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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仁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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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가 일어났다가 수습된 다음에 고르바초프라는 동무와 옐친이라는 동무가 크렘린의 어느 방이라고 소개된 방에 나란히 앉아서 위성중계로 미국 TV의 주부들의 토크쇼에 나와서 바다 건너에서 보내는 시답잖은 질문들에 응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 별난 쿠데타가 있은 다음에는 판국은 이미 파장 직전이었다. 쿠데타 주모자들의 의도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러시아 국회에서 하위자인 옐친이 고르바초프에게 삿대질하는 광경이 벌어지고 고르바초프가 연방의회에서 청중에 대한 호칭으로 코미디를 연출하는 북새통에서, 미국 TV에 출연하는 것이 그렇게 급한 볼일이었을까. 그것도 TV출연의 경우 흔히 그렇듯이 아마 화면 구성의 편의 때문이었던 듯, 두 사람이 어깨가 맞닿게 바짝 붙어 앉은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어디 변두리 목로술집의 나무 의자 같아 보이는 그런 의자에 달랑 올라앉은 모습이 그들이 처한 그 시점의 상황과 관련하여 그렇게 괴이쩍을 수 없었던 인상으로 남았었는데. ---p.3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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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입장을 대변한 최고의 찬사와 경의!
20세기 끝 무렵 어느 봄날. 최인훈. 20년 동안의 문학적 침묵이 깨어지면서 마침내 윤곽을 드러낸 거인의 모습. 그 해 봄날은 그런 날들이 지속되었다. 그 스스로를 무대에 올려 격변의 20세기를 온몸으로 살아내고, 그 낱낱의 길목마다 인류에 대한 우정 어린 이정표를 세우며 여러 색깔의 돋보기로 구석구석 세밀하게 비추어 보인 치열한 작가정신 앞에 한 시대가 '멈춰서고 서성거렸다'.
화두―. 작가는 동양 문화의 거대한 창고 속에서 신비의 먼지를 뒤집어쓰고 잠자고 있던 말을 끄집어내 피와 살을 주고 정신과 혼을 불어넣어 단번에 세계사의 전면에 입장시킨다. 전 생애를 통한 되새김과 오랜 품음 끝에 해일처럼 터져 나온 거대한 사유의 파도는 한반도의 모래밭을 출발하여 태평양 건너 로키산맥을 넘고 대륙을 지나 다시 대서양과 지중해를 훑고 유럽의 여러 평원과 우랄산맥을 덮쳤다. 싸르트르의 '구토'와 조이스의 '율리시스'에 비견되고 파스칼의 '팡세'에 일견 가늠이 되는 대작(大作)이다. 20년 문학적 침묵이 스스로의 내력을 이기지 못하고 마침내 분출되어 한곳에 모아지고, 침식을 잊고 사유의 바다를 헤치면서 우뚝 선 대가의 열정은 그를 작가이자 시대의 스승으로 거듭나게 하였다. 문학과 인간에 대한 열정이 그를 구원하였으되, 그의 작업이 독자를 만나면서 살아 있는 시대정신으로 각인되었고, 그 스스로 세계사의 현관이 되었으며, 그러한 열망이 있는 모두에게 일점 도그마 없는 자유 정신의 극치와 열락(悅樂)을 제공하면서 한국문학의 위상을 더 이상 한반도 상공에서 머뭇거리지 아니하게 하였다. 그 후 8년. 세계 문학사에도 유례가 드물게 한 시대의 정상에 있는 작가가 20년이나 침묵 끝에 대작을 내놓은 극적인 출현과 그 내용의 웅대함에 독서계가 아낌없이 환호를 보낸 초간본 이래 벌써 새 세대의 독자층이 형성될 만한 시점에서 수정, 보완, 신설 부분을 가진 21세기판을 간행한다. 작가의 손길은 작품 구석구석 900여 곳에 미쳐 그의 이미 고전이 된 『광장』의 경우처럼 퇴고미학의 또 하나의 실천작을 21세기의 독자 앞에 내놓는다. 그의 문학적 행보마다 이 혼돈의 시대에도 지켜진 성실과 절제의 공개된 문학사적 현장을 목격한다. 최인훈. 이제 그는 청년의 『광장』을 걸어나와 만년의 『화두』로 집결되는 필생의 문학적 여정을 거치면서 마침내 21세기에 도착하였고, '어디까지 <생물구성체>로서의 본능을 받아들이고 어디까지 <문명구성체>로서의 본능을 지켜야 하는지' 끊임없이 '<뒤돌아보며>' 이 새로운 세기에 답하고 있다. 그렇게, 21세기 초 어느 봄날 우리는 다시 『화두』를 만난다. 그리고 그렇게, 어느 이른 저녁,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연마다 멈춰서고 행마다 서성이며' 새로운 세기의 또 다른 새벽을 맞이한다. 길거리에서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고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 없이 읽기 위하여 한걸음에 방으로 달려가던 그 날, 까뮈의 그 모습 그대로. 이 시간 현재 우리 행성이 장착한 가장 이성적인 문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