미 부여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인간 상상력의 의미를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길을 열 수 있다. 우리가 맞이한 ‘이미지 상상력의 시대’는 단순한 연대기적 시대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과 우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요구하는 시대이다. 이미지 상상력의 시대를 일반인들은 시대적 현상의 하나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상상력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은 인간과 사회와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상상하는 주체로서의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다원주의, 환경주의, 페미니즘 운동 등 현 사회의 새로운 여러 경향들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성찰하게 한다. 그리하여 뒤랑의 상상계의 인류학은 인간과 인간의 사회들을 모두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주는 인간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