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정소영의 다른 상품
|
어린 시절 추억에서 길어올린 '사랑'
그림책의 화자인 작가는 “산처럼 앞을 막아서는 두려움 때문에 /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 주저앉고 싶은 때가 있단다”는 말을 가장 먼저 서두에서 꺼낼 만큼 힘겨운 상태에 놓여 있는 듯하다. 그러나 곧 “오래된 사진첩을 꺼내” 보며 아들에게 담담하게 자기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고는 아들의 얼굴을 정겹게 마주하며 웃음 지어 보인다. 이렇게 고통을 이겨내는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 원동력은 바로,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이다. 작가가 그려낸 어린 시절 모습과 풍경은 따뜻하고 평화롭다.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추억 저편의 무성영화처럼, 아득한 기억의 편린들이 따스한 연필 그림에 녹아들었다.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자신의 감정을 담아 회화로 재현해낸 그 시절의 사진 속 표정과 포즈는 독자들로 하여금 단순한 향수와 추억 이상의 감정을 불러일으켜준다. 행복하게 빛나는 표정의 식구들, 천진무구한 아기, 평화롭고 평온한 젊은 부모, 첫 걸음마, 처음 자전거 탄 날, 식구들과 함께 어딘가로 놀러간 날……. 비슷한 경험이 있든 없든 간에, 이렇게 행복한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것(혹은 그것을 기억해내거나 그랬으리라 상상하며 자신을 위로한다는 것)은 분명 삶에 큰 힘이 되어준다. 우리의 모든 정신적 불행은 유아기에 형성된 트라우마로부터 비롯하는 것 아니던가. 충분히 사랑받고, 충분히 행복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은 ‘탄생' 못지않게 중요한, 부모로부터 받은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 부모들은 어쩌면 자기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한 것에 두고두고 마음 아플 수 있다. 사랑해주어야 할 때 제대로 사랑해주지 못하고 뜻밖에 상처를 남겼을 수도 있다. 그래도 어쨌든 항상 해주고픈 말이 있다. 내가 부모에게 받은 만큼, 아니 그보다 더, 나도 너를 사랑하고 있으며 늘 그 사랑을 간직할 거라고. 작가 또한 아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다. 엄마의 사랑은 너를 지켜줄 거라고. 나도 네가 언제든지 기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 거라고. 이 메시지는 세상 모든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주고픈 바로 그 마음일 것이다. 『아들에게』의 그림과 글은 이렇게 보탤 것도 뺄 것도 없이 작가의 마음을 담백하게 담아냈기 때문에, 그리고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을 담아 그림을 그리며 자신을 위로하고 치유한 기록이기 때문에, 아무런 기교 없이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는 듯하다. 그림책 텍스트 또한 오랜 고민에서 익어 나온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진술이지만 묘하게 공감을 이끌어내며 마음을 울린다. 독자들이 감동을 받는다면 바로 그런 작가의 진심이 와 닿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첩에서 그림책으로 작가는 어느 날, 부모님 댁 창고 방에서 책장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사진첩을 하나 찾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그 모습들을 무작정 그리게 되었다고. 이 그림들을 우연히 보게 된 그림책 기획자가 일련의 흐름으로 편집해 그림책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하게 되었고, 작가 정소영씨는 자신이 쓴 글을 덧붙여 이렇게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처음부터 그림책으로서 ‘기획’된 것이 아니라 그림책으로서 ‘발견’된 셈이다. 때문에 최근의 기획 그림책처럼 화려하고 세련된 맛은 없지만, 오히려 소박함과 진실함에서 작가의 개성을 한껏 맛볼 수 있는 독특한 그림책이 되었다. 초등학생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엄마 아빠에게도 지금 너희와 같은 이런 어린 시절이 있었다고, 나도 너희에게 늘 이런 사랑을 주고 싶다고, 그걸 잊지 말고 밝게 자라 달라고… 그런 마음을 담아 아이들과 이 책을 읽어나가며 오래된 사진첩들을 뒤져보고 싶게 하는, 그래서 모처럼만에 어린 시절의 따스한 한줄기 햇살 같은 행복감에 잠겨보고 싶어지게 하는 그런 그림책이 바로 『아들에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