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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주자학과 고대 그리스 철학
1. 리와 기, 이데아 (혹은 에이도스)와 힐레 2. 성과 정, 이성과 감성 제2장 기대승: 사칠 논변과 '정'의 강조 1. 사칠 논변의 전개 2. 주기론적 성리학의 태동 제3장 프로이트: '본능'과 '감성'의 강조 1. 근대의 물결들 - 마키아벨리에서 니체까지 2. 근대의 물결의 완성 - 프로이트 제4장 기대승의 '칠포사론'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1. 주정적 인간 이해의 실마리 2. 선과 악에 대하여 3. '칠정의 생성'과 '대상관계 이론' 4. '경'과 '초자아' 5. '리약기강' 과 '기쁨 추구의 원리' 6, '이발의 두 단계' 와 '무의식', 그리고 이이의 '의' 개념 7. 인간 심리의 구조도 제5장 기대승과 프로이트의 한계 1. 기대승 - 우주론과 인성론의 상층 및 논지의 모호함 2. 프로이트 - 신화의 오독과 서양 문화의 보편화 제6장 인간성 연구의 새로운 시대를 맞아 1. 과학의 성과와 인간성 이해의 새 국면 2. 왜 인간성에 대한 이해가 요청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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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어떤 충격 혹은 불만족의 순간은 의식 속에 남아 기억될 수 있지만 우리는 어떻게 그것이 억압된 감성으로서의 무의식을 형성해서 평생 동안 자신의 행동에 작용하게 되는 지를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또 충격 혹은 불만족의 순간을 이미 잊어버렸음에도 그것이 마음의 바닥에 찌꺼기로 남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모든 경우를 통틀어 무의식의 작용이라 하는 것이고, 그 근원은 문명 속에서 표출이 억압당한 감성의 덩어리에 근거한다고 해석되는 것이다.
위와 같은 프로이트적인, 혹은 정신분석학적인 '무의식'의 개념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는 기대승의 심성론에서는 무의식에 비교될 만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여기서 성리학의 일반 개념 가운데 하나인 '미발未發' 과 이발已發'에 대한 기대승의 이해는 분명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인간의 구체적인 감성이 표출되기 이전의 심적 상태를 기대승은 성이라고 규정하였다. 따라서 그에게 있어서 성은 심의 미발 상태이며, 외물이 마음에 감동을 주어 이에 감응해서 표출된 정은 바로 심의 이발 상태이다. 이때 미발이란 아직 감성이 존재하지 않는 백지의 상태이므로 무의식의 상태는 아니다. 왜냐하면 프로이트의 무의식은 문명 속에서 억압받은 감성이 현실로 표출되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발에는 두 단계까 있는데, 그 첫 단계는 외물과 자아의 관계 속에서 내사와 투사를 통해 감성이 형성되는 과정이요, 두 번째 단계는 본인이 달든 모르든 어떤 감성이 문명의 억압에 의해 마음의 바닥에 찌꺼기로 남거나 혹은 바깥으로 표출되는 과정이다. --- p.134~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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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승은 유가의 성선론을 뒷받침하는 사단의 개념을 칠정 속에 포함시킴으로써 후천적 수양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이것은 현실 속에 떨어진 인간의 모습에 주목하면서 정(情)을 중심으로 하는 인간학의 단초를 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사랑과 죽음이라는 두 개의 요소를 끄집어내어 정(passion)을 중심으로 하는 인간학을 완성시켰다. 정을 중심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주정론적 인간학, 그러나 같은 정을 다루지만 성선론에 입각한 기대승의 인간학과 욕망 이론에 입각한 프로이트의 인간학이 같을 수는 없다. 결코 합치할 수 없을 듯한 두 사상이 어떻게 서로 만날 수 있는가?
인간을 바라보는 동서의 시선은 판이하다. 중세의 원죄론, 근대의 자유주의 등에 근거한 서양의 인간은 그 내부에 이미 악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반면 유교나 불교의 인성론으로 대표되는 동양의 인간은 현실에 물들지 않은 이상 우주의 완전함이자 부처 그 자체이다. 이처럼 상이한 동서양의 인간 이해, 그 중에서도 정신분석학과 성리학에서의 입장은 특히 그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욕망과 콤플렉스로 상징되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는 인간존재의 불완전함이 한층 선명하게 드러나지만 인간을 천지의 소생으로 보는 성리학에서는 인성의 완전함과 선함이 철저하게 긍정된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그처럼 상이한 양 체계의 차이점에 관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정'이라는 개념을 매개로 하여 기대승의 성리학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라는 상이한 두 체계가 어떻게 서로 만날 수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아직 시도된 적이 없는 미답의 영역이라 거친 도식이기는 하지만, 리기론적으로만 해석되어 온 기대승학의 성리학에 하나의 해석학적 방법론을 더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