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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시간이 되면 어디에서나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천사는 어디에서도 기도하지 않는다. 천사는 창자까지도 투명해서 신에게 그대로 직결된다. 사람은 기도하고, 천사는 기도를 접수한다. 사람에게서 수많은 일들이, 걱정거리가 생겨난다. 천사는 그런 게 없다. 욕망도 창자도 없기 때문에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전깃줄처럼, 전홧줄처럼 신과 인간을 연결하기만 한다. 신과 인간을 소통시키기만 한다. --- 본문 중에서 …어리다는 건, 아무것도 묻지 않고, 어디 가는 줄도 모르면서 그냥 따라 걷는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완벽하게 믿는다는 것이다. 머리에 수건을 씌우든지 말든지… 그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둔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악이 있다는 생각을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그냥 그대로 순종할 뿐이다. --- 본문 중에서 무기를 들고 수그리고 걷는 사람. 지금 막 사람을 향해 총을 쏘았다. 사람을 죽이고 집으로 가고 있다. 비틀거린다. …꼭 같이 수그리고 그를 내려다본다. --- 본문 중에서 수심에 찬 얼굴로 마스크까지 쓰고, 콘크리트 틈새에 서 있다. 세상이 꺼지는 듯한 수심을 짊어지고 고개조차 수그리고 서 있는 한 남자. 천사가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그 옆에 붙어 서서 그를 위로한다. 머리를 쓰다듬기도 하고 가슴을 두들기기도 하면서. 갑작스럽게 섬광처럼 좋은 생각이 그 남자의 머리 속에서 떠오를 것이다. 알 수 없는 기쁨이 천천히 심장을 에워쌀 것이다. 그리하여 그 남자는 머리를 들고 활기차게 틈새에서 빠져 나갈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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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것은 작은 실험에 불과했다. 그러나
괴짜 김점선을 천사로, 바보 김점선을 천재로 만든 의외의 결실을 맺었다. 그를 움직인 것은 어느 종군 기자의 뷰파인더에 담긴 아프가니스탄, 그 전쟁의 땅에서 살아 나가야 하는 사람들의 상처와 고통이었다. 일그러지고 때 절은 얼굴 어디에도 더 이상 왕국의 자취가 남아있지 않은 곳. 화가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김점선은 붓과 마우스패드를 움직였다. 최초에는 김점선식 스케치와 채색을 했다. 그러나 사진이 한 장 한 장 넘어가면서 생전 그리지 않던 천사를 그려넣게 되었다. 숨은 천사였다. 이 책의 제목은 왜 <숨은 신>인가? 얼마 전 우리는 탈레반에 의한 인질사건과 마부노호 피랍사태를 겪었다. 전쟁으로 짓밟힌 사람들이 얼마나 잔인하고 황폐할 수 있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전쟁과 기아는 더 이상 먼 이국땅에서만 벌어지는 별개의 일로 간주할 수 없게 되었다. 수세기 전 이러한 일들을 예견하기라도 한 듯 묵상록을 펴낸 작가가 있다. 바로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철학자, 종교사상가인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이다. 이 책의 제목은 그의 작품 <팡세(Pens?es)>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과학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신의 존재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끊임없이 사유했다. 결국 그는 신이 없는 인간은 비극적 삶을 살 수밖에 없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을 찾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임을 피력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파스칼이 주장한 신은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신’이었다. 화가 김점선은 말한다. “본래의 모습으로부터 모든 것이 무너진 이 땅에서, 신은 침묵을 지키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신은 나타나면서 숨으며, 숨으면서 나타난다. 죽을 때까지 어떤 사람을 끝내 눈멀게 하거나 눈뜨게 하는 신의 오묘한 신비. 그는 숨은 신이기 때문이다.침묵하며 방관자로서 인간을 관조하는, 숨은 신. 그를 찾지 않는 자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간절히 원하는 사람에게는 나타날 것이다.” 이 책의 특기사항 <바보들은 이렇게 묻는다> 등 다수의 저서를 통해 거친 야생마의 기치를 발휘했던 화가 김점선. 화가로는 보기 드물게 많은 활자작업을 병행하는 그는 지금까지 다수의 책을 통해 그만의 세상을 솔직담백하게 펼쳐보였다. 그의 그림처럼 글 또한 별 양념 없이 담아내는 동치미처럼 단순한 듯하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깊고, 개운하며, 뒷맛이 묘하게 남는다. 이제껏 그의 글들은 격식에 얽매이지 않은 파격적이고 진솔한 그의 생각들을 옮긴 것이었다. 우리가 쉽사리 지나치고 있는 세상사의 본질에 대해 단순 명쾌하게 이야기하며, 아울러 그의 예술적 지향에 대해서도 격의 없이 풀어내었다. 당차고 신선한 그의 문체는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독자들에게 각인되었다. 이번 <숨은 신>은 그러한 연장선상에 있지만, 전혀 별개의 것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작업에서 자신의 개성을 내세우지 않고 진중한 관찰자가 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그것은 자아를 위한 길고 긴 여정이 아니라 ‘그들’을 위한 혼자만의 몸부림이었다. 더 이상 인간질서가 성립되지 않는 전쟁의 땅에 아프간에서 살고 있는 그들. 1년이 넘도록 지속돼온 어느 화가의 처절한 외사랑을 그들은 알까. 재앙에 가까운 국제적 문제에 평화적으로 아름답게, 오롯이 예술의 힘만으로 접근해 인간의 폐부를 찌른 소중한 책이다. 김점선, 어느 종군기자의 사진에 매료되다 푹 눌러쓴 비니, 주섬주섬 껴입은 옷차림, 편안하게 보이는 운동화, 그리고 직선적으로 불쑥불숙 내던지는 어눌한 말투… 왠지 격식과 허례허식에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를 사람들은 자유인이라고 부른다. 그런 그가 이번 아프간 사진을 받아든 순간, 아무 생각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전쟁의 참상을 그저 묵묵히 담고 있는 어느 종군기자의 사진에 눈과 마음을 온통 사로잡힌 것이다. 그후 거의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병마와 싸우면서도 이 작업을 놓지 않았다. 심지어 입원실에 들어가면서까지도 원고를 쓰기 위한 자료뭉치를 챙겼다. 난소암으로 시작된 병이 간암으로 전이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작업을 진행했다. 그는 다시금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지름이 20cm 가까운 종양을 잘라냈고, 머리카락도 다 빠졌다. 손가락 발가락 마디마디가 저리고 아파 그림을 그리는 것도 큰 노동이었다. 이처럼 암과 싸우면서도 아프간 영혼들을 향해 끊임없이 그리고 썼다. 목숨걸고 전쟁지를 누비며 천금같은 사진을 건져올리다 종군기자 태상호. 그는 얼마든지 안락한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뇌리에 박힌 매그넘 사진작가들의 생동감 넘치는 전쟁터에서의 사진을 좇게 되었다. 98년부터 군사잡지의 전문기자 생활을 하면서 늘 전쟁과 무기에 관한 기사를 작성하고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어느 한 곳의 전쟁터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채 책상물림 기사를 작성하고, 안전한 훈련장 사진을 찍는다는 것에 회의와 죄책감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2006년, 20년 넘게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아프간 종군을 감행하였다. 그곳에서 그가 카메라 뷰파인더에 담은 것은 전쟁의 땅에서 살아나가야 하는 사람들과 전쟁을 위해 온 이방인들 모두의 상처와 고통이었다. 탄피와 지뢰가 즐비한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군인들과 민간인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곳. 지나가는 행인들은 불구이거나 오랜 전쟁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한 사람들뿐이다. 현지가 아니면 결코 포착할 수 없는 사실적인 면면들을 다양한 프리즘의 사진을 통해 담아냈다. 국내 언론사 기자로는 월남전 종군기자 외에 가장 실전을 많이 겪은 사람이 되었다. 본격적인 종군을 하는 한국인 기자들은 주로 재외거주 한국계이며, 그 수도 매우 적은 한계 상황에서 이룩한 성과이다.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었다면, 목숨 걸고 가지 않았을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꼭 그 자신이 아니어도 되었을 것이다. 군사 전문기자로서의 사명과 열정으로 똘똘 뭉쳐, 또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눈빛에 이끌려 앞으로도 그는 종군기자로 활동할 계획이다. 살아 있는 글과 그림, 사진의 절묘한 하모니에 감화되다 사진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상상여행을 떠나는 화가. 군인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사탕이나 초콜릿을 구걸하는 아이들을 만났고, 어깨가 땅으로 꺼질 듯한 총을 든 자를 만났고, 전쟁의 포악으로 갈가리 찢긴 영혼의 현지인들을 만났다. 처음 그는 그저 호기심 어린 여행을 떠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들과 머물러 있는 시간이 더할수록 진지해지고 무거워졌다. 그리하여 당초 예상치도 않았던 천사를 그들 곁에 그려넣기 시작했다. 검댕으로 얼룩진 소년의 얼굴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왕관을 선사했다. 손을 내미는 아이를 위해 먹을 것을 잔뜩 안겨주었다. 아픈 발을 보듬기도 하고 상처난 만큼 아파하는 천사도 옆에 놓았다. 기댈 곳 없는 사람들에게 꽃울타리를 쳐주었다. 전쟁의 땅은 신들의 땅으로 거듭났고, 미완의 사진은 비로소 완성품으로 빛났다. 회색빛 세상은 형형하고 아름다운 그것으로 바뀌었다. 무채색의 사진과 채색의 그림은 절묘한 하모니를 빚어내며 살아 있는 그림으로 꿈틀거렸다. 두 사람의 따뜻한 시선이 녹아 있는 작품은 보는 이의 영혼을 서서히 물들이며 아릿한 감동을 안겨준다.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더해지는 감동은 올겨울 추위를 멀찌감치 보내는 훈훈한 온기를 선물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