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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말했다. 나무들이 항상 파란 것은 아니며 햇빛과 유쾌한 따뜻함도 사라진다고 말해주었다. 또한 날씨가 추워지면 서리가 나뭇잎을 노란색, 갈색, 빨간색으로 변하게 한다는 것, 그러면 잎들은 서서히 떨어져 나무들과 잡목 숲은 앙상한 가지를 하늘로 뻗은 채 완전히 알몸이 된다는 것 … 그러나 마른 낙엽들은 땅에 누워 있다가 어떤 발길이 건드리면 살랑살랑, 또는 버스럭버스럭 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엄마가 입을 다물자 밤비는 생각하시 시작했다. 낙엽들은 비록 모두 죽어서 몸이 얼어 숱한 수난을 당했으면서도, 죽어서도 계속 불침번을 서주다니 정말 고마운 존재라고 밤비는 생각했다.”
--- pp.35-36 |
함부로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
인간이 저지르는 무자비한 자연 파괴, 그 자연 속에 사는 동식물의 파괴 행위에 대한 분노를 잔잔한 어조로 표출하고 있는 작품이다. 동물과 곤충, 하찮게 보이는 식물에 대한 섬세하고 정확한 관찰은 그야말로 한 편의 거대한 숲의 서사시로 옮겨져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 소설에서 그려진 자연은 싱싱하고 신선하게 살아 호흡하는 듯해 지은이가 얼마나 자연을 사랑하는 작가였는가를 보여준다. 1935년 이 작품을 읽고 충격적 감동을 느낀 월트 디즈니는 그 후 7년이라는 긴 세월과 엄청난 인력과 물자를 투자해 〈밤비〉라는 만화 영화를 만들었다. 디즈니 덕분에 ‘밤비’는 전 세계의 소년소녀들을 사로잡았고 이 작품은 시대를 초월한 불멸의 작품으로 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이라는 틀에 갇혀 더 큰 깨달음과 가르침을 얻을 기회를 잃게 만들기도 했다. 동물에게는 만유편재적 존재로 비치는 인간의 실체를 밝힘으로써 절대자의 존재에 대한 암시를 남기기도 하는 《밤비》에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서는 깊이 있게 드러나지 않았던 심오한 진리와 삶의 신비가 녹아 있다. 이 책은 동화로서 어린이에게 읽힐 수 있을 뿐 아니라. 삶의 길에서 방향을 읽고 두려워하는 어른들에게도 잠시 쉼터의 역할을 하며 새로운 빛이 비치는 길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다.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숲속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의 대서사시 이 책에서는 숲의 아름다운 자연, 동물들의 생태와 성장 과정, 삶의 환희와 고통, 동경, 또는 인간에 의한 자연 파괴 등에 더하여 숲속에서 일어나는 약육강식뿐 아니라 동식물들 간의 상호 협조가 전개된다. 이 모든 것이 주인공 밤비의 눈으로, 밤비의 성장과 병행하여 묘사된다. 햇빛에 반짝이며 푸르름을 자랑하던 나뭇잎은 땅에 떨어지고 나면 숲속 동물들에게 위험 신호를 보내주는 경보 장치가 되어주고, 서로 잘난 체하며 싸우던 어치며 까치며 박새들이 위험이 닥쳐오면 서로를 돕고 경고를 보내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로, 또 그 아들에게로 이어져 내려가는 삶의 지혜 숲속의 황태자 ‘늙은 수사슴’과 어린 밤비의 만남, 이유 없는 이끌림과 동경, 두 사슴이 말 없이 주고 받는 사랑과 숲속 삶에 반드시 필요한 지혜의 전수, 그리고 더 큰 삶의 의미와 존재 가치에 대한 깨달음. 훗날 밤비의 아버지로 밝혀지는 ‘늙은 수사슴’의 침묵과 실천에 의한 교육과 아들에 대한 끝없는 사랑은 부모의 가치전도된 애정과 자식의 비인간적인 패륜이 만연하는 요즘 시대에 지극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또한 사슴 집단의 지도자로서 ‘늙은 수사슴’이 보여주는 의연한 모습은 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할 이들이 오히려 자기 이득을 위해 난삽한 노림수나 부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모습을 뒤돌아보게 만든다. |