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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동양과 서양이 편지를 쓰다
혁명의 딜레마, 고객이 된 시민, 지식인의 브랜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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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첫 번째 서문
두 번째 서문

첫 번째 편지 - 반혁명을 초래한 혁명의 두 얼굴
두 번째 편지 - 혁명을 대체한 키워드, 민주주의
세 번째 편지 - 새로운 지평을 여는 관계이성과 매체학
네 번째 편지 - 진실과 거짓, 상상이 빚어내는 세계
다섯 번째 편지 - 정치적 정확성에서 교차 모방까지
여섯 번째 편지 - 권력 구조의 변동과 새로운 체제에 대하여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1

자오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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趙汀陽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연구원이고, 사회과학원 학부위원, 장성학자, 국무원 특별지원학자이다. 중국의 북경대, 청화대, 인민대, 절강대 등 유수 대학에서 객원교수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고, 유럽의 Transcultura Institut European의 운영위원(Steering member), 미국의 Berggruen Institute의 선임연구원(Senior fellow)을 담당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형이상학, 정치철학, 윤리학이고, 『論可能生活』(1994), 『一個或所有問題』(1998), 『沒有世界觀的世界』(2003), 『天下體系』(2005), 『壞世界?究』(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연구원이고, 사회과학원 학부위원, 장성학자, 국무원 특별지원학자이다. 중국의 북경대, 청화대, 인민대, 절강대 등 유수 대학에서 객원교수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고, 유럽의 Transcultura Institut European의 운영위원(Steering member), 미국의 Berggruen Institute의 선임연구원(Senior fellow)을 담당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형이상학, 정치철학, 윤리학이고, 『論可能生活』(1994), 『一個或所有問題』(1998), 『沒有世界觀的世界』(2003), 『天下體系』(2005), 『壞世界?究』(2009), 『每個人的政治』(2010), 『天下的當代性』(2016) 등 저술을 발표하여 현재 중국의 가장 중요한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특히 21세기 이후 '천하체계'를 제기하여 '천하'담론의 대표학자로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첨단기술이 인간의 존재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사색하고 있다.

자오팅양의 다른 상품

저자 : 레지 드브레
Regis Debray
청년 시절 체 게바라와 함께 라틴아메리카 혁명에 뛰어든 프랑스의 작가이자 매체학자다.
1940년 파리 출생으로, 파리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철학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1960년대에 카스트로의 초청을 받아 쿠바로 가서 혁명에 참여한 데 이어 체 게바라와 함께 볼리비아에서 혁명 투쟁을 이끌었다. 1985년부터 1993년까지 미테랑 대통령 자문위원을 맡았고, 이후 1994년 소르본대학에서 〈매개론 강의〉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학술과 문화 분야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프랑스의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페미나상(Le Prix Femina)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 《이미지의 삶과 죽음》(글항아리, 2011), 《전쟁이 끝난 후》(공저, 이후, 2000), 《매개론 선언》(갈리마르, 1994), 《유혹자 국가》(1993), 《일반 매개론 강의》(갈리마르 사상총서, 1991), 《예찬》(갈리마르, 1986), 《정치이성 비판》(갈리마르, 1981) 등이 있다.
역자 : 송인재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HK교수.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로 중국현대사상에 관심을 두고 집필과 번역을 하고 있다. 현재 문명, 천하, 유학 등 역사적 기억이 중국의 미래 구상에 개입하는 양상을 다룬 저서를 집필하고 있으며, 현대 중국의 정치문화와 정치철학, 문명국가론을 다룬 책을 번역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1978년 이후 중국의 계몽·민족국가·문화 담론 연구―간양과 왕후이의 비판 담론을 중심으로〉(2008), 〈‘문명’의 발견과 해석, 그리고 중국의 비전〉, 〈21세기 중국의 천하재해석과 신보편 탐색〉(2015)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관념사란 무엇인가 1·2》(공역, 2010), 《아시아는 세계다》(2011), 《왜 다시 계몽이 필요한가》(2013,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절망에 반항하라》(2014, 세종도서 학술부문) 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26g | 145*210*20mm
ISBN13
9791157060597

책 속으로

저는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행동이 바로 근대적 의미에서 혁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상은 결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쉽게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어떤 것이 이상이라고 충분히 불릴 수 있다면 그것은 완벽한 일이라는 걸 의미하는데, 실제로 완벽은 불가능하죠. 이런 의미에서 저는 이상을 하나의 척도로 간주하기를 희망합니다. 다시 말해, 이상은 실현하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측정하는 데 쓰여야 합니다. --- p.24

근본적 문제로 돌아가면, 별의 운행이라는 순환적 의미 밖으로 뛰쳐나온 유일한 혁명은 정치혁명이 아니라 기술혁명입니다. 기술혁명만이 본래 자리로 되돌아오지 않기 때문이죠. 전류를 갖게 된 뒤에는 더 이상 양초를 사용하지 않고, 기륜선이 생긴 뒤에는 더 이상 범선을 이용하지 않아요. 그러나 10월 혁명이 일어난 뒤에는 다시 그리스정교회로 돌아갔고, 장정 이후에도 유교와 풍수로 돌아갔습니다. --- p.46

맞습니다. 혁명의 ‘상상임신’은 끝났습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저는 1968년 ‘5월의 폭풍우’가 포스트모던의 시작을 상징한다고 생각해요. 포스트모던 비판은 더 이상 실질적 반란을 동반하는 혁명을 일으킬 수 없어요. 포스트모던에는 체제를 전복하는 능력이 없습니다. 오로지 모든 체제와 권위를 풍자할 뿐이죠. 이것은 혁명의 불쌍한 대체물 아닐까요? 아니면 혁명의 불임증에 불과한 것일까요? --- p.78

우정은 이른바 자선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식입니다. 즉 모든 사람에 대한 보편적 사랑이란 실은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자선입니다. 우정은 항상 기이한 경험이에요. 개별적으로 보편을 취득하게 하고, 허위도 빈말도 없습니다. --- p.135

시대정신과 시공간을 정복하는 기술 사이의 신비로운 대응 관계에서, 저는 늘 도대체 무엇이 다른 것을 결정하는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도덕적으로 기술에 맞추는 것일까요? 아니면 도구가 우리의 도덕적 가치를 강제한 것일까요? --- p.175

몇 년 전 저는 ‘복수의 진리’라는 개념을 구성했어요. 사람이 하는 일에는 다양하고 서로를 용납하지 않고 모순적이기까지 한 진리가 존재할 수 있고, 이 진리들은 각자 특수한 관계 속에서 필연적으로 유효해요. 즉 보편적으로 필연적이지는 않더라도 여전히 필연적이며, 다만 그 필연이 특수한 필연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존재론과 지식론이 관련됩니다. 저는 통상적인 존재론에 의문스러운 가설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가설들은 자연적인 사물을 해석하는 데는 괜찮지만 인간의 삶에 관한 사실을 해석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 p.191

로페스 피에르의 자식과 마오쩌둥의 자식은 지금 무언가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지도 계층의 부패, 공동체 구조의 붕괴, 미래에 대한 불안감, 믿음에 대한 보편적 상실, 더 나아가 논리적 부작용으로서 합법성, 심지어 자기정체성의 위기까지. 이 모든 것에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사상적 질문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미 경직된 선전 언어에 지쳤어요.--- p.218

중국의 존재 방식은 본래 방법론입니다. 저는 이것을 ‘방법론으로서의 중국’이라고 말합니다. 영원히 형세에 따라 민첩하게 변화하는 존재 방식을 의미하죠. 이는 중국의 수정주의를 어느 정도 설명합니다. 하나의 격식에만 얽매이지 않고 자유시장과 정부의 관리,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근대와 고대, 서양 제도와 중국 제도, 서양의 가치관과 중국의 가치관을 함께 섞어놓으면서 각종 요소를 서로 수정하게 만듭니다.--- p.246

혁명은 끝났고 민주주의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그렇다고 혁명을 야기한 현실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권력은 새로운 형태를 띠고 현실을 지배하고 있다. 게다가 혁명을 실천하고 민주주의를 몸소 실현해야 할 시민은 거대 자본과 언론 앞에서 고객으로 전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사고와 행동 방식을 되새기는 태도는 존중받을 만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부조리한 현실을 인정하고 지난날의 혁명과 민주주의 실천을 깡그리 부정하는 것은 주류의 레토릭이다. 그리고 현실에 체념하는 것은 투항이자 포기다.

--- p.271

출판사 리뷰

자본과 기술에 감정과 정신이 잠식당한 상실의 시대,
근대를 넘어선 ‘새로운 혁명을’ 말하다


“오늘날 우리는 사실상 ‘자유’와 ‘자주’ 개념과 결별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본과 기술이 공모해서 인간의 생활을 통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본과 기술에 지배당하며 사는 동안 인간의 감정과 정신은 쇠약해졌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편안함과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 욕심을 부립니다.”
_ 한국의 독자들에게

한국의 독자들에게 쓴 자오팅양의 이 서문은 우리가 놓인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한다. 한국 역시 이러한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물에 대한 직접적인 인식이 아니라 미디어를 통한 간접적 인식은 우리의 감정을 무디게 만들고, 주류의 담론에 의해 걸러진 사실만이 우리의 인식 속으로 들어온다. 우리는 이렇게 감정, 정신, 이상, 자유를 모두 상실한 시대에 살고 있다.
자오팅양과 드브레가 토론의 소재로 삼은 이상, 이성, 진리, 조화, 보편 등은 모두 근대에서 비롯된 개념들이다. 자본과 기술, 권력이 끊임없이 진화할 때 우리의 대응이 근대적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 서신 토론의 결실은 그 근대적 개념들의 사이와 그 너머의 사유를 열어젖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두 사상가의 토론을 따라가며 ‘새로운 혁명’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다.

50주기를 맞는 중국의 문화대혁명,
떨쳐낼 수 없는 마오의 그림자


중국은 2016년 5월 16일로 문화대혁명 50주기를 맞는다. 1966년 5월 16일 중국 공산당 정치국회의에서 낭독된 ‘5·16 통지’로 발발한 문혁은 오늘날 중국에서 금기시되고 있음에도 아직 그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본의 침투가 심화됨에 따른 빈부격차와 마오를 부정할 때 빠질 수밖에 없는 체제의 모순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통과 문화를 파괴시키고 발전마저 후퇴시켰다는 평가를 차치하고라도 문혁이 정치적 정확성을 내세운 근대적 혁명임은 자명하다.

이 책에서 토론을 풀어가는 동서양 두 사상가는 각기 다른 근대적 혁명의 격정을 보낸 자리에 서 있다. 자오팅양에 따르면 근대 혁명은 이상 실현을 위한 행동으로, 이미 상정해놓은 ‘정확한’ 세계를 구현하고자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굶주리지 않고 생활의 편안함을 느끼고자 할 뿐이다. 이것은 그의 표현에 따르면 ‘인성의 실망스러운 현실’이다. 이성이 견인하는 근대 혁명이 다시 민족적 전통으로 회귀하고 반혁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오팅양이 이렇게 이상과 현실의 괴리 때문에 혁명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 드브레는 “혁명의 상상임신은 끝났다”고 선언하며 혁명의 자리를 민주주의가 대체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혁명과 달리 민주주의는 그 의미가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무엇보다 이 틈을 파고드는 자본과 권력을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의 변형,
퍼블리크라시(publicracy)와 미디어크라시(mediocracy)


오늘날의 세계는 바로 이렇게 허점을 가진 민주주의를 마치 ‘가치’처럼 여기는 함정에 빠져 있다. 현대의 많은 국가들은 서구에서 수출한 정치 제도인 민주주의를 그들의 체제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담론을 이끄는 미디어는 권력과 자본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지식인은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를 브랜드화하지 않으면 공론장에 입장조차 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을 드브레는 지적한다.

또한 그에 따르면 더 세련된 방식으로 시민들을 길들이는 권력에 의해 시민은 ‘고객’이 되어버리고 체제에 순응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이러한 드브레의 비판에 자오팅양은 민주주의가 가치가 아니라 공공 선택의 수단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좋은 공공 선택을 낳을 수도, 나쁜 공공 선택을 낳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라는 수단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드브레는 나아가 중국이 문혁을 금기시 하고 개방을 외치더라도, 민주주의와 함께 체제에 스며들 자본주의를 경계하라고 주문한다. 아무런 이상을 추구하지 않는 듯 보이는 자본주의는 권력을 은폐시키고 우리가 스스로를 노예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에 자오팅양은 기존의 민주주의가 퍼블리크라시(publicracy)로 변형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즉 새로운 권력에서 기인한 지배적인 전체 의지가 사회를 이끌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드브레는 실천적 지식인이 공인이 되어 공적 네트워크에 진입해야 하는 상황을 미디어크라시(mediocracy)라는 용어로 진단한다.

작은 현실에 주목하는 드브레의 매체학,
보편을 재정의하는 자오팅양의 관계이성과 복수의 진리


드브레가 매체학(mediology) 연구에 몰두하는 이유는 그의 정치적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혁명의 격정이 사라진 자리에서 그는 거대 담론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피로감과 이상 추구의 한계를 절감했다. 따라서 그는 물질의 변화와 그 매개물 사이의 실천적 조작을 연구하는 매체학 연구를 통해 개념이 선행하는 근대적 사유방식을 뛰어넘고자 한다. 이러한 사상의 전환은 그가 현실에 매몰된 학자도 아니고 더 이상 낭만에 빠진 혁명가도 아니기에 가능했다.

스스로를 현실주의자이자 이상주의자라고 말하는 자오팅양은 근대 철학의 원칙인 데카르트의 ‘코기토(cogito)’를 ‘파키오(facio)’로 대체한다. ‘나는 행동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원칙을 철학의 토대로 삼는 그는 유물론과 관념론 중 어느 쪽에도 매몰되지 않고자 한다. 두 이론 모두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동시에 존재론과 창조론을 하나로 합쳐 철학의 정초 문제가 나타나는 지점을 밝힐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자오팅양은 신의 창세 문제가 아니라 인류가 창조한 역사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며 근대의 사유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한편 드브레는 보편주의가 다양성을 해치고 사람들을 숨 막히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다. 또한 누구라도 자신이 속해있는 환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 즉 민족성을 떨쳐내기가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체성(그것이 비록 상상과 거짓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 하더라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에 대해 자오팅양은 보편주의라는 것이 근대적 발상인 ‘개인의 이성’을 토대로 하지 않고, 특수한 관계에서 보편적으로 유효한 ‘관계이성’을 토대로 한다면 다양성을 해치지 않고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각각의 정치제도 위에 그려진 판에 박힌 이미지만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
“덕분에 저는 가능한 한 제가 사는 곳에서 겸허하게 파리의 베이징인이 되었습니다.”


드브레는 자오팅양과 철학적 토대를 완전히 공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토론을 진행하며 다음과 같은 사실을 말한다. 바로 오늘날의 전 지구화 시대에 세계는 미국의 자본주의와 패권의 영향 아래에 있지만, 정신적으로 공생성과 혼합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을 닮아간다는 것이다. 서양은 점차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관계를 통해 정체성을 파악하려 한다는 사실 역시 드브레에게는 중요했다. 동양과 서양의 교훈이 상호 흡수되어 교차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자오팅양 역시 중국의 복잡한 상황이 서양이 이미 중국 현실을 구성하고 있는 영역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고대 중국이 인도에서 불교를 수용했듯 오늘날에는 서구의 기술과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중국의 한 속성이 된 서양을 해석하고 조화시키는 것이 중국이 놓인 과제라고 말한다. 또한 이런 방식이 중국의 존재방식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세계가 중국을 닮아간다는 드브레의 말에 대응한다.

이렇게 서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독자들은 공존과 조화라는 이 토론의 주요한 주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드브레의 편지에 담긴 이 말은 동양의 철학자와 나눈 지적 대화가 서로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이었는지 보여준다.

“정의를 찾는 시간에 우리는 동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진리를 찾을 때 친구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단언컨대 선생님은 제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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