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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려낸350여 점의 펜화 속 베이징을 마주하다《펜으로 그린 베이징》에는 왕천(王晨) 화백이 문물학자들의 고증을 받으며 섬세한 필체로 그려낸 350여 점의 다채로운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왕천의 작품은 중국뿐 아니라 아르헨티나, 터키, 미국 등 여러 나라 미술관이나 개인 구매자들에게 각광받고 있어 소장 가치가 높다. 무엇보다 각각의 작품에는 원·명·청대에서부터 중화민국, 신중국까지 격변의 시기를 거치며 오늘날 발전을 이룬 베이징의 찬란한 역사와 삶이 숨 쉬고 있다. 특히 지금은 사라지거나 잊힌 곳, 이름만 남은 유적, 아픈 역사를 감내한 채 현재까지 남아 있는 고(古)건축물, 도시 곳곳에 세워진 갖가지 현대적 건물들을 통해 베이징 사람들의 삶이 녹아든 일상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나의 작품을 통해 다른 시선과 관점으로 베이징의 생동감 있는 풍경을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다”라고 한 저자의 말처럼, 세밀하고 밀도 있게 그린 베이징 골목골목의 풍경은 역사적 유래와 설명이 더해져 그 역사와 문화, 도시의 발전상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역사와 문화, 심미적 정서를 내면화한베이징의 풍경이 펜 끝으로 되살아나다모든 예술가에게는 살아온 혹은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모습이 각인되어 있다. 그렇기에 예술가가 표현한 작품 하나하나에는 그 시대를 되돌아볼 많은 요소들이 내포되어 있어 기록된 이야기에서부터 잊히거나 빛바랜 이야기를 견주어보며 다양한 시선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펜으로 그린 베이징》 역시 왕천 화백이 살아오며 그 속에서 체득한 사유가 작품으로 집약된 결과물이다. 그래서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그 시절 베이징의 면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사실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저자의 노력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그의 펜 끝에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베이징의 과거와 현재가 기억되기를 바라는 바람이 담겨 있다. 또한 작품의 소재가 된 장소 혹은 건축물에 대한 유래와 건설 시기, 건축 목적 등이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짤막한 글로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작품 속에서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자리한 것이 없는 만큼 중요한 역사적 사료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그래서일까. 책을 펼치자마자 쏟아지는 펜 그림들은 정교하고 밀도 높은 작품으로서 감탄을 자아내게 함과 동시에 마치 그곳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작품들에는 베이징 골목에 자리한 어느 한 건물, 그곳을 지나던 사람, 바람에 소리 없이 흩날리던 길가의 나뭇잎과 하늘에 떠 있던 구름까지 누군가는 기억하고 있을 그 장소에 대한 모든 것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가만히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무언가 아련하고, 서정적인 감성이 가슴 깊이 차오른다. 그것은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추억 속 장소를 떠올리게 하며, 베이징의 낯선 공간을 사연 있는 공간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펜으로 그린 베이징》을 통해 베이징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조우하며 당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베이징을 경험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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